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런치리포트]['쇠귀에 경읽기' 결산 시정요구⑭] 상임위별 사례 종합

국민이 세금을 내고 정부가 그 돈(예산)을 쓰고 나면 국회는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점검한다. 매년 여름 이뤄지는 국회의 결산심사를 통해서다. 만약 고칠 부분이 있으면 정부에 시정을 요구한다.
문제는 시정요구 5건 가운데 1건은 아예 이행되지 않고, 이행된 것도 꼼꼼히 들여다보면 말 뿐인 경우가 적잖다는 점이다. 국회의 시정요구에도 정부가 고치지 않고 버티거나 '꼼수'로 눈속임한 사례들을 집중 분석한다.
◇ "예산 줄였다" 보고 해놓고 '꼼수'로 자금 마련
9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3회계연도 국회 시정요구사항에 대한 정부 조치결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가 예산을 목적과 다른 곳에 전용한 국토교통부에 해당 사업을 중단하라고 시정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버젓이 사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 산하인 홍천국토관리사무소는 지난해 5월 도로유지보수 사업 예산을 끌어다 청사 안전진단용역, 관사증축공사 등에 썼다. 이에 국회는 예산의 목적인 도로유지보수와 무관한 사업인 만큼 중단하라고 지난해 결산심사에서 시정요구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이를 어기고 여전히 사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예정처의 조사 결과 확인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국회가 지출을 줄이라고 요구한 사업에 대해 앞으론 예산을 줄이고 뒤로는 자금을 마련해 쓰는 '꼼수'를 부렸다.
국회는 원자력연구개발기금의 수입이 부족하다며 국제핵융합실험로공동개발사업(ITER)에 대한 지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이에 미래부는 ITER 지출액을 당초 30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깎고 국회에 시정조치를 완료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실제로 미래부는 ITER에 참여한 국내 기업이 제작·납품하는 품목에 대한 납품대금 지급 시기를 늦추는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외식 종합자금' 대출금리를 낮추라는 국회의 시정요구는 무시하고 대신 사업에 대한 예산만 1140억원 깎은 뒤 시정조치를 완료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법정부담금 요율'을 인하하라는 국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부담금 수입은 지난해 1조9493억원으로 전년 대비 오히려 1197억원(6.5%) 늘어났다.
◇ 현장도 안 가보고 12억원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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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는 국회의 시정요구를 어기고 전자정부지원 예산 2억8400만원을 당초 계획에 없던 '유엔(UN) 공공행정포럼 전시회' 경비로 사용했다. 당초 국회는 전자정부지원 예산으로 국제행사를 열 경우 관련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고 국회 심의를 거치라는 시정요구를 내렸다.
문화재청은 문화유산관광자원개발사업에 대한 실집행률을 높이라는 국회의 시정요구에는 아랑곳 않고 예산 100억원을 모두 내려보냈다. 특히 보조금이 전액 남아 이월된 경기도 시흥시의 '오이도 유적 종합정비 및 역사공원 조성 사업'에 대해서는 현장점검도 없이 서면질의 만으로 보조금 12억5000만원을 내어주기도 했다. 이 예산의 실집행률은 서울 13%, 경남 14%, 경기 15% 등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방부는 국회의 시정요구에 반해 예산의 범위를 초과한 부사관 인력을 운영하면서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인건비 부족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군인연금기금 운용수익률을 제고할 대책을 마련하라는 국회의 시정요구에도 최근 3년간 군인연금기금의 수익률은 공적연금기금 가운데 가장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정부의 재정사업 심층평가를 수행하는 출연연구기관의 사업 집행률을 끌어올리라는 시정요구를 받았지만 지난해 실집행률은 39.5%로 오히려 최근 3년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법무부는 국회의 시정요구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교도소 인건비를 끌어다 다른 곳에 이·전용했다. 국회는 지난해 결산 당시 "교도소 인건비 이·전용하지 말고 인건비를 적정편성해 잉여 재원의 부적절한 집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시정요구했다. 그럼에도 법무부는 지난해 또 교도소 공공요금 등에 인건비 74억원을 이·전용한 것으로 예정처의 조사 결과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