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자를 직접 구타하고도 솜방망이 처벌로 공분을 샀던 일본 스모의 전설 테루노후지 하루오(34)에 대해 일본스모협회가 뒤늦게 현장 점검에 나섰다. 하지만 실질적인 징계 대신 현장 지도라는 모양새만 갖추고 있어 사실상 보여주기식 행정인 분위기다.
일본 매체 '교도 통신'은 3일 "일본스모협회의 사도가타케 준법감시부장은 지난 2일 테루노후지의 이세가하마 도장을 방문해 지도 현장을 직접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찰은 지난 2월 테루노후지가 술자리에서 제자 하쿠노후지를 폭행해 2계급 강등과 감봉 처분을 받은 것에 따른 후속 조치다. 테루노후지는 협회를 통해 "하쿠노후지가 술자리에서 기업 스폰서 직원 여성을 성추행해 교육 차원에서 주먹과 손바닥으로 뺨을 한 차례씩 가격했다"며 "계속된 술버릇 때문에 제자를 교육하려 했던 것"이라고 증언했다. 당시 협회는 테루노후지가 제자를 직접 가격했음에도 악질적이지 않다는 황당한 논리로 도장 주인 자리를 유지시켜, 과거 폭행 방관죄로 도장 폐쇄를 당했던 하쿠호 쇼와 형평성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윤리 감찰관 자격으로 현장을 찾은 사도가타케 부장은 약 1시간 동안 머물며 테루노후지와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찰 직후 사도가타케 부장은 '교도 통신'을 통해 "스승과 도장 소속 지도자들이 훈련 중인 제자 한 명 한 명에게 확실하게 소리를 내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협회 이사회는 징계 당시 테루노후지에게 혼자가 아닌 도장 소속 지도자 4명과 함께 제자들을 가르치는 집단 지도 체제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사실상 스승 자격을 박탈해야 할 사안을 공동 관리라는 기형적인 형태로 덮어준 셈이다. 이에 대해 사도가타케 부장은 "도장 측과 대화를 마쳤다"며 "시찰에서 받은 인상 등을 협회 측에 정식으로 보고할 것"이라고 사실상 협회의 지침이 준수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다만 이번 시찰은 테루노후지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피해자인 하쿠노후지가 하쿠호의 미야기노 도장에서 강제로 이적해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폭행당했다는 점에서, 협회가 가해자인 테루노후지와 권력 싸움에서 밀려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폭력 근절을 외쳤던 스모협회의 약속은 이번에도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