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회사 동료의 결혼식 축의금을 얼마 내야 할지 묻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평소 동료 결혼식에 참석하면 10만원, 참석하지 않으면 5만원을 낸다고 했다. 그런데 결혼을 앞둔 동료의 청첩장 모임에서 1인당 5만원 상당의 식사를 대접받자 기존 축의금에 식사비까지 더해 15만원을 내야 하는지 궁금해했다.
#2.또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결혼식 식대 차이 때문에 축의금 액수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자신의 결혼 당시 하객 식대가 8만원대였고, 청첩장 모임에서도 지인들에게 1인당 5만원 상당의 식사를 대접했지만 축의금으로는 1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초대받은 지인의 결혼식 식대가 18만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혼을 앞두고 지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청첩장 모임'이 보편화하면서 축의금을 둘러싼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예비부부는 여러 차례 식사를 대접하는 비용이 부담이고 초대받은 사람들은 식사비까지 고려해 축의금을 더 내야 하는지 따지는 모습이다.
청첩장 모임 평균 10.8회…예비부부도 하객도 부담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지난 8월 25~39세 기혼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7%가 공식적이거나 소규모 형태의 청첩장 모임을 가졌다고 답했다. 신랑과 신부 양측 모두 모임을 진행했다는 응답이 57.8%로 가장 많았고, 모임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8.6%에 그쳤다.
청첩장 모임을 진행한 응답자들의 평균 모임 횟수는 10.8회였다. 참석자 1인당 지출액은 3만원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모임을 여러 차례 진행하는 만큼 식사비뿐 아니라 참석 인원을 정하고 일정을 조율하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하객도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청첩장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별도로 시간을 내야 하고, 결혼식 당일에는 축의금까지 지출해야 한다. 특히 식사를 대접받은 경우 기존에 생각했던 축의금보다 더 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가연의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청첩장 모임이 예비부부에게 부담을 준다는 응답이 61.3%로 나타났다. 별도로 시간을 내야 한다는 응답은 36.9%, 식사 대접을 받으면 축의금을 더 내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럽다는 응답은 33.1%였다. 복수응답을 허용한 결과다.
결혼식 식대 상승도 축의금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서울 지역 예식장의 1인당 식대 중간가격은 8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7만7000원)보다 3.9% 올랐다.
축하의 표시인데…식사비까지 따지는 축의금
전문가들은 청첩장 모임과 축의금을 둘러싼 고민을 인간관계에서도 경제적 균형을 따지려는 인식과 연결해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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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섭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사무국장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현상을 '대칭적 호혜성'의 관점에서 설명했다. 대칭적 호혜성이란 상대방에게 받은 만큼 돌려주려는 상호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한 사무국장은 자본주의적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인간관계에서도 경제적 손익을 따지는 경향이 강해졌고, 이러한 인식이 결혼식과 청첩장 모임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식사를 대접받은 사람이 축의금을 더 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 역시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며 "이 같은 현상이 단순한 경조사비 부담을 넘어 인간관계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는 사회 전체적으로 결혼의 문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결혼 비용을 최소화하는 문화가 정착하고,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