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기고
상속·증여, 세금, 이혼 등 실생활과 밀접한 법률 이슈와 최신 판례, 조세정책 변화, 가족·부부 문제 등 다양한 사례를 전문가 시각에서 쉽고 깊이 있게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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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과 자주 가는 아시안푸드 체인점이 있다. 처음 몇 번 갔을 때 음식을 좀 많이 시켰더니 그 이후로 그 식당 매니저가 날 알아보고 갈 때마다 나를 챙긴다. 주문하지도 않은 요리를 서비스로 준다든가 음료수를 주기도 한다. 서비스로 주는 요리들은 내가 거의 시키지 않는 메뉴인데, 막상 먹고 보니 맛이 좋아 그 뒤로 그 메뉴를 자주 찾게 되었다. 매니저가 그렇게 친절하게 해주니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원들도 내가 가면 친절하게 서빙해 주었다. 그래서 의뢰인들과도 같이 그곳을 자주 찾게 되었다. ◇ 단골, 늘 정해 놓고 거래하는 곳 그런데 어느 날, 그 음식점을 갔는데 매니저를 비롯해서 아르바이트 멤버들이 모두 바뀌어 있었다. 물어보니 다른 지점 오픈하는 곳이 있어 본사의 지시로 매니저를 비롯한 정예멤버들이 그곳으로 모두 옮겨갔다는 것이다. 왠지 마음이 휑한 느낌…. 새로운 매니저는 나를 그냥 다른 손님과 똑같이 대했고 이는 아르바이트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왠지 그 동안 쌓아놓은 신뢰의 마
어머니가 아랫배에 통증을 느껴 종합병원에 진찰받으러 갔을 때 일이다. 컴퓨터단층 촬영(CT) 결과지를 내려다보던 의사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퉁명스레 이것 저것 물어보는데 어머니와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건가?' 그렇다고 그 의사는 특별히 어떤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료 내내 계속 떨떠름한 표정이어서 진료를 마치고 나오던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간호사에게 물어봤다. "의사 선생님께서 표정이 안 좋으시던데, 어머니 상태가 심각한가요?" 그러자 간호사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원래 선생님이 좀 무뚝뚝하신 편이에요. 저희에게도 그러시는걸요. 너무 걱정 마세요"라고 대답했다. 순간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나는 이날 이후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의뢰인들과 상담하면서 최대한 웃는 낯으로 대하고 상담이 끝날 즈음에는 힘이 될 만한 덕담을 하기로…….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오는 분들 마음은 하나같이 편치 않다. 극도로 긴장된 상태에서 의뢰인들은 상
"그 사람은 도저히 이해도 안 되고 용서도 안 됩니다. 변호사님,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응징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하루에도 3~4차례 진행되는 회의에서 의뢰인들은 격한 감정에 휩싸여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상대방에 대한 날선 공격을 요청한다. 대부분의 법률분쟁은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에 발생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계약'으로 결합된 경우다. ◇ "변호사, 영화 상영 중간에 들어간 관객가 같아" 계약은 결코 아무하고나 체결하지 않는다. 보통은 계약을 체결할 때 '과연 내가 저 사람과 계약을 해도 될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여러 경로를 통해 상대방을 체크한 후 신중하게 결정한다. 그리고 계약문구도 세심하게 따진다. 그렇게 신중하게 고른 사람과 결국에는 의견이 대립되고 급기야 소송에까지 이른 것이다. 3시 영화를 보러 갔는데, 차가 막혀 결국 3시40분에 영화관에 들어가게 됐다. 이미 이야기는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 주인공은 상대방에게 욕을 퍼붓고 마구 폭행을 가한
지난 주에는 여주교도소와 안양교도소, 서울구치소 접견을 다녀왔다. 형사사건 1건은 민사사건 3~4건과 맞먹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형사 사건이야 말로 진정한 변호사로서의 내공을 쌓을 수 있는 분야다. 구속사건의 경우 의뢰인에 대한 감정적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아무리 사회에서 '잘 나가던' 사람이더라도 막상 인신이 구속되는 상황이 1달 이상 계속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누구라도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다. ◇ 구속된 피의자 심리상태 변화…분노→부인→자기반성 구속된 피의자들이 처음 겪는 심리 상태는 '분노'(1단계)다. 그것이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든, 아니면 자기를 고소한 사람에 대한 분노든, 끓어 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나 공격적이 된다. 평안하게 이야기를 하다가도 갑자기 감정이 격해져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그로부터 조금 시간이 흐른 다음에 찾아오는 심리상태는 '부인(否認)'(2단계)이다. '내가 한 행위가 어떻게
변호사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패소에 따르는 의뢰인의 불만제기이리라. 항상 승소만 하면야 좋겠지만 어디 그럴 수 있는가. 소송은 살아있는 생명체라고들 한다. 의외의 상황들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의뢰인이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거나 부주의하게 빼먹었던 내용들이 상대방을 통해 제기되고 그것이 재판 결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변호사가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소송 진행 중에 돌발사태가 발생했는데 의뢰인과 아무런 접촉 없이 계속 사건을 진행했다가 패소하게 되면 의뢰인은 변호사에게 불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물론 변호사는 "사장님이 제대로 설명을 안 해서 그런 거예요"라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의뢰인은 "비전문가인 내가 어떻게 압니까? 중간중간 필요한 내용들은 나에게 요청을 했어야죠?"라며 항의한다. 의뢰인은 항상 소송의 진행과정이 궁금하다. 하지만 전문가인 변호사에게 맡겨 두었기에 '무소식은 희소식'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랬는데 한참이 지난 후에 "패소했습니다"라
돈을 빌렸다. 정해진 기간에 돈을 갚지 못한다면? 이자를 주면 될 것이다. 하지만 채권자가 원하는 것은 이자 따위가 아니다. 채무자의 가슴 살 1파운드. 채권자는 채무자의 목숨을 원하고 있다. 채무자는 주춤한다. 하지만, 어차피 한 달 후면 엄청난 상품을 실은 배가 들어올 것이므로 충분히 갚을 수 있다. 차용증에 서명하는 채무자. 하지만 채무자의 배는 풍랑을 만나 침몰했다는 암울한 소식이 전해지고 정해진 변제기한은 지나버렸다. 채권자는 차용증에 기해 소송을 제기한다. 약속대로 살 1파운드를 받아가겠노라고. ◇ "약속을 지키는 게 이 사회정의 아닙니까" 채무자의 친구는 법정에서 대신 사정한다. 원금의 3배, 아니 10배라도 주겠노라고. 채권자는 그 제안을 거절한다. 당초 약속대로 법이 집행되기를 원한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이 사회의 정의 아닙니까!"라고 강조하면서.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은 유쾌한 이야기 속에 '계약'에 관한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 안토니오는
대부분의 민사분쟁은 계약 때문에 발생합니다.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 분쟁이 생기는 확률보다는, 잘 아는 사람 사이, 그것도 보통 잘 아는 것이 아니라 같이 무언가를 도모해보자고 의기투합해 계약서까지 체결한 사람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는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계약서까지 작성하고 일을 진행하는데도 왜 그리 분쟁이 많이 발생할까요? 저는 수많은 계약 분쟁을 보면서 불교에서 말하는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떠올려 봅니다. 무상(無常). 그 단어의 뜻은 '끊임없이 변화하기에 항상 같을 수는(常) 없다(無)'입니다. 불교에서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이란 명제로 무상을 설명합니다. 현실세계 모든 것은 매순간마다 생멸(生滅) 변화하고 있기에, 거기에는 항상불변(恒常不變)한 것은 단 하나도 존재할 수 없음이 현실의 실상(實相)이라고 봅니다. 이렇듯 일체가 무상한 데도, 미욱한 인간은 언제나 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의 건강이, 나의 재산이. 상대방의 마음이 항상 지금처럼 그대로 있기를 바랍
의뢰인들은 회의를 하러 와서 ‘무엇(What)’이나 ‘어떻게(How)’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업자가 A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요?’라고 묻는다면 ‘How의 접근’, ‘동업자가 A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내용증명을 보내주시고, 형사고소를 진행해 주세요’라고 한다면 ‘What의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저는 항상 ‘동업자가 왜 A행동을 할까요?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Why)을 던집니다. 때로는 집요하게 그 질문을 던집니다. 의뢰인은 제 질문을 듣고 한참을 생각한 후 ‘제 생각에는 OO한 이유 때문에 동업자가 OO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라는 답을 합니다. 때로는 제가 대략 전후 사정을 들어본 후 ‘제가 볼 때는 동업자가 OO한 마음이 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되묻기도 합니다. 분쟁 상대방이 ‘왜(why)’ 적대적이거나 비협조적으로 바뀌었는지를 알게 되면 문제의 실마리가 보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