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인, 더 욕먹는 게 아니었다…문제는 '여자라서' 받는 공격

여성 정치인, 더 욕먹는 게 아니었다…문제는 '여자라서' 받는 공격

민동훈 기자
2026.10.05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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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혐오의 문법: 비판이 폭력이 되는 방식]⑥
美주의원 300만건 분석…여성 의원, 성별 특정 공격 남성의 2배
스웨덴·브라질 연구서도 성별 공격·SNS 활동 위축 연관성 확인

[워싱턴=AP/뉴시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15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개선문 조감도를 들고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백악관은 미국 독립 기념 250주년을 맞아 높이 250피트(약 76m)의 개선문 건립 계획을 밝혔다. 이 개선문은 링컨기념관과 알링턴 국립묘지 사이 회전교차로 안에 세워질 것으로 알려졌다. 2026.04.16. /사진=민경찬
[워싱턴=AP/뉴시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15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개선문 조감도를 들고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백악관은 미국 독립 기념 250주년을 맞아 높이 250피트(약 76m)의 개선문 건립 계획을 밝혔다. 이 개선문은 링컨기념관과 알링턴 국립묘지 사이 회전교차로 안에 세워질 것으로 알려졌다. 2026.04.16. /사진=민경찬

여성 정치인을 향한 온라인 공격은 해외에서도 공격의 양보다 내용에서 성별 차이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성에게는 성별·외모·성역할을 겨냥한 공격이 더 집중됐다. 일부 연구에서는 여성혐오 공격이 늘어난 뒤 SNS(사회관계망) 활동이 감소하거나 자기검열이 나타나는 현상도 확인됐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애니 자먼 연구원이 지난 4월 영국 정치학술지 '브리티시 저널 오브 폴리티컬 사이언스'(British Journal of Political 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 주의원을 언급한 SNS 게시물 300만건 이상을 분석한 결과 온라인 가시성이 높은 여성 의원이 받은 성별 특정 공격은 남성 의원의 약 2배였다. 연구진은 여성 정치인을 향한 공격이 남성보다 더 많아서가 아니라, 공격의 내용에서 성별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했다.

성별 특정 공격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용되는 멸칭뿐 아니라 외모, 연애·결혼 관계, 부모 역할, 성별을 근거로 한 능력 평가와 고정관념 등이 포함됐다. 가시성이 가장 높은 구간에서는 적대적 언급 가운데 젠더 요소가 포함된 비율도 여성 약 25%, 남성 약 15%로 벌어졌다. 연구진은 여성 정치인이 받는 온라인 공격을 분석할 때 단순한 공격 건수뿐 아니라 공격에 성별이 어떻게 동원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여성 의원이 온라인 공격을 더 자주 받은 것은 아니지만, 성별이나 성적 내용을 담은 공격에는 훨씬 더 많이 노출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웨덴 웁살라대 요세피나 에릭손·산드라 호칸손·세실리아 요세프손 연구팀이 2021년 '퍼스펙티브스 온 폴리틱스'(Perspectives on Politic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16년 스웨덴 국회의원 349명 가운데 287명을 조사한 결과 온라인 공격을 한 차례 이상 경험한 비율은 남성 93%, 여성 95%로 큰 차이가 없었다. 직접적인 위협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오히려 남성 78%, 여성 67%로 남성이 높았다.

그러나 공격에 성별이나 성적 내용이 포함되는지를 따지자 결과가 달라졌다. 이런 댓글을 한 차례 이상 받은 비율은 여성 의원 79%, 남성 의원 46%였다. 연구진은 남성 의원이 주로 '정치인'으로서 공격받은 반면, 여성 의원은 정치적 역할과 함께 '여성'이라는 점 자체가 공격의 소재가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고 분석했다. 심층 인터뷰에서도 여성 의원들이 남성보다 SNS에 올릴 내용을 더 조심하거나 특정 주제를 피하는 등 스스로 표현을 제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여성 정치인에 집중된 '성별 공격' 연구 사례/그래픽=김지영
여성 정치인에 집중된 '성별 공격' 연구 사례/그래픽=김지영

온라인 여성혐오 공격이 늘어난 뒤 여성 후보자의 실제 SNS 활동이 줄어드는 현상도 관측됐다. 독일 뮌헨공대(TUM) 루이제 코흐 등 연구진이 학술지 '인포메이션, 커뮤니케이션 앤 소사이어티'(Information, Communication & Society)에 발표한 연구는 2022년 브라질 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 445명과 관련한 트윗 1000만여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전 주의 여성혐오 공격이 늘어날수록 다음 주 후보가 직접 올리는 트윗 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여성혐오 공격을 일정 수준 이상 받은 여성 후보 143명을 따로 분석해 한 주 동안 받은 공격량과 다음 주 직접 올린 트윗 수의 변화를 비교했다. 후보별 분석에서는 94%에서 여성혐오 공격이 많았던 주일수록 다음 주 트윗 활동이 줄어드는 방향이 나타났다. 전체 후보를 합친 통계분석에서도 공격 증가 이후 게시량이 감소하는 관계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다만 후보들이 해당 공격을 실제로 읽었는지, SNS 활동을 다른 플랫폼이나 오프라인 활동으로 옮겼는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어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단정하지 않았다.

여성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국제 조사에서도 온라인 폭력 이후 '자기검열' 현상이 나타났다. 유네스코(UNESCO)와 유엔여성기구(UN Women), 국제언론인센터(ICFJ) 등이 발표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조사에 참여한 여성 언론인·미디어 종사자의 45%가 온라인 폭력을 피하기 위해 SNS에서 자기검열을 한다고 답했다. 업무 과정에서 스스로 표현을 제한한다는 응답도 약 22%였다. SNS 자기검열 응답은 2020년 30%에서 2025년 45%로 높아졌다.

한국여성의정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에 "핵심은 여성 정치인이 남성보다 더 많은 비난을 받느냐가 아니라, 정치적 비판 과정에서 성별과 외모, 성 역할이 공격의 소재로 동원되느냐"라며 "해외에서도 이런 성별화된 공격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일부 연구에서는 SNS 활동 감소나 자기검열과의 연관성까지 나타난 만큼 단순한 악플 문제가 아니라 공적 발언 환경의 문제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사방법]

이번 조사는 머니투데이와 한국여성의정이 공동으로 (주)옥소폴리틱스에 의뢰해 진행했다. 2026년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총 92일 간 유튜브 정치 콘텐츠에 달린 댓글 총 4만4656건을 AI(인공지능) 툴을 활용해 전수분석했다. 남녀 격차 배수는 국회의원과 기자 총 32인을 16쌍으로 묶어 각 쌍별 대조해 계산했다. 사생활 비판, 2차 피해 여지가 있는 댓글 등은 제외했다. 자세한 내용은 조사방법 기사(☞[어떻게 조사했나]4만4656건 댓글 AI 분석…비교는 조건 맞춘 남녀 쌍으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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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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