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다 155㎞ 던지잖아요" 구속 떨어져 스트레스받던 KIA 필승조, 145㎞ 직구로 '후반기 ERA 1.13' 어떻게 가능했나

"요즘은 다 155㎞ 던지잖아요" 구속 떨어져 스트레스받던 KIA 필승조, 145㎞ 직구로 '후반기 ERA 1.13' 어떻게 가능했나

광주=김동윤 기자
2026.09.07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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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의 전상현은 어깨 수술 이후 직구 구속이 떨어졌으나 제구와 변화구를 무기로 팀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지난 5일 KT 위즈전에서 그는 8회초 만루 위기를 넘긴 뒤 9회초 삼진 2개를 곁들이며 396일 만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전상현은 구속 욕심 대신 정확한 투구와 적은 볼넷을 목표로 삼아 후반기 평균자책점 1.13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전상현.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전상현.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한때 그도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졌다. 이제는 시속 145㎞ 안팎의 공을 던질 때가 많지만, 전상현(30)은 여전히 KIA 타이거즈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지난 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 위즈전은 지금의 전상현이 어떤 투수인지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전상현은 KIA가 4-3으로 앞선 8회초 1사 만루. 안타 하나면 동점, 장타면 역전까지 가능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첫 상대는 최원준이었다. 전상현은 처음부터 삼진을 생각했다. 하지만 볼카운트 2-2에서 던진 포크볼이 의도와 달리 낮게 떨어지지 않았다. 높은 존으로 들어온 공을 최원준이 결대로 잘 받아쳤다. 잘 맞은 타구는 하주석 정면으로 향했다. 하주석이 잡아 2루 베이스까지 밟았고, 귀루가 늦었던 장진혁까지 아웃되면서 순식간에 이닝이 끝났다.

전상현은 결과에 만족하지 않았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전상현은 "무조건 첫 타자를 삼진 잡는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그런데 실투가 나왔다. 결과는 제가 이겼지만, 과정을 보면 제가 졌다고 생각한다. 운이 굉장히 많이 따랐다"고 담담히 말했다.

행운으로 위기를 넘긴 뒤에는 전상현의 장점이 제대로 드러났다. 8회말 나성범이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KIA가 6-3으로 달아났다. 9회 다시 마운드에 오른 전상현은 김현수-안현민-샘 힐리어드로 이어지는 KT 중심타선을 상대했다.

전상현.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전상현.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전상현은 김현수에게는 바깥쪽 포크볼을 연이어 떨어뜨려 3구 삼진을 잡았다. 안현민에게는 낮은 코스를 공략해 1루수 파울플라이를 유도했다. 힐리어드에게는 포크볼과 직구, 커브를 섞으며 타이밍을 흔들어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시속 150㎞의 빠른 공이 없어도 충분했다. 전상현의 가장 큰 무기는 이제 구속이 아니라 제구와 변화구다. 통산 9이닝당 볼넷은 3.2개에 올해는 0.98개에 불과하다. 한국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슬라이더는 구사율 35.9%에 피안타율 0.105, 포크볼은 구사율 20.5%에 피안타율 0.154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변화였다. 2021년 어깨 관절와순 수술 이후 직구 구속이 떨어졌고, 어깨와 팔꿈치 부상을 거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투구폼까지 달라졌다. 1년 전부터 김지용 KIA 1군 불펜코치와 드릴 훈련을 매일같이 하며 하체와 어깨를 잘 쓰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쉽게 결과가 나오지 않으며 고민이 더 깊어졌다. 전상현은 "최근에 (직구) 스피드도 많이 안 나오고 구위도 많이 떨어져 변화구 위주로 피칭하고 있다. 밸런스나 구위적인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특히 요즘 마운드를 바라보면 더 비교될 수밖에 없다. 최근 KBO 리그도 불펜 투수들이 시속 150㎞ 이상 강속구를 던지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상현은 "사실 나는 예전부터 스피드가 강점인 투수가 아니어서 욕심도 없고 쫓기는 것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린 투수들도 그렇고 다른 팀에도 이제 다 150㎞를 넘긴다. 155㎞, 160㎞까지 던지는 투수들이 많다. 그래서 내가 더 느리게 보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짚었다.

KIA 전상현이 5일 광주 KT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KIA 전상현이 5일 광주 KT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그렇다고 사라진 구속을 억지로 되찾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정확하게 던지는 방법을 택했다. 전상현은 "스피드 욕심은 없다. 구위에 대한 욕심은 있다"라며 "난 볼넷을 굉장히 싫어한다. 최대한 적은 공으로 이닝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차라리 맞자는 생각으로 던진다"고 했다.

그런 안정감 때문에 이범호 감독도 타이트한 승부에서 전상현을 먼저 찾는다. 이 감독은 최근 "타이트한 경기가 계속되다 보니 심리적으로 안정돼 있고 큰 변화 없이 던지는 선수들을 쓰게 된다"는 취지로 전상현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범호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철저한 연투 관리 역시 큰 힘이다. 전상현은 "다른 팀을 보면 3연투도 많이 하는데 우리 팀은 그런 상황이 정말 없다. 남들이 봐도 부러울 정도로 관리를 잘해주신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 결과 전상현은 어깨 관절와순 부상이라는 악재에도 5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올리고 있다. 또한 이날은 2025년 8월 5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396일만의 세이브를 올리기도 했다. 후반기 17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1.13으로 더욱 단단하다. 2023년 64경기 평균자책점 2.15 이후 다시 2점대 평균자책점 시즌도 바라보고 있다.

이제 그의 목표는 세이브도, 마무리 자리도 아니다. 속도는 예전보다 느려졌지만, 전상현이 KIA 뒷문을 지키는 방법은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전상현은 "어느 상황에 나가든 욕심이 없다. (시즌 초) 부상을 당했을 때부터 올해는 크게 욕심내지 않고 그냥 끝까지 완주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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