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 평준화하는 집값
서울 아파트값이 고가에서 중저가로 번지며 '상향 평준화'되는 흐름과 그 배경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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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가격대별로 다른 신고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9억~20억원 중간가격대에서는 지난달 체결된 거래 10건 중 4건 이상이 최고가격을 경신했지만 30억원 초과 구간에서는 이 비율이 10%대로 뚝 떨어졌다. 고가 주택의 집값 오름세가 주춤한 사이 중저가 주택의 가격이 뛰는 이른바 '상향 평준화' 양상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7일 머니투데이가 직방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신고가 비중은 9억원 초과~20억원 이하의 각 가격 구간에서 42. 6~44. 5%로 집계됐다. 9억~12억원, 12억~15억원, 15억~20억원대의 신고가 비중이 일제히 40%를 웃돌았다. 이런 분위기는 25억원을 넘어가면서 사뭇 달라졌다. 20억원 초과~25억원 이하의 신고가 비중은 43. 8%로 앞선 구간과 비슷했지만 25억원 초과~30억원 이하는 25. 6%, 30억원 초과는 14. 3%로 낮아졌다. 20억원 초과 구간의 평균 신고가 비중도 29. 2%에 그쳤다. 중저가 주택의 신고가 비중은 연초보다 큰 폭 상승했다.
수도권 주요 주거지에서 20억원 안팎의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비강남권과 경기에서도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실수요자의 매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높아진 가격 부담이 수요를 15억원 이하나 10억원 안팎의 주택으로 이동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20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달 마포구 '서강예가' 전용 84㎡는 21억3000만원, 영등포구 '유원제일2차' 전용 84㎡는 21억원에 각각 팔리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20억원에 근접한 거래도 이어졌다.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 전용 84㎡는 지난달 19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강서구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 84㎡도 지난 8월 19억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광진구 '자양호반써밋'에서는 전용 59㎡가 지난달 18억7500만원에 거래돼 소형 주택에서도 20억원에 육박하는 계약이 나왔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9억원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육박했다. 집값 상승과 대출 제약으로 실수요자가 예산에 맞는 주택을 찾고 있지만 6억~9억원대에서도 거래 10건 중 3건이 신고가를 기록했다. 전세 매물 부족과 전셋값 상승까지 겹치면서 매수 가격대를 낮춰도 내 집 마련 부담을 줄이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7일 머니투데이가 직방에 의뢰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 중 9억원 이하 비중은 지난 5월 44. 8%에서 8월 52. 3%, 9월 59. 8%로 높아졌다. 넉 달 사이 15. 0%포인트 확대됐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2242건 가운데 1341건이 9억원 이하에서 이뤄졌다. 가격대별로는 3억원 초과~6억원 이하가 666건으로 가장 많았고 6억원 초과~9억원 이하가 592건으로 뒤를 이었다. 두 구간이 전체 거래의 56. 2%를 차지했다. 반면 3억원 이하 거래는 83건으로 3. 7%에 그쳤다. 낮은 가격대의 거래 비중이 커졌다고 이전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신고가 거래가 9억원 이하 주택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시장 전체가 활기를 되찾은 것은 아니다. 강남3구에서 시작된 매물 증가세가 노원·금천 등 외곽으로 번지면서 매도 대기 물량도 쌓여가고 있는 상황. 가격이 오르고 매물은 늘어나는데 거래가 뒤따르지 않는 엇박자 양상이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708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달과 비교해 서울 25개 자치구 중 금천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매물이 빠르게 늘어났다. 특히 성북구 17. 4% 동대문구 14. 7%, 영등포구 11. 7% 등의 증가세가 가팔랐다. 강남권에서 시작된 매물 증가가 최근에는 비강남권으로 확산하면서 서울 전역에서 매도 대기 물량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통상 매물이 증가하면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지만 현재 시장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매물이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일부 가격대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앞서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고가 아파트뿐 아니라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나타나면서 서울 집값의 '상향 평탄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