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려고" 전세 갱신 거절 후 '1.6'억 올려 세 줬다…대법 판단은?

"내가 살려고" 전세 갱신 거절 후 '1.6'억 올려 세 줬다…대법 판단은?

정진솔 기자
2026.10.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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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마련 정당한 사유 아냐"

대법원 청사
대법원 청사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전세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한 뒤 갱신 기간내 다른 사람에게 아파트를 임대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른 임차인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는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의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판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라 B씨는 약 3079만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게 됐다.

A씨는 2020년 9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서울 서대문구 한 아파트를 보증금 6억6000만원에 임차했다. 계약 만료를 앞둔 2022년 5월 계약갱신 의사를 밝혔지만 B씨는 본인이 직접 거주할 것이라며 거절했다.

B씨는 A씨가 나간후 2022년 9월 해당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이듬해 2월 입국해 2024년 4월까지 실거주했다. B씨는 2024년 2월 다른 사람과 해당 아파트를 보증금 8억2000만원에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2024년 4월 시작해 2026년 4월까지 2년간이었다.

이에 A씨는 계약갱신을 했다면 본인이 거주할 수 있던 2024년 9월 이전에 B씨가 다른 사람에게 아파트를 임대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주택임대자보호법상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의 기준이 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임차인은 한 차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할 수 없다. 임대인이나 직계존속·직계비속이 실거주하는 경우엔 거절할 수 있다. 이후 갱신됐을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전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주택을 임대했다면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B씨는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아파트에 실제 거주했으며, 또 다른 부동산의 임차인 6명이 동시에 보증금 반환을 요구해서 자금 마련을 위해 불가피하게 아파트를 임대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임대인인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전세사기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면서 6명의 임차인이 한꺼번에 보증금 반환을 요구한 건 예측하기 어려운 사정이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판단을 뒤집고 B씨가 3079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6개 호실의 반환채무는 B씨가 갱신 거절할 당시 이미 성립된 채무로 계약기간이 끝날 무렵인 2024년 2월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B씨의 기대에 반하는 상황이 형성됐다고 해 이를 예측 불가능한 사정변경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제3자 임대차 계약이 보증금 마련을 위해 여러 수단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지 불가피한 사정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B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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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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