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정승우 기자] 수입은 부풀리고 비용은 줄였다. 실제 재정 상태는 감췄고, 조사에는 협조하지 않았다. 맨체스터 시티의 재정 규정 위반 사건에 대해 독립위원회가 중대한 재정 위반 혐의 전부를 인정했다. 이제 남은 것은 징계 수위와 항소 절차다.
프리미어리그는 30일(한국시간) 공식 성명을 통해 "독립위원회는 맨체스터 시티가 9개 시즌에 걸쳐 프리미어리그 재정 규정을 중대하게 위반한 혐의 전부와 리그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혐의 대부분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렸다"라고 발표했다.
대상 기간은 2009-2010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다. 위원회는 맨시티가 실제 합의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허위 상업 계약 등을 활용해 구단 수입을 인위적으로 늘리고 비용을 축소했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재정 규정을 준수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규모도 막대했다. 위원회가 인정한 수입 부풀리기와 비용 축소 규모는 해당 기간 합산 9억 파운드(약 1조 6085억 원)를 넘었다. 단순히 회계 처리 방식에 견해 차이가 있었던 사건으로 보지 않았다. 구단이 재정 규정을 우회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판단이다.
핵심은 스폰서 계약을 통한 우회 자금 지원이었다. 위원회에 따르면 맨시티는 여러 스폰서와 '허위 상업 계약'을 맺었다. 계약상 스폰서 기업이 부담해야 할 금액 중 실제로 해당 기업이 지급한 것은 일부였다. 나머지는 구단 소유주였던 아부다비 유나이티드 그룹 투자·개발회사(ADUG)가 부담했다.
소유주가 제공한 자금을 정상적인 스폰서 수입처럼 보이도록 만든 구조다. 위원회는 이를 위장된 자금 지원 방식의 일부로 판단했다.
비용을 줄여 기록하는 방식도 동원됐다. ADUG가 자금을 제공한 별도의 허위 약정을 통해 실제 발생한 운영비보다 적은 금액을 구단 장부에 반영했다. 선수들의 초상권을 매입한 회사 포덤과의 거래에서도 ADUG의 자금이 투입된 허위 순환 거래 구조가 확인됐다.
위원회는 이런 방식의 목적이 구단 수입을 부풀리고 비용을 축소해 재정 규정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데 있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맨시티는 사실과 다른 회계 자료를 제출했고, 감사인과 축구 규제기관에 실제 재정 상태를 감췄다는 판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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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는 "구단은 이러한 행위를 통해 프리미어리그 규정을 우회하려는 의도를 명백히 드러냈다"라고 결론 내렸다.
프리미어리그 규정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맨시티는 리그의 수익성 및 지속가능성 규정(PSR), 유럽축구연맹(UEFA)의 클럽 라이선싱 및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에 필요한 수입과 지출을 정확히 보고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관련 계약들이 구단 회계에 정확히 반영됐다면 맨시티가 프리미어리그와 UEFA의 허용 지출 한도를 모두 상당한 규모로 초과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장부에 나타난 재정 상태와 실제 재정 상태 사이에 중대한 차이가 있었다는 뜻이다.
조사 과정에서도 규정 위반이 인정됐다. 프리미어리그는 2018년 12월 맨시티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후 약 4년에 걸친 조사 과정에서 맨시티는 리그에 협조하고 최대한 성실하게 임해야 할 의무를 여러 차례 위반한 것으로 판단됐다. 조사 비협조와 관련해 제기된 네 가지 위반 혐의 중 세 가지가 인정됐다.
위원회는 맨시티가 "프리미어리그 조사를 중단시키고 방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재정 규정 위반에 더해 이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까지 저지하려 했다는 판단이다.
리처드 마스터스 프리미어리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결정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이번 핵심 결정은 해당 기간 맨체스터 시티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립했다. 구단이 거의 10년에 걸쳐 프리미어리그 규정을 체계적으로 위반한 과정을 상세히 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은 프리미어리그가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이 사건을 진행하기로 한 결정이 정당했음을 뒷받침한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길고 어려웠지만, 리그는 사실관계가 독립적으로 규명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마스터스 CEO는 구단들이 직접 승인한 규정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리그의 핵심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구단과 팬을 위해 경쟁의 공정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징계 사건과 결정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중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직 결정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특히 이러한 위반에 어떤 징계가 뒤따라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위원회 결정이 나온 만큼 남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리그와 구단, 팬들에게 명확한 결과를 제공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발표로 징계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위반 혐의에 대한 판단과 징계 수위 결정은 별도로 진행된다. 독립위원회는 추가 심리를 통해 맨시티에 부과할 징계를 다룰 예정이다. 해당 심리 역시 결과 공개가 허용될 때까지 비공개로 진행된다.
프리미어리그 규정에는 벌금과 승점 삭감, 그 밖의 경기 관련 제재 등이 가능한 징계로 명시돼 있다. 위원회는 징계 선택에 폭넓은 재량을 갖는다. 이번 성명에서는 구체적인 징계 종류나 규모를 발표하지 않았다.
맨시티에는 항소권도 남아 있다. 구단은 오는 10월 2일 금요일까지 독립위원회의 판단에 대해 항소할 수 있다. 항소가 제기되면 별도로 구성된 항소위원회가 심리한다. 항소위원회는 항소를 받아들이거나 기각할 수 있으며, 기존 결정을 변경하는 등 필요한 명령을 내릴 권한도 갖는다.
이번 사건은 조사 시작부터 판단 공개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프리미어리그는 2023년 2월 리그 규정 W조에 따라 정식 절차를 개시했다. 독립위원회는 총 42일에 걸친 심리를 진행했고, 심리는 2024년 12월 마무리됐다.
위원회는 결정문 작성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는 점을 인정했다. 심리에 사용된 자료뿐 아니라 약 7000쪽에 달하는 증인·전문가 진술 기록, 각 쟁점에 대한 방대한 서면 의견 등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개된 것은 일부 내용이 가려진 핵심 결정문이다. 위원회의 전체 판단에는 다수의 부록도 포함돼 있으며, 프리미어리그는 공개가 가능해지는 대로 추가 자료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위원회 결정이 규정상 '최종 판정'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항소위원회도 이를 확인하면서 핵심 결정문 공개가 가능해졌다. 다만 이는 맨시티의 항소권이 사라졌거나 징계까지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공개되지 않은 자료와 진행 중인 절차에는 비밀 유지 의무가 적용된다.
9개 시즌에 걸친 중대한 재정 규정 위반 혐의는 모두 인정됐다. 조사 비협조 혐의도 대부분 인정됐다. 맨시티의 재정 운영을 둘러싼 오랜 사건은 이제 실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