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聽
검찰과 법조계의 변화, 수사 환경의 어려움, 예산과 인사 문제, 마약·디지털 범죄 등 다양한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룹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사회적 파장까지 균형 있게 전달합니다.
검찰과 법조계의 변화, 수사 환경의 어려움, 예산과 인사 문제, 마약·디지털 범죄 등 다양한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룹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사회적 파장까지 균형 있게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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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룰이요? 옛날에나 그랬죠. 요즘은 언제 영장이 나올지 몰라서 다음 날과 그다음 날까지 시간을 빼놓을 수밖에 없어요. " 재경지검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가 최근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가 늦어지고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게 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몇 년 전만 해도 검찰과 법원에는 '오후 4시 룰'이라는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했다. 오후 4시 전에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이 당일에 발부여부를 결정하고 4시가 넘으면 그다음 날 결정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룰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검찰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영장 발부시점을 예측하기 점점 어려워지면서 수사팀의 스텝이 꼬이고 치밀한 수사가 더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수사1부장)은 지난 8월1일 티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 관련 큐텐 사무실 등 10곳에 검사와 수사관 80여명을 보내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펼쳤다. 이 압수수색을 위한 영장은 청구 다음 날 발부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수사팀이 전날 준비를 모두 마쳤지만 사흘 뒤 발부돼 혼선이 빚어졌다.
역대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을 얘기할 때 늘 따라붙는 정책이 형사부 강화였다. 공안, 특수부서 검사를 최소화하고 민생범죄를 맡는 형사부 인력을 보충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치권과 기업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 슬그머니 특수통 검사들이 약진을 하고 형사부 강화는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 되기 일쑤였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형사부의 인력, 조직을 대폭 강화하겠다", "개선방안이 구호에 그치지 않게 하겠다"고 밝힌 게 검찰 안팎에서 새삼 주목받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심 총장은 이달 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형사부 검사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검찰의 수사지연, 장기미제사건 증가 문제의 해결책으로 '형사부 강화'를 언급했다. 일선 형사부 검사들의 현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검찰에는 매년 40만건이 넘는 고소·고발 건이 접수되고 사건들 대부분이 형사부에 배당된다. 형사부 검사 1명이 매달 배당받는 사건은 100건이 넘는다. 검사들 표현으론 사건을 '쳐낼 수밖에 없는
"통상 정권 하반기에는 기업 수사가 줄어드는데 최근엔 오히려 그동안 잠잠했던 대기업 수사가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들립니다." 한 대형 로펌에 소속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심우정 검찰총장 취임 직후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에 구승모 광주고검 차장검사(사법연수원 31기)가 임명된 것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대검 반부패부장은 일선 검찰의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자리다. 구 부장은 2019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으로 근무했을 당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이해욱 DL그룹 회장을 잇따라 기소했던 전력이 있다. 조 회장은 2022년 항소심에서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고 이 회장은 지난해 대법원에서 벌금 2억원이 확정됐다. 세간에선 구 부장을 정통파 특수통보다 기획통 검사로 분류하지만 공정거래 분야에서 쌓은 이력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를 대기업 수사 신호탄으로 보기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심 총장의 취임사도 의미심장하다. 심 총장은 "검찰의 직접 수사 역량을 국가의 근간
"부장 바로 아래에 2년차 한 명 있는 상황에서 수사가 되겠습니까. 조직 유지도 쉽지 않은 상황 아니겠습니까. " 서울 일선 검찰청에 근무하는 A부장검사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최근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에 한문혁 부장검사와 소위 '작초'(작년초임)로 불리는 2년차 검사 한명이 배치된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동부지검에서 조세·금융범죄를 전담하는 형사5부에는 검사직무대리(수사관)가 1명 있지만 수사지원 역할에 그칠 뿐이기 때문에 수사는 부장검사와 평검사 1명이 해야 한다. A부장검사는 "소도시도 아니고 서울 내 검찰청에서 평검사 인력 부족이 단적으로 드러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부장검사 아래로는 보통 부부장검사나 숙련된 중견 검사가 있다. 부장검사의 지시에 따라 후배 검사들을 아우르고 업무와 관련한 세세한 사항을 알려주고 챙기는 것이 이들 '허리'의 역할이다. 부서별로 검사 정원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부서당 부장검사 아래로 검사 4~5명을 두는 게 일반적이다.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에
통화내역이 아닌 가입자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데 꼭 영장이 필요할까. 영장주의가 도입되면 제대로 심사가 이뤄지고 수사에 차질은 없을까. 야당 의원과 언론인을 상대로 한 검찰의 통신이용자정보 무더기 조회가 던지는 질문들이다. 사찰이냐 아니냐는 질문을 넘어 짚어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통신수사는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 수사기관이 취득한 번호의 이름·주민등록번호·주소·가입일·해지일 등을 통신사로부터 제공받는 통신이용자정보와 당사자가 누구와 언제 어디에서 통화했는지 등 구체적인 통신기록이 담긴 통신사실확인자료, 감청으로 알려진 통신제한조치, 이메일과 메시지 내용 등 송수신이 완료된 전기통신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구분된다. 이 중 통신이용자정보는 현행법에서 법원의 영장 발부 없이 수사기관이 조회할 수 있는 자료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도 그동안 판례를 통해 수사기관이 통신사에 통신이용자정보를 요청하는 것은 강제력이 개입되지 않은 임의수사에 해당돼 영장 없이도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대검찰청에 따
"결승선 앞에 선 검찰총장의 발을 걸어버린 게 아니냐. " 지난 5월 단행된 검찰 고검장·검사장 인사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인사 패싱' 논란이 일었을 때 한 검사장의 평가였다. 이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라고 지시한 직후 단행된 인사였다.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휘하 차장검사들, 대검찰청 간부 대부분이 교체되면서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했던 이 총장의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5월 인사로 지도부가 교체된 서울중앙지검이 두 달 만에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 총장에게 사전보고 없이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김 여사를 소환조사해 또 한 번 '총장 패싱' 논란이 벌어졌다. 이 총장은 "법 앞에 예외도, 성역도, 특혜도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대검 감찰부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누가 검사를 하려고 하겠습니까. 후배 검사들이 선배들 탄핵(소추) 당하는 걸 보고 줄줄이 짐을 쌉니다." 7일 한 검찰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등 야당 인사 수사를 맡은 검사 4명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면서 검찰 내부에서 자괴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저연차 검사의 동요가 크다고 한다. 수도권 지역 한 부장검사는 "검사는 밀행성이 필요한 수사를 하는 사람들인데 탄핵으로 '좌표'가 찍히면 이름과 얼굴, 신상이 낱낱이 공개되는 것"이라며 "후배들 사이에서 '몇 달 간 잠도 못 자고 수사해서 직무정지되면 누가 수사하려 하겠냐'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국회의 검사 탄핵소추가 처음은 아니지만 검찰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개인 비리 의혹이 아니라 정치권 인사에 대한 수사 방식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지난 4·10 총선에서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하며 '여의도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이 이번 탄핵의
"서울서부지검에서 들고 있는 의료계 리베이트 '캐비닛' 사건이 꽤 될 겁니다." 최근 당국의 대대적인 의료계 리베이트 의혹 수사를 두고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27일 이렇게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이 불법 리베이트 등 의료계의 뿌리 깊은 관행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가운데 검찰의 수사 개시도 임박했다는 얘기다. 경찰은 고려제약 리베이트 의혹으로 이미 의사 14명을 입건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또다른 제약사가 의사들을 상대로 불법 로비를 벌인 정황을 잡고 경기 안양시의 한 종합병원을 압수수색했다. 경찰 수사는 올초부터 이어진 의사들의 집단휴진 사태와 맞물린다. 서울대병원이 지난 17일부터 5일간 휴진을 강행했다가 중단했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깊어질대로 깊어진 상태다. 보건복지부가 공정위에 의료계의 집단 휴진을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신고하면서 공정위는 지난 19일부터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복지부 신고를 바탕으로 집단휴진과 관련한 의료법상 진료거부 혐의로 의사 5명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른바 '랭킹조작' 사건 관련 쿠팡과 PB(자체브랜드)상품 자회사인 씨피엘비(이하 쿠팡)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이 최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상혁)에 배당되면서 법조계에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가 유통업체에 매긴 과징금 중 역대 최고액인 1400억원을 부과하는 등 대형사건임에도 굵직한 재계 사건을 도맡아 온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용식)에 배당되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는 것이다. 2015년 출범한 공조부는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며 기업수사를 전담하는 부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중앙지검 반부패부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을 향한 전방위적인 정치수사를 벌이던 중에도 공조부는 기업총수들을 줄수사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해 3월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을 구속할 때는 재계가 들썩이기도 했다. 2022~2023년 당시 공조부를 이끌었던 이정섭 부장검사(현 대전고검 검
"이달 3일자로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 이후 기업마다 신임 보직 차·부장들 성향이 어떤지 파악해달라는 요청이 많습니다. ○○지검 반부패수사부·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까칠한 성격인지, 첫 지시로 뭘 주문했는지 이런 정보에 관심이 쏠리는 거죠." 23일 한 대형로펌 변호사의 말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특히 올해 4·10 총선 전후로 뜸했던 검찰의 기업 수사가 어떻게 될지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이어지면서 뒷전으로 밀린 기업 관련 수사를 언제까지 미뤄두기만 하겠냐는 불안감이 이런 관측을 부채질한다. 총선이 지나면서 윤 정부 임기가 중반으로 들어선 만큼 검찰이 올해 안에 기업 수사로 초점을 옮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변호사는 "때마침 검찰 주요보직 간부가 잇따라 교체되면서 기업에서는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다들 상황 파악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관심은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
"예전 같으면 정말 민감한 사건도 6개월 안에 다 끝냈다. 요즘 검사들은 밤은 새나 모르겠다." 검찰 고위직을 지낸 서초동의 한 변호사가 지난 10일 검찰의 사건처리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꺼낸 얘기다. 여야 정치인이 얽힌 민감한 정치사건뿐 아니라 일반 형사사건도 검찰이 너무 오래 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사지연에 대한 지적이 나온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문제는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는 데다 좀처럼 해소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장의 인식은 어떨까. "전두환, 노태우 구속해서 수사하는 데 딱 49일 걸렸다. 지금은? 같은 수사하면 2년은 넘게 걸릴 것이다." 수도권 지역에 근무하는 A부장검사의 얘기다. 한마디로 '예전엔 안 그랬는데'는 요즘 상황이 어떤지 몰라서 하는 답답한 말이라는 얘기다. 옛날 얘기를 하기엔 수사환경이 바뀌어도 너무 많이 바뀌었다는 억울한 심경이 절절하게 배어난다. 현직이든 전직이든 사실 검찰 출신은 다 아는 얘기다. 컴퓨터를 현장에서 통째로 뜯어
과거 증거의 왕이 '자백'이었다면 이제는 디지털정보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디지털은 우리가 어딜 가고 무엇을 검색하고 어디에 돈을 썼고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다. 디지털정보는 단순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이메일을 보는 것도 스마트폰이 아닌 클라우드에 저장된 정보를 잠시 불러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단순 전달자로서 기능만 한다.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기관은 이 형체가 없는 '디지털정보'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이지만 번번이 '위법' 논란에 휩싸인다. 법령과 판례가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에는 2011년 7월 디지털증거 압수수색 규정이 신설됐다.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인 경우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해 출력하거나 복제해 제출받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후 12년이 흘렀지만 압수수색 대상과 범위를 놓고 통일된 기준이 없다고 수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만으로 휴대전화에 연결된 서버자료를 압수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은 지난해 6월에서야 처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