산불에도 한가위는 온다
지난 3월 영남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본지가 찾아간 피해 지역 곳곳은 역대급 산불로 인한 상흔이 가득했다. 일상의 회복을 바라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지난 3월 영남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본지가 찾아간 피해 지역 곳곳은 역대급 산불로 인한 상흔이 가득했다. 일상의 회복을 바라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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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북 의성을 덮친 산불은 천년 고찰 고운사를 순식간에 삼켰다. 수백년 역사를 버틴 가운루와 연수전은 기왓장이 산산조각 나 땅바닥에 뒤엉켰다. 목재는 숯 더미가 된 채 흩어졌다. 깨진 종만 위태롭게 버틴 종각 터는 마치 포탄 세례를 받은 전쟁터 같았다. 화마가 스쳐 간 지 6개월이던 지난달, 잔해는 그대로지만 검게 탄 숲 사이로 새순이 자라나고 있었다. 주지 등운스님은 그 풍경 앞에서 "무상(無常·항상함이 없다)의 진리를 부처님이 몸소 보여주신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담담히 맞은 화마, 복원 첫걸음━ 고운사의 복구는 이제 막 걸음을 뗐다. 의성군은 9월 말 '고운사 복구 기본계획 용역'에 대한 사전규격을 공개했다. 8월부터는 보존처리업체가 참여해 석조여래좌상이 놓였던 받침의 파편을 조사 중이다. 불상의 받침인 좌대는 1000여개 파편으로 부서진 상태다. 3D 스캔과 보존처리 계획을 거쳐 복원 방향이 결정된다. 화재 때 옮긴 불상은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에 보관하고 있다
"매출요? 없죠. 반토막 이상이에요." 지난달 18일 경북 안동시 안동하회마을에서 만난 류상길씨(52)는 우울했다. 류씨는 하회마을에서 10년째 기념품 가게를 운영 중이다. 지난 3월 영남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류씨는 직격탄을 맞았다. 관람객이 크게 줄어 매출이 급감했다. 류씨는 "(산불 이후) 6개월 정도 날아갔다. 소비 심리가 회복이 안 된다"며 "하회마을은 관광지라는 특성 때문에 지역 소비쿠폰 효과와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급한 소비쿠폰은 거주지 내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류씨는 6개월 전 산불이 하회마을에 근접했을 때 대피하지 않고 집을 지켰다. 류씨는 "소방에서 고생했지만, 마을 전체를 다 지켜주진 못한다. 자기 집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 불 나는 순간 여기는 관광지로서 끝난 거였다"고 했다. 당시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바람을 타고 넘어오면서 안동은 초긴장 상태였다. 한때 산불이 하회마을 코앞까지 다가오면서 마을 주민들은 급히 대피했다. 산
#경남 산청에서 13년간 곶감 농사를 지은 정모씨(64)는 올해 초 영남 산불로 집을 잃었다. 7개월째 임시거주시설에서 머물고 있는 정씨 부부는 추석을 임시거주시설에서 맞이해야 한다. 경남 산청에 산불이 발생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추석을 앞둔 지금도 일부 이재민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7월에 극한 호우까지 발생하며 일부 주택 복구가 지연돼서다. ━"10여년 담긴 집이었는데"… 폭우로 공사 지연도━ 화재 당시를 떠올리던 정씨는 "참담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정씨는 경찰과 면사무소 직원의 안내에 따라 황급히 옷가지와 약 등을 챙겨 집을 나섰다. 대피 당시만 해도 불이 30~40m 떨어져 있었지만 사방으로 휘날리던 불길이 결국 정씨 집까지 삼켜버렸다. 정씨는 "설마 집이 탈까 했는데 아내의 친구가 '너거 집 탄다'고 전화하더라"며 "10여년 동안의 삶이 모두 거기에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건축 허가 절차를 거쳐 지난 7월 중순 새집 착공에 나섰다. 하지만 착공 직후인 7
"큰 산불 겪고도 무사히 추석을 맞으니 다행이지. 내년엔 풍년이었으면 참 좋겠네." 경북 의성군 농민들은 추석연휴를 복잡한 심경으로 맞았다. 지난 3월 산불의 충격은 여전했지만, 가족과 함께 명절을 맞을 수 있음에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산불 피해로 넉넉한 한가위를 준비하진 못했다. 이들은 내년엔 꼭 풍년이 오길 바라며 일찌감치 농사 준비에 한창이다. ━마늘밭은 타버렸지만… 가족과 함께 농사 준비하는 의성 농민들━ 지난달 16일 오전 경북 의성군 신평면 청운2리. 추석을 앞둔 마을의 마늘 농가는 벌써 내년 수확 준비로 분주했다. 양재엽씨(60대)는 집 마당에서 부산에서 올라온 아들네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모종으로 심을 마늘을 다듬고 있었다. 20년 넘게 마늘 농사를 지은 양씨는 3월 산불로 직격탄을 맞았다. 약 150평 규모의 밭이 불길에 휩싸이며 1만개 넘는 마늘을 폐기해야 했다. 농사를 관둘 생각까지 했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내년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 양씨는 "지난 6월
영남 지역경제는 괴물 산불에 휩싸인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다. 불탄 농경지에서는 대표 작물인 마늘을 비롯한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피해가 이어지고 있고, 관광지는 산불 이후 관광객 발길이 끊겼다. 4일 의성군에 따르면 지난 3월 발생한 경북 산불로 마늘·고추 등 농작물 면적 490ha(헥타르)가 불에 탔다. 서울 여의도의 약 1.7배에 달하는 규모다. 여기에 농기계 4553대가 불에 타고 농축산시설 462곳이 파손되는 등 피해액만 490억원에 달한다. 김영길 의성군농협 이사장은 "의성의 대표 농산물인 마늘은 직판장에 들어오는 물량만 봐도 산불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며 "농기계도 대부분 고장나 농민들이 밭일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주민 절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지역 경제가 제자리를 찾지 못할까 봐 걱정이 크다"며 "농민들이 소비를 해줘야 작은 동네 상권이 돌아가는데 지금은 그럴 여력이 없다"라고 했다. 경북 안동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동
역대 최악의 피해를 입힌 영남 대형 산불 복구 비용으로 2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이 투입된다. 산림청은 피해 지역 지방자치단체 등과 피해 복구 추진단을 구성해 연내에 세부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아직 본격적인 복구 작업이 시작되지 않아 상당수 주민들이 화마의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발생한 영남 대형 산불의 피해액은 1조818억원, 복구비는 총 1조8809억원으로 결정됐다. 이번 대형 산불은 1987년 산불 피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 이후 최대 규모 피해를 입힌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27명을 포함해 총 183명의 인명피해와 10만4004ha(헥타르)의 산림이 불에 탔다. 공공시설의 경우 국가유산과 전통사찰 등 총 769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사유시설은 △주택 3848동 △농어업시설 6106건 △농기계 1만7158대 △농·산림작물 3419ha 등 피해가 발생했다. 산림청은 지난 5월 민간 전문가 24명 등 53명의 인력과 5개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