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들 여권 뺏은 전북 지자체…"도망 못가게" 해명 논란

외국인 노동자들 여권 뺏은 전북 지자체…"도망 못가게" 해명 논란

전형주 기자
2026.09.22 09:08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전북 정읍시가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도주를 막겠다며 여권 수십 개를 보관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외국인 등록을 위해 제출한 여권을 넉 달 넘게 돌려받지 못한 근로자도 있었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자료 사진. /사진=뉴스1
전북 정읍시가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도주를 막겠다며 여권 수십 개를 보관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외국인 등록을 위해 제출한 여권을 넉 달 넘게 돌려받지 못한 근로자도 있었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자료 사진. /사진=뉴스1

전북 정읍시가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도주를 막겠다며 여권 수십 개를 보관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외국인 등록을 위해 제출한 여권을 넉 달 넘게 돌려받지 못한 근로자도 있었다.

22일 SBS에 따르면 지난 5월 초 필리핀에서 입국한 계절근로자 카렌(가명)씨는 입국 첫날 정읍시에 여권을 제출했지만 이후 넉 달이 넘도록 돌려받지 못했다.

시 관계자는 여권 보관 근거로 필리핀 지자체와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들었다. 그는 "필리핀에서 요구했다. MOU 조건에 그게 들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취재진이 협약서를 보여달라고 하자, 관계자는 MOU에 해당 내용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과거 계절근로자들이 작업장을 이탈하는 사례가 많아 이를 막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며 "여권은 출국할 때 필요하지 않느냐. 그동안 저희가 여기서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주도 "만약 여권이 있었으면 아무 말 없이 도망갔을 것 아니냐"며 "오히려 시청에 맡겨놓는 게 더 나았다는 결론"이라고 거들었다.

시 측은 현장에 출동한 법무부 출입국 조사관이 "여권을 지금 주셔야 한다"며 반환을 요구하자 그제야 보관하던 여권을 가져왔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 자료 사진. /사진=뉴스1
외국인 계절근로자들 자료 사진. /사진=뉴스1

여권을 소지하지 못하게 하거나 반환 요구를 거절하는 행위는 정부가 인신매매 피해자를 식별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다. 법무부가 마련한 계절근로자 인권 실태 점검 지표에도 여권을 빼앗겼는지 확인하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정읍시는 지난 5월 말 계절근로자 인권 실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근로자들의 인권 침해 여부를 살펴야 할 지자체가 정작 이들의 여권을 돌려주지 않고 있었던 셈이다.

시 관계자는 "이 근로자분이 성실하게 일을 했으면 여기(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기복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인권 실태 체크리스트가 있다"며 "그것만 해봐도 자기들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렌씨와 함께 정읍시로 온 계절근로자는 160여명이다. 정읍시는 업무상 미숙으로 근로자 60여명의 여권을 보관했다며 SBS 취재 이후 모두 돌려줬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전형주 기자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