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코노미(Eleconomy)
AI(정보기술)가 세계 기술 패권을 재편한다. 탄소중립은 산업과 생활 전반을 뒤흔든다. 두 흐름의 출발은 달랐지만 결국 '전기(Electricity)'라는 한 지점에서 만난다.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은 제한적이다. 이 '전력의 역설'이 'AI-전력-자본'의 3각축을 불러왔다. '일렉코노미(Eleconomy)'다. 일렉코노미 시대, 아름다운 '에너지 믹스'와 '국가 전략'을 고민해본다.
AI(정보기술)가 세계 기술 패권을 재편한다. 탄소중립은 산업과 생활 전반을 뒤흔든다. 두 흐름의 출발은 달랐지만 결국 '전기(Electricity)'라는 한 지점에서 만난다.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은 제한적이다. 이 '전력의 역설'이 'AI-전력-자본'의 3각축을 불러왔다. '일렉코노미(Eleconomy)'다. 일렉코노미 시대, 아름다운 '에너지 믹스'와 '국가 전략'을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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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잡아먹는 전력이 국가 전체 사용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생존 방식도 달라졌다. 전기를 사 쓰는 단계를 지났다. 아예 발전소를 통째로 확보하는 '에너지 사투'다. 가장 파격적인 곳은 마이크로소프트(MS)다. 1979년 핵연료봉 사고로 멈췄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를 재가동한다. 소유주인 컨스텔레이션 에너지가 2027년까지 원전을 되살리면 MS가 20년 동안 생산 전력을 독점 구매한다. AI 패권을 위해 죽은 원전까지 부활시킨 셈이다. 아마존은 '직거래' 전략을 택했다. 지난해 3월 탈렌 에너지로부터 원전과 직결된 데이터센터 부지를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에 사들였다. 복잡한 공공 전력망을 거치지 않고 원전 전기를 전용선으로 곧바로 끌어 쓰겠다는 구상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최고경영자)는 미래 에너지를 직접 키운다.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에 3억7500만달러(약 5000억원)를 개인 투자했다. 소형 모듈 원전(SMR) 업체 '오클로'의 상장도 주도하며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다.
지난달 15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도심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웨스트 조던 사막. 황토빛 대지 위에 압도적인 규모의 인공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동 중인 건물과 건설 크레인이 분주히 움직이는 현장이 뒤섞인 이곳은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문기업 노바(Novva)의 캠퍼스다. 언뜻 물류센터 창고 같다. 직접 보기 전까진 사막 위에 데이터센터가 있을 것이라 상상하기 어렵다.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는 서버를 식히려면 물이 풍부한 곳이어야 한다는 게 업계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바는 이단아로 불린다. 그들은 사막 한복판에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짜리 '인공지능(AI) 요새'를 지었다. 물 한 방울 쓰지 않는 공랭식 냉각 시스템과 로봇 보안 체계를 도입했다. 남들이 생각지 못한 곳에 깃발을 꽂으며 운영 비용까지 획기적으로 낮췄다. 하지만 월가가 노바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핵심 자산은 화려한 서버실도, 첨단 냉각 시스템도 아니다. 센터 부지 한쪽에서 웅웅대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고압 변전소가 월가의 관심을 온몸에 받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전기차 충전 인프라까지. 바야흐로 전력 소비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덕분에 '보이지 않는 인프라'였던 전력망이 글로벌 투자 시장의 전면으로 부상했다. 에디슨의 전기 발명 이후 전력망은 단순 공급망에 불과했다. 이제는 다르다. 노후 인프라 교체를 넘어 신산업과 에너지 전환을 가능케 하는 핵심 산업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분석은 엄중하다. 전력 수요 폭증과 재생에너지 확산에 대응하려면 204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8000만㎞ 이상의 송·배전망을 신설하거나 교체해야 한다. 현재 전 세계 전력망 길이에 맞먹는 막대한 규모다. 중앙집중식 발전소와 단방향 송전 구조에 기반한 기존 전력망으론 한계가 뚜렷하다. 급증하는 소비와 분산형 전원 확산을 감당하기 어려운 탓이다. 가장 역동적인 시장은 동남아시아다. IEA는 아세안 지역에서 2030년까지 총 170만㎞(송전선 10만㎞, 배전선 160만㎞)의 신규 건설이 필요하다고 봤다. 같은 기간 아세안의 연간 전력 수요는 817TWh(테라와트시)에서 1277TWh로 50% 가까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