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산불에도 한가위는 온다⑤

"매출요? 없죠. 반토막 이상이에요."
지난달 18일 경북 안동시 안동하회마을에서 만난 류상길씨(52)는 우울했다. 류씨는 하회마을에서 10년째 기념품 가게를 운영 중이다. 지난 3월 영남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류씨는 직격탄을 맞았다. 관람객이 크게 줄어 매출이 급감했다.
류씨는 "(산불 이후) 6개월 정도 날아갔다. 소비 심리가 회복이 안 된다"며 "하회마을은 관광지라는 특성 때문에 지역 소비쿠폰 효과와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급한 소비쿠폰은 거주지 내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류씨는 6개월 전 산불이 하회마을에 근접했을 때 대피하지 않고 집을 지켰다. 류씨는 "소방에서 고생했지만, 마을 전체를 다 지켜주진 못한다. 자기 집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 불 나는 순간 여기는 관광지로서 끝난 거였다"고 했다.
당시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이 바람을 타고 넘어오면서 안동은 초긴장 상태였다. 한때 산불이 하회마을 코앞까지 다가오면서 마을 주민들은 급히 대피했다. 산불이 번지지 않으면서 직접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산불 이후 관람객 급감으로 지역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1~8월 하회마을 입장객은 지난해보다 1만1740명 줄었다. 특히 화재 직후였던 4월에는 지난해 대비 2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요리연구가 유한윤씨(60대)는 화재 후 가게 이전이 겹치면서 실질적인 매출이 없는 상태였다. 유씨는 "불이 나고 두세달 정도 손님이 많이 없었다. 외국인 관광객도 잘 안 왔었다"고 했다.
하회마을 입구에 위치한 카페도 사정은 비슷했다. 하회마을 성수기는 봄과 가을인데 이번 봄에 관광객이 크게 줄어서다. 최모씨(50대)는 "안 좋은 일 있었는데 놀러 오기가 그랬을 거다. 4~5월은 전멸이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하회마을 상인들은 추석연휴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산불 여파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반등의 기회'로 생각했다. 지난해 10월 입장객은 여름보다 3배 정도 많았다. 하회 선유줄불놀이는 일부 회차 예약이 조기 마감되기도 했다. 하회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도산서원'은 추석연휴 내내 무료 야간 개장한다.
유씨도 가을부터 투숙객을 대상으로 내림 차림 등 문화체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관람객들을 위한 떡판도 마련했다. 그는 "원래 추석 때 사람들이 많이 온다. 아침에 차례 지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린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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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 가게 점주 류씨는 "9월에 탈춤 축제가 있다. 그때가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린다"며 "올해는 가을 장사밖에 남지 않았다. 가을이 끝나면 사람이 없다"고 했다. 최씨 역시 "8월 휴가 끝날 무렵부터 회복세"라며 "10월 대비해서 1.6배 정도 음식을 더 준비해 놓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오후 1시쯤 되자 하회마을 입구에서부터 입장객 대열이 끝없이 늘어졌다. 대부분 가이드와 함께 온 중장년층이었다. 이들은 들판에 핀 보라색 개미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주부 산악회 회원 9명은 집에서 싸 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서울 시민 조혜진씨(55)는 "전혀 산불이 났었던 걸 잘 모르겠다. 안동 시내에서도 먹거리 축제를 해서 다 회복된 것 같았다"며 "여러 군데를 가봐야 해서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너무 좋다. 힐링하고 갈 것 같다"고 했다. 20대 김모씨도 "어머니랑 안동을 둘러보고 있다. 꽃도 피어있고 풍경이 너무 이쁘다"며 "처음 왔는데 불이 어디에 난 건지 잘 모를 정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