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여성들 뒤에서 음란행위를 한 남성이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돼 검찰에 넘겨졌다. 피해 여성들은 큰 충격을 호소하고 있지만 경찰은 남성을 공연음란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왜 피해자 바로 뒤에서 음란행위를 했음에도 강제추행죄는 성립하지 않는 것일까.
지난 8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는 지난달 31일 친구와 함께 PC방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20대 초반 여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지난달 31일 오후 한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A씨와 친구는 뒤편 좌석에 앉은 남성 B씨가 자신들을 계속 쳐다보는 것 같아 수상함을 느꼈다. A씨는 휴대전화를 세워두고 주변 상황을 촬영했고, 귀가 후 영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발견했다.
영상에는 B씨가 A씨와 친구의 자리 바로 뒤로 의자를 끌고 온 뒤 다른 의자를 가림막처럼 세워놓고 음란행위를 하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 있던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사건은 공연음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런데 A씨는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피해자'가 아닌 '신고인'으로 분류됐다는 설명을 들었다. A씨는 자신이 직접 정신적 충격을 겪었음에도 피해자가 아닌 신고인으로 분류되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도 A씨가 그런 일을 당했는데 왜 피해자가 아니냐, 강제추행죄는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뭐냐는 등의 의문이 제기됐다.
공연음란죄는 형법에 규정된 범죄로,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죄는 특정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보다는 공공장소에서의 건전한 성풍속과 사회 일반의 성적 도덕관념을 보호하기 위한 범죄로 분류된다.
반면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 성립한다. 법정형 역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공연음란죄보다 훨씬 무겁다. 보호법익도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 여성들이 상당한 불쾌감과 공포를 느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알려진 내용만 놓고 보면 신체 접촉이나 이에 준하는 행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직접적인 접촉 없이 공개적으로 신체를 노출하거나 음란한 행위를 한 것만으로는 일반적으로 공연음란죄가 적용된다.
다만 공연음란죄가 적용된다고 해서 피해 여성들이 아무런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A씨는 사건 이후 비슷한 복장이나 모자를 쓴 남성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의 불안감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런 경우 형사처벌과 별개로 B씨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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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은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연음란 행위로 인해 정신적 충격이나 성적 수치심을 겪었다면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다. 실무상 위자료 액수는 행위의 정도와 반복성, 피해자의 연령, 가해자와 피해자의 거리, 피해 이후 정신적 고통의 정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계정환 변호사(위솔브 법률사무소)는 "이번 사건과 같이 1회성 공연음란 행위이고 피해자가 성인이며 특별한 가중 요소가 없는 경우에는 위자료가 100만원 내외에서 인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피해자가 여러 명이거나 가해자가 피해자 바로 뒤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등 근접성이 강한 경우, 또는 정신과 진료·상담 치료를 받을 정도로 피해가 구체화된 경우 300만~500만원 수준의 위자료가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하급심에서는 공연음란 행위와 강제추행이 함께 인정된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5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령한 사례도 있다"면서 "공연음란죄는 법적 구조상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는 범죄로 취급되지만 실제로는 특정인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민사상 위자료 청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