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진통 끝에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국감장에 라 회장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증인 소환장에 강제 효력이 없는데다 라 회장이 국정감사가 끝난 후인 오는 27일에나 귀국할 예정이기 때문. 여야가 국감 증인 출석의 실효성을 확보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을 수 없어 답답해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총리실에 대한 국감에서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을 비롯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채택된 증인이 대거 불출석했다.
이 전 비서관의 경우 불출석 사유서 조차 제출하지 않았으며 일부 증인들은 "건강검진이 예약돼 있다", "풍수지리 강좌를 수강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국감장에 나오지 않았다.
입맛에 맞는 자리에는 출석하면서 껄끄러운 자리는 해외 출장을 이유로 피하는 경우도 있다.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외교통상부 특채 비리'와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회의에 참석한다는 이유로 지난 4일 열린 외교통상부에 대한 국감에 불출석했다. 이에 따라 동행명령장이 발부된 상태.
그러나 유 총재는 지난 13일 적십자사에 대한 국감에는 기관장 신분으로 출석했다. 유 총재는 오는 17일부터 21일까지 요르단에서 열리는 국제적십자연맹 아시아·태평양 지역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출국해야 해 21일로 예정된 외교부 국감에는 불출석할 예정이다.
적십자사 측은 "요르단 출국은 회의 참석 요청서가 지난 6월에 와서 8월에 참석자 등록을 했기 때문에 국감 증인 채택과는 무관하다"이라고 설명했다.
증인 출석 요구를 묵살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처벌이 이뤄지지 않거나 처벌되더라도 형량이 가볍기 때문.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증인이 동행명령을 거부할 때는 국회모욕죄가 적용돼 최대 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 고발이 있더라도 검찰 단계에서 대부분 약식 기소에 그치는 게 대부분이다. 검찰이 정식 재판에 넘긴 경우는 2006년 국감에 불출석한 이주은 당시 현대글로비스 대표와 홍사승 쌍용양회 대표, 지동혁 전 농협중앙회 차장 등 손에 꼽을만하다. 이들은 모두 불구속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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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명령에 불응한 증인에 대해 국회모욕죄를 적용해 기소한 경우는 2004년 국감에 불출석한 윤창렬 전 굿모닝시티 대표 1명 뿐이다. 그나마 이 경우도 재판부가 반드시 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법조항을 간과해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국회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을 알고 불출석 증인에 대한 형량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쉽지 않다.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는 지난 8월 국회 증인 불출석죄의 형량 상한을 징역 5년, 벌금 2000만원으로 높이는 개정안이 제출했다. 형량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은 지난 17대 국회 때도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의 발의로 논의됐지만 법제화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단순히 형량을 높이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며 "먼저 검찰이 정식 기소하는 사례를 늘리는 등 법집행을 엄정하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