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비서실장의 조건과 역할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재정비 국면에서 단행하는 2기 대통령비서실장 인선은 정부의 체질을 바꾸고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승부수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재정비 국면에서 단행하는 2기 대통령비서실장 인선은 정부의 체질을 바꾸고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승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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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재정비를 위해 조만간 2기 대통령비서실장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선은 집권 2년 차를 앞두고 국정 지지율 하락으로 위기에 몰린 이재명 정부가 국정 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를 가를 승부처로 꼽힌다. 국정 2인자로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지닌 비서실장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명확하다. 청와대 1기 참모진의 낸 성과의 연장선에서 "무엇을 할 정부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놓는 '국정 아키텍트(Agenda Architect)'로서의 기획력이다. ━2기 비서실장은 국정 설계자. "무엇을 할 정부인가" 답해야 ━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대미 외교·통상 협상과 성장 회복 분야에서 신속한 문제 해결 역량을 보이며 국민적 호응을 얻었다. 새 정부의 주요 성과로 꼽히지만, 정부가 의제를 직접 설계하고 주도했다기보다는 당면 현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결과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초기 성과를 바탕으로 국정을 이끌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획·추진한 의제인 부동산 정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2년 차를 맞아 가장 강조하는 것은 성과다. 취임 첫해 내란 극복과 경제 회복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국민이 체감할 가시적 결과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 초대 비서실장의 주요 과제가 조직 구성과 안정화였다면, 2기 비서실장에게는 성과 창출을 위해 청와대 참모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조직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13일 청와대에 따르면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책실장을 포함해 비서실 소속 직원 350여명(국가안보실 제외)을 관할하는 비서실 수장이다. 비서실 내 10개 수석급 조직, 44개 비서관의 업무를 조율하고 참모진의 역량을 결집하는 조직 운영 능력이 긴요하다. 내란 국면에서 인수위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초대 비서실장인 강훈식 실장은 조직 안정화와 내각 인선 등 정부 출범 초기의 과제 이행을 주도했다. 짧은 시간 안에 청와대 조직을 정비하고 국정 운영의 기본 틀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맡았고 성과도 눈에 띈다. 후임 비서실장은 이재명 정부 국정 과제를 정책적 성과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정 재정비 국면에서 기용될 2기 대통령비서실장의 핵심 역량으로 '직언 리더십'이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구상을 뒷받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의 부작용과 현장의 우려를 가감 없이 전달하며 필요할 경우 대통령의 판단에 이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고 국정 운영의 부담을 분산하는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지난 1일 하준경 전 경제성장수석을 정책실장으로 승진 임명하며 정책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서실장까지 대통령의 구상을 집행하는 데 무게를 둘 경우 국정 방향을 점검하고 정책의 수정 필요성을 제기하는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뿐 아니라 다른 선택지를 제시하고 설득하는 역량이 2기 비서실장의 주요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비서실장의 직언이 필요한 분야로는 부동산과 자본시장 정책 등이 거론된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 투기 억제라는 목표와 함께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과 공급 현장의 애로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강한 개성과 주도권을 지닌 대통령 곁에는 막후에서 국정을 조율하는 비서실장이 있다. 대통령의 구상을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행정부와 의회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한편, 필요할 때는 대통령에게도 직언해야 하는 자리다. 미국 역대 비서실장들의 사례에서도 국정 기획력과 협상력, 대통령의 판단에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소신이 핵심 역량으로 꼽힌다. 빌 클린턴 행정부의 두 번째 비서실장 레온 파네타는 정책 기획력을 발휘한 인물이다. 1994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한 뒤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와 저소득층 근로장려세제(EITC) 등을 겨냥한 대규모 예산 삭감안을 내놓자, 파네타는 백악관 경제팀과 함께 균형재정 달성을 위한 10년 계획을 역제안했다. 공화당의 적자 감축 요구를 수용하되 클린턴 대통령의 핵심 국정 과제였던 교육·환경 분야 투자는 유지하고 메디케어 삭감 폭은 줄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공화당의 EITC 축소안에 대해서는 저소득 근로 가구의 세 부담을 늘리는 조치라고 비판하며 여론전도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