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우리에게 익숙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오해가 많은 이웃이다. 느린 사회, 책임을 회피하는 나라,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 감정을 숨기는 사람들 같은 이미지들은 한국 사회에서 거의 상식처럼 소비돼 왔다. 그러나 이런 통념들은 일본 사회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기보다는 오히려 이해를 가로막는 장벽에 가깝다. 일본 사회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관계 개선과 실질적인 경제 협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수다. 최근 한일 양국 정부가 관계 정상화와 협력 복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도와 정책 이전에 필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다. 일본 사회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떻게 갈등을 피하며,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지고, 어떤 기준으로 행복을 추구하는지를 알지 못하면 정치적 합의도, 경제적 협력도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일본 규슈대학 한국연구센터의 오독립(吳獨立) 학술연구원을 만나 일본 사회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유학한 오 연구원은 한국 사회의 경험과 일본 사회에 대한 현지 연구를 결합해 양국 사회를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시각을 갖춘 연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