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축 멤버인 1996년생 동갑내기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황희찬(샬케04) 황인범(포르투)이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축구계가 술렁이고 있다. 앞서 황인범이 한국축구 전반에 걸쳐 작심 발언을 한 데다 A매치 4연전 마지막 경기 직후 이들끼리만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까지 포착돼 소문이 커졌는데, 황인범은 그간 마음고생을 털어놓으면서도 대표팀 은퇴설에 대해서는 우선 선을 그었다.
황인범은 6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2-0 승리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진짜 최선을 다해서 어린 선수들한테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뛰었다. 오늘 뛰면서 너무 행복했다"면서도 "항상 대표팀에 오면 이 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거의 고참급 나이가 됐다 보니까 그런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말했다.
이날 황인범은 교체로 출전해 오세훈(시미즈 S펄스)의 쐐기골 기점 역할을 하는 등 후반 45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눈물을 쏟는 모습이 포착됐고, 이후 라커룸으로 향했다가 다시 황희찬·김민재와 함께 그라운드로 나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특별히 상징성이 있는 경기는 아니었던 데다 불과 나흘 전 황인범이 대한축구협회장 부재와 임시 사령탑 체제 등 울먹이며 한국축구 상황에 답답함을 호소했다는 점에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어 이들이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다는 한 매체 보도까지 이어졌다.
취재진 앞에 선 황인범은 우선 눈물의 의미에 대해 "지난 월드컵 때부터 저희가 원했던 결과들을 얻지 못하고 좋지 않은 모습들을 보여드렸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속상함, 4년이라는 시간을 모두가 함께 잘 준비했는데 결과가 너무 아쉽고 죄송한 마음들이 컸고 그거에 따라온 책임감들이 너무 컸다"며 "이번 소집에 들어오는 것도 걱정이 많았고, 한국축구가 어떻게 해야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들도 많이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소집 들어오면서 몸 상태가 소속팀에서는 좋았다. 비행기를 탈 때까지만 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비행기에서부터 종아리가 부어오르기 시작했고 통증이 있어서 첫 2경기를 못 뛰었다. 훈련도 못하고 그런 상황들이 속상했고, 1~2년 동안 부상으로 인해 너무 고생을 하다 보니 많은 생각들을 했다"며 "팀을 돕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많이 무기력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표팀 은퇴설에 관한 애매한 답변에 결국 '세 분 다 컨디션이 좋다면, 다음 11월 A매치에도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이 나왔고, 황인범은 "그건 감독님이 선택하실 문제"라고 답했다. 로베르트 모레노(스페인) 감독이 자신을 소집할 경우 이에 응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읽혔다. '(마음) 깊은 곳에서 생각을 했다'던 그의 표현에 담긴 구체적 의미에 관한 질문에도 "그냥 책임감이었던 것 같다"고만 했다.
황인범은 그러면서 최근의 마음고생들을 털어놨다. 그는 "진짜 월드컵을 너무 무기력하게 실패했다. 카타르 월드컵보다 더 재미있는 월드컵을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는데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팀적으로도 그렇고 그러지 못하고 많은 국민분들께 진짜 좌절감만 드렸던 것 같아 선수로서 생각이 많고 좀 무기력하고, '아 이거밖에 안 되나'라는 생각도 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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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번 소집 들어와서도 몸 상태도 아직까지 예전 같지 않고 뭔가 계속 잔부상들이 올해는 그나마 좀 괜찮았지만 월드컵 전에도 사실 부상이 있었다 보니까 100%로 제가 막 이렇게 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너무 속상했다. 그러다 보니 생각이 좀 많아져서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것 같다"며 "나이도 점점 이제 만으로까지 서른이 돼버려서 이제 20대라고 이야기도 못 한다. 그런 점에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을 해서 뭐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황인범은 "많은 형들, 선배님들을 보면서 대표팀뿐만이 아니라 선수 생활 자체를 내려놓는 것도 잘하는 게 현명한 사람이다, 굉장한 마인드 컨트롤과 생각을 미리미리 준비를 해놔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했다"며 "대표팀 내 나의 필요성은 경기마다 달라진다. 다만 평가에 개의치 않고, 많이 필요로 해 주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늘 가지고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리하면 황인범은 최근 북중미 월드컵 실패와 예전 같지 않은 몸 상태 등으로 심경이 복잡했던 데다, 적지 않은 나이까지 고려해 언제든 대표팀에서 물러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한축구협회와 대표팀 안팎의 어수선한 상황 등까지 맞물려 더욱 고민이 깊어졌고, 이는 다른 96즈 일원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다만 당장 대표팀에서 동반 은퇴할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이날 경기장을 완전히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대표팀 은퇴에 관한 질문에도 황인범은 직접 "아니요"라고 답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이들의 은퇴설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