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를 살해한 자녀를 일반 살인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13년전에도 같은 조항에 같은 결론을 냈다.
헌재는 22일 직계존속을 살해한 사람을 가중처벌하도록 한 형법 제250조 제2항에 대해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현행 형법은 사람을 살해한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부모 등 직계존속을 살해한 경우는 이보다 형량이 무거운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했다.
사건은 아버지를 돌보던 아들이 처방약과 치료식, 물 등을 제공하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아버지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아들은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돼 판결이 확정됐다.
아들은 상고심 과정 중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별도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존속살해를 일반 살인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일반적인 인간관계와 구별되는 특별한 유대와 신뢰관계가 형성되며 부모를 살해하는 행위는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족공동체의 기반이 되는 관계까지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에 따라 가중처벌할 경우 형량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집행유예 선고가 제한된다는 점도 문제로 인정하지 않았다. 존속살해죄는 법정형의 하한이 높아 정상을 참작한 감경만으로는 징역 3년6개월 미만의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집행유예를 선고하려면 원칙적으로 징역 3년 이하의 형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헌재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책임을 줄일 만한 사정이 있다면 법률상 감경 등을 통해 책임에 맞는 형을 정할 수 있다면서 존속살해죄 규정의 가중처벌이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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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마은혁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존속살해 범죄라고 해서 모두 비난 가능성이 같은 것은 아니며 오랜 기간 부모의 폭력이나 학대에 시달리다 범행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모에게 학대당한 자녀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는 과정에서 부모를 살해한 경우까지 존경과 보은이라는 가치를 근거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13년전인 2013년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같은 조항에 대해 책임과 형벌간의 비례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