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석유 업계, 수출 금지 막고자 '유럽 비축유 방출' 제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 여파로 치솟은 경윳값을 잡고자 참모진과의 긴급 회담에 나서는 한편 유럽에 비축 경유 방출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로이터통신·폴리티코 등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급등하는 경윳값을 안정시키고자 참모진과의 긴급 회담을 통해 경유 수출 금지 등의 조치 시행 여부를 검토하고, 유럽 국가에 비축 경유 방출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연료 위기 수습을 위해 참모진과 긴급 위기 대응 회의를 했고, 이 회의에서 참모들은 경유 수출 금지 이외 존스법 추가 유예, 연방 또는 주 정부 차원의 감세, 트랙터 등 농기구용 '착색 경유'(dyed diesel) 관련 규제 완화 그리고 유럽의 비축 경유 방출 등을 제안했다고 한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 수출 금지로 경윳값을 안정시키려 한다. 하지만 행정부 관리와 석유 업계,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수출 금지가 미국 에너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다른 방안을 제안하고 있고, 이 중 하나가 유럽의 비축 경유 방출"이라고 설명했다. 한 석유 업계 관계자는 "(우리의) 목적은 경유 수출 금지를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미 전역의 경유 평균 가격은 이란 전쟁 전보다 70% 이상 급등한 갤런당 6.5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백악관은 최근 유럽연합(EU)에 비상용 경유 재고 방출을 요구하고, 일부 EU 회원국 특히 프랑스와 독일이 앞서 합의한 비축유 방출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미국과 일본은 (비축유 방출)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유럽 회원국은 약속한 원유와 석유 제품 중 일부만 방출했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32개 회원국은 지난 3월 중동 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차질에 대응해 총 4억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에 합의했다. 유럽은 전체 방출량의 20%를, 미국은 1억7200만배럴을 책임지기로 했다. 하지만 유럽은 예상보다 길어진 중동 분쟁 등을 이유로 비축유 방출을 보류하고 있다.
EU 주요 회원국은 미국의 비축유 방출 압박에 난색을 보인다. 실제 물량 부족이 아닌 단순한 가격 안정이나 미국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비축유를 방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독일 경제기후보호부 대변인은 "비축유 방출은 실질적인 공급 부족이 발생했을 때만 이루어진다"며 "가격 안정을 위한 방출은 시장 내 투기를 부추길 수 있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독자들의 PICK!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까지 압박하며 경윳값 잡기에 목을 매는 이유는 11월 중간선거 때문이다. 경유는 물류 수송뿐만 아니라 농업용 중장비의 핵심 연료다. 수확철을 맞은 농민들과 물류 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팜 벨트(농업 지대) 등 공화당의 전통적 핵심 지지층 불만이 커지고 있다.
테네시주의 팀 베쳇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대로 가다간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잃을 수 있다. 집권당으로서 연료 위기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화당의 승리가 경윳값 안정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