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왜 엉뚱한 곳에?…'곶감 빼먹기 방지법' 추진

실업급여 왜 엉뚱한 곳에?…'곶감 빼먹기 방지법' 추진

박광범 기자
2015.04.30 05:53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the300][런치리포트-'실업급여 곳간을 지켜라①]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법정적립금조차 채우지 못해 재정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계정(이하 실업기금)'을 보호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논의가 본격화된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고용보험기금 내에 '고용복지계정'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고용보험법' 및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 했다.

현행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은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사업 계정'과 '실업급여계정'으로 구성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실업기금이다. 고용보험법상 실업기금의 법정적립금은 해당연도 지출액의 '1.5배 이상, 2배 미만'이지만 지난해 기준, 실업기금의 법정적립금은 0.6배(적립금 2조9313억원, 지출액 4조9639억원)에 그쳤다.

실업기금 재정안정성이 휘청거리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출산휴가·육아휴가 등 모성보호사업 예산이 지목된다. 실업기금의 당초 목적인 실업급여 지급 외에 모성보호사업 예산 역시 실업기금에서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7월 시행 예정인 '실업크레딧' 제도의 재원도 실업기금에서 사용하겠단 계획이어서 실업기금 재정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업크레딧이란 비자발적 실업으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구직(실업)급여 수급자들에게 국민연금 보험료의 75%(일반회계 25%+국민연금 25%+실업기금 25%)를 국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야당은 가뜩이나 실업기금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실업크레딧 재원까지 실업기금에서 사용하는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실직자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보장하겠단 실업크레딧 취지에는 야당도 공감하고 있고, 실업크레딧 관련 법안인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야당의원들의 동의하에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야당이 계속 반대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 나온 것이 고용보험기금 내에 고용복지계정을 신설하는 방안이다. 고용복지계정을 신설해 모성보호사업 및 실업크레딧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용복지계정이 신설되면 이 계정에 대한 고용보험료율은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정한다. 즉, 근로자와 사측 모두 일정부분 고용보험료를 추가 납부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고용보험위원회는 노사정 모두가 참여하는 만큼, 고용보험료율이 대폭 오를 순 없어 정부의 일반회계 지원도 뒤따라야 할 전망이다.

새누리당 역시 실업기금의 재정안정성을 우려한다. 모성보호사업 예산 지원을 위한 고용보험기금 내 '부모보험계정(가칭)'을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구체화되진 않고 있다.

대신 실업급여 부정수급자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실업기금이 새는 구멍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기준,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131억원(전체의 0.3%), 부정수급자는 2만2126명(전체의 1.8%)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모성보호사업 급여가 7401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본대책은 될 수 없다.

정부는 고용복지계정을 신설하는데 소극적이다. 지금은 모성보호사업에 따른 지출증가로 실업기금이 고용보험법에 규정된 적정규모를 준수하지 못하고 있지만, 국가재정운용계획(2014~2018년)에 따르면 재정수지 흑자 규모가 지속 증가해 실업기금도 안정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지출대비 실업기금의 법정적립금이 △2015년 0.9배 △2016년 1.2배 △2017년 1.4배에 이어 2018년 1.8배를 기록, 법정적립금을 준수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회 환노위 관계자는 "모성보호사업 예산은 실업기금의 성격과 맞지 않는데도 2001년부터 실업기금에서 지급됐다"며 "이에 따라 실업기금의 재정안정성은 크게 악화됐는데도 정부의 생각은 여전히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업기금이 목적에 맞게 사용돼 재정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도록 모성보호사업 지원을 위한 새로운 계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박광범 기자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