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산불에도 한가위는 온다④

#경남 산청에서 13년간 곶감 농사를 지은 정모씨(64)는 올해 초 영남 산불로 집을 잃었다. 7개월째 임시거주시설에서 머물고 있는 정씨 부부는 추석을 임시거주시설에서 맞이해야 한다.
경남 산청에 산불이 발생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추석을 앞둔 지금도 일부 이재민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7월에 극한 호우까지 발생하며 일부 주택 복구가 지연돼서다.

화재 당시를 떠올리던 정씨는 "참담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정씨는 경찰과 면사무소 직원의 안내에 따라 황급히 옷가지와 약 등을 챙겨 집을 나섰다. 대피 당시만 해도 불이 30~40m 떨어져 있었지만 사방으로 휘날리던 불길이 결국 정씨 집까지 삼켜버렸다. 정씨는 "설마 집이 탈까 했는데 아내의 친구가 '너거 집 탄다'고 전화하더라"며 "10여년 동안의 삶이 모두 거기에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건축 허가 절차를 거쳐 지난 7월 중순 새집 착공에 나섰다. 하지만 착공 직후인 7월16∼20일 산청에 793.5㎜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기초 작업을 해둔 10여평의 흙이 물에 휩쓸려 유실되고 산에서 내려온 나무 파편들에 배수구가 막혔다. 공사는 도로 복구가 완료된 9월 초에야 재개됐다.
새집은 늦으면 11월 초에 완공 예정으로 정씨 부부는 이번 추석을 임시 시설에서 보낼 계획이다. 정씨는 "먹을 것만 간단히 준비해서 연휴를 보낼 예정"이라며 "매년 추석마다 형제들이 산청에 모여 제사를 지냈다. 형제들과 모여 술 한잔했었는데 이번엔 못해 아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복구 예산도 문제다. 정씨가 짓는 약 20평 규모의 주택 공사에는 최소 1억2000만원이 든다. 가전제품 등 생활용품을 구매하는 데도 3000만~4000만원의 비용이 예상된다. 주택이 전소된 주민들은 재난지원금 8000만~9600만원을 받지만 여전히 수천만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 시작하지 못한 건조장 공사에도 추가 비용이 소요돼 이재민들은 군청 측과 지원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일상을 꾸려간다는 것이 정씨의 설명이다. 그는 "생수가 없으면 면사무소 등에서 지원하는 물을 받아와 이재민들끼리 서로 나눈다"며 "군청, 면사무소 분들의 도움을 받고 이재민들끼리도 많이 의지하며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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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임시 시설에 거주 중인 산청 이재민은 19명(13가구)이다. 산불로 전소된 산청 지역 주택은 26동으로 이중 15동이 주택 복구 의사를 밝혔다. 4동이 공사가 완공돼 추석 전 입주 예정이며 이외 △착공 4동 △착공 준비 4동 △허가 접수 2동 등 복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