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관리도 잘하는데, 자꾸 '깜빡깜빡'...전원주도 앓는 이 질환 뭐길래

돈 관리도 잘하는데, 자꾸 '깜빡깜빡'...전원주도 앓는 이 질환 뭐길래

박미주 기자
2026.09.2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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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원주/사진= 유튜브 채널 '전원주인공' 캡처
배우 전원주/사진= 유튜브 채널 '전원주인공' 캡처

최근 배우 전원주씨가 경도인지장애 진단 사실을 공개하면서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다만 방송에서 보인 몇 장면만으로 개인의 상태나 향후 경과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언어·주의집중·판단력 등 인지기능이 이전보다 저하됐지만, 약 복용·금전 관리·대중교통 이용 등 독립적인 일상생활 능력은 대체로 유지되는 상태다. 일상생활의 독립성이 뚜렷하게 무너진 치매와는 구분된다.

'치매 전 단계'라는 표현, 절반만 맞다

경도인지장애를 흔히 '치매 전 단계'라고 부르지만 모두가 치매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병이 아니라 여러 원인으로 나타나는 임상 증후군이다. 알츠하이머병이 흔한 원인이지만 뇌혈관질환, 루이소체질환, 우울증, 수면장애, 약물 부작용, 갑상선질환, 비타민 B12 결핍, 청력·시력 저하도 원인이거나 악화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병력과 일상기능, 표준화된 인지검사, 혈액검사와 뇌 MRI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모든 환자에게 공통으로 쓰는 약은 없다. 치료는 원인 교정과 위험요인 관리, 확인된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선택적 질병경과조절치료로 나뉜다. 이 치료를 검토할 때는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나 뇌척수액 검사로 원인 병리를 확인해야 한다.

경도인지장애환자, 연평균 10.9%가 치매로 진행

2025년 발표된 89개 연구, 경도인지장애 환자 3만3115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평균 5.2년 동안 전문 진료기관 환자의 41.5%, 지역사회 대상자의 27%가 치매로 진행했다. 1년 단위 전환율은 각각 10.9%와 5.9%였다. 통상 전문 진료기관에는 증상이 뚜렷하거나 위험도가 높은 환자가 방문하기 때문에 전환율이 더 높게 보고된다. 반면 두 환경 모두 절반가량은 추적 기간 동안 인지상태를 유지했고, 일부는 정상 범위로 회복했다.

개인의 위험은 알츠하이머병 병리, 기억장애의 정도와 진행 속도, 뇌 위축과 혈관성 손상, 연령과 유전적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진단명만으로 예후를 단정하기보다 원인을 확인하고 변화를 추적해야 한다.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진단자 수/그래픽=윤선정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진단자 수/그래픽=윤선정
유산소운동, 인지기능 뚜렷하게 개선

33개 무작위시험, 1996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유산소운동은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전반적인 인지기능을 비교적 뚜렷하게 개선했고, 기억력에도 더 작지만 의미 있는 효과가 있었다. 18개 연구, 1059명을 분석한 전산화 인지훈련도 인지검사 성적을 중간 정도 개선했다.

미국 유에스 포인터(US POINTER) 연구에서는 인지저하 위험이 있는 60~79세 2111명을 2년간 관찰했다. 운동, 건강한 식사, 인지·사회활동과 혈압·혈당 관리를 전문가가 체계적으로 지원한 군은 생활지침만 받은 군보다 인지기능 향상 폭이 더 컸다. 여러 생활요인을 함께 관리하면 2년 안에도 측정 가능한 변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관리에서는 건강 상태에 맞춰 주당 약 150분의 중등도 유산소운동과 주 2회 근력운동을 목표로 하고, 인지훈련은 난이도를 높여가며 기억·주의·집행기능을 골고루 다루는 것이 좋다. 채소·통곡물·콩류·생선·견과류 중심 식사, 금연과 절주, 충분한 수면, 청력·시력 교정, 우울증과 수면무호흡증 치료, 사회적 교류도 중요하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2024년 란셋 치매위원회는 14개 조절 가능한 요인이 전체 치매 사례의 약 45%와 관련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개인의 위험이 정확히 45% 줄어든다는 뜻이 아니라, 예방 가능한 요인의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알츠하이머병 주요 증상/그래픽=이지혜
알츠하이머병 주요 증상/그래픽=이지혜
아밀로이드를 왜 '일찍' 제거해야 하나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은 증상이 발현되기 전 약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덩어리(플라크)를 형성하고, 이어 타우 댠백질의 확산과 신경세포 손상으로 진행한다. 이미 소실된 신경세포는 되살리기 어렵기 때문에 치료의 목표는 기억력을 원래대로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아밀로이드 양성이 확인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도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의 18개월 시험에서 레카네맙은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기능의 악화 속도를 약 27% 늦추고,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도 크게 줄였다. 36개월 추적에서는 처음부터 치료한 군이 18개월 뒤 시작한 군보다 다음 단계로 악화될 가능성이 약 30% 낮았다. 도나네맙의 3년 추적에서도 조기 치료군의 진행 위험이 27% 낮았고, 치료 약 18개월 뒤 평가 환자 4명 중 3명 이상이 아밀로이드 제거 목표에 도달했다.

이런 결과는 신경세포 손상이 덜한 초기에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다만 이는 모든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적용 가능하지는 않다.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먼저 확인해야 하며, 뇌부종이나 미세출혈 위험 때문에 치료 전후 MRI 검사와 전문의 평가가 필요하다.

알츠하이머병 병리만으로 인지저하 모두 설명 못해…우울증 등도 영향

2022년 아밀로이드 양성 노인 248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타우가 인지기능 저하와 가장 밀접했다. 타우 수치만으로 참가자들 사이 인지기능 차이의 약 절반인 46~47%를 설명할 수 있었다. 아밀로이드는 약 16%, 뇌 위축은 약 25~29%의 비중을 차지했다. 시간에 따른 변화에서도 아밀로이드가 쌓이고 타우가 퍼진 뒤 뇌 위축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인지저하 차이의 약 절반을 설명했다.

나머지 절반이 모두 생활습관의 몫이라는 뜻은 아니다. 뇌혈관 손상, 다른 뇌질환, 시냅스 건강, 교육과 지적 활동으로 형성된 인지예비력, 우울증, 수면장애, 청력·시력 저하, 전신질환과 약물 등이 함께 영향을 준다. 같은 양의 아밀로이드와 타우가 있어도 이러한 조건에 따라 증상의 시기와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항아밀로이드 치료와 생활습관 관리는 함께 해야 한다. 약물은 아밀로이드를 줄이고,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우울증·수면, 운동·인지훈련, 흡연·음주와 사회적 고립 관리는 뇌혈관과 뇌의 회복력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

명절에 가족이 반복 질문, 익숙한 길에서의 혼란, 약·돈 관리 실수, 뚜렷한 무기력이나 성격 변화를 보인다면 사례를 기록해 전문기관에서 평가받는 것이 좋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가 확정된 상태가 아니라, 원인을 찾고 바꿀 수 있는 위험요인에 개입할 중요한 시기다.

도움말= 강동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강동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 서울성모병원
강동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 서울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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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 기자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 보건정책, 제약업계 등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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