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23.55포인트(0.34%) 내린 6814.49에 개장한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 발표 뉴스 화면과 미국 국채금리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1.95포인트(0.23%) 내린 853.96에 거래를 시작했다. 2026.10.01.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1611034719000_1.jpg)
미국 고용이 식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은 한풀 꺾였다. 물가가 다시 뛰자 그 전망은 되살아났다. 단기금리는 그때마다 민감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장기금리는 달랐다. 고용 쇼크에도 내려오지 않았고, 물가 쇼크에는 단기금리보다 덜 움직였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5%대 중후반에서 버티고 있다. 영국 30년물 국채금리는 6% 선을 넘었고, 프랑스와 일본의 장기금리도 수십 년 만의 고점을 새로 썼다. 투자자들이 국채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전 가격으로는 사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금 글로벌 국채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한 금리 전망의 수정이 아니다. 장기국채의 가격 결정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오랫동안 가격을 따지지 않고 국채를 사들였던 중앙은행이 물러난 자리에서, 투자자들은 정부에 30년짜리 돈을 빌려주는 대가를 처음부터 다시 계산하고 있다.
시장의 질문도 달라졌다. 이제 핵심은 "연준이 한 차례 더 올릴까"가 아니다. "부채가 불어난 정부에 30년 동안 돈을 빌려주려면 얼마를 받아야 하는가"다. 이번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에서는 세계 장기국채 매도세, 즉 장기금리 급등의 배경과 그 파장을 짚어본다.
나쁜 고용지표에도 내려오지 않은 금리
고용이 식으면 금리는 내린다. 채권시장의 오래된 공식이다. 경기 둔화는 중앙은행의 긴축 중단을 뜻하고, 투자자들은 안전한 국채로 몰린다.
지난 2일 이 공식이 깨졌다. 연준이 지난달 16일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75~4.00%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9월 비농업 일자리는 2만9000명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CME 페드워치 기준 일주일 전 70% 안팎이던 연준의 10월 추가 금리 인상 확률은 지표 발표 뒤 20% 안팎으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장기금리는 내려오지 않았다. 미 10년물 금리는 발표 뒤에도 5.2%대를 유지했다. 나쁜 지표에도 장기국채를 사려는 힘이 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 뒤로도 장기금리는 높은 곳에 머물렀다. 이달 7일 미 국채 10년물은 장중 5.36%, 30년물은 5.7%대까지 오르며 둘 다 2002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14일(현지시간) 나온 9월 소비자물가(CPI)는 반대 방향의 시험이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는 가운데(8월 중순에는 87달러대였다) 휘발유 가격이 한 달 새 9.1% 뛰면서 전년 대비 상승률은 3.7%로 예상(3.6%)을 웃돌았고, 식품·에너지를 뺀 근원 물가도 2.6%로 예상(2.5%)보다 높았다. CME 페드워치 기준 10월 인상 확률은 전날 22%에서 40%대로 뛰었다. 다만 시장의 기본 시나리오는 여전히 10월 동결, 12월 인상이다.
금리는 만기별로 다르게 반응했다. 발표 뒤 2년물은 12bp(1bp=0.01%포인트), 10년물은 7~9bp, 30년물은 5bp 올랐다. 이날 10년물은 5.304%, 30년물은 5.61%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10년물은 5.3%대, 30년물은 5.6%대까지 뛰었지만, 30년물은 결국 5.53%로 하루 전(5.56%)보다 낮게 마감했다. 만기가 길수록 물가 지표에 덜 민감했다. 장기물 시장은 단기적인 물가 지표보다 더 구조적인 문제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독자들의 PICK
지금 4,003명 읽는 중
미국만의 현상도 아니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영국 30년물 국채(길트)는 1일 장중 6.029%를 기록하며 주요 7개국(G7) 30년물 가운데 처음 6%를 넘었고, 7일 6.034%로 1998년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다. 프랑스 국채 10년물은 1일 장중 4.963%로 2002년 이후 최고였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6일 장중 3.115%로 1996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닿았다.
불을 댕긴 재료는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영국은 양적긴축과 재정 신뢰, 프랑스는 예산과 정치, 일본은 통화정책 정상화다. 그러나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단기금리가 정책 기대를 따라 오르내리는 동안, 왜 장기금리는 높은 곳에서 내려오지 않는가.
바통은 기준금리 기대에서 기간프리미엄으로 넘어갔다.
장기국채 금리는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앞으로 10년 또는 30년 동안 단기금리가 평균적으로 어디에 있을지에 대한 기대다. 다른 하나는 단기채를 계속 굴리는 대신 장기채를 들고 있는 데 대한 위험 보상이다. 이를 기간프리미엄이라고 한다.
최근 장기금리 상승의 주된 동력은 기준금리 기대에서 기간프리미엄으로 옮겨가고 있다. 물가가 높아져서만 장기금리가 오른 것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장기국채를 보유하는 데 더 큰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토론토=신화/뉴시스] 20일(현지 시간) 캐나다 토론토의 월마트 매장에서 한 여성이 장을 보고 있다. 캐나다 통계청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상승해 5월의 3.2% 대비 오름폭이 둔화했다고 밝혔다. 2026.07.21.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1611034719000_3.jpg)
뉴욕연방준비은행(뉴욕연은)은 에이드리언·크럼프·묀치, 즉 ACM 모델로 장기금리를 이 두 부분으로 나눠 발표한다. 8월 말 기준 10년물 금리 4.77% 가운데 3.98%포인트가 단기금리 기대였고, 기간프리미엄은 0.79%포인트였다.JP모건자산운용 집계에 따르면 올해 초 4.18%였던 미 10년물 금리는 9월 15일 5.00%까지 올랐다. 이 구간은 연준이 금리 인하 기대에서 인상 쪽으로 돌아선 시기와 겹친다.
9월 중순 이후는 다르다. 블룸버그통신이 9일 뉴욕연은 모델을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10년물 기간프리미엄은 이후 약 40bp 올라 0.98%가 됐다. 2014년 이후 최고다. 같은 기간 10년물 금리 상승폭(약 30bp)을 웃도는 만큼, 이 기간 금리 상승은 기간프리미엄만으로 설명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제학자들의 금리 전망을 반영한 다른 모델에서는 1.08%로 2010년 이후 최고다. 뉴버거버먼의 섀넌 사코시아 웰스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7일 보고서에서 "단기물의 안도는 반갑지만, 멈출 줄 모르는 장기물 금리 상승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물가 공포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지난 13일 10년물 물가연동국채(TIPS)의 실질금리는 2.88%였고, 명목금리(5.22%)와의 차이로 계산한 기대인플레이션은 2.3% 안팎에 그쳤다. 즉 시장은 "물가가 끝없이 오른다"고 보기보다 "장기채를 들고 있는 위험이 예전보다 커졌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바클레이스는 기간프리미엄 상승 요인으로 거시 불확실성, 주식·채권 간 상관관계 붕괴, 부채 공급 증가, 재정 우려를 꼽았다.
중앙은행이라는 '가격을 묻지 않던 매수자'가 떠났다
금융위기 이후 국채시장의 가장 큰 매수자는 가격을 따지지 않았다. 중앙은행은 수익률이 매력적이라서 국채를 산 것이 아니었다. 양적완화(QE)를 통해 금융환경을 완화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샀다. 중앙은행이 장기국채를 대규모로 사들이면 시장에 남는 듀레이션은 줄어든다. 그 결과 장기금리는 낮게 눌린다. 투자자들은 더 낮은 수익률도 받아들였다. 중앙은행이 뒤에서 가격을 떠받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방향이 달라졌다. 연준은 2025년 12월 양적긴축(QT)을 끝냈지만, 새로 사들이는 것은 만기 3년 이하의 단기물이다. 장기국채 수요를 받쳐 주는 매수가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유 자산을 줄이고 있고, 일본은행(BOJ)은 국채 매입액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중이다. 영란은행은 9월 남은 길트 보유분을 2034년까지 연평균 460억파운드(만기 도래분과 직접 매각 합계)씩 줄이기로 했다. 다만 만기가 긴 길트는 매각 대상에서 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런 흐름을 장기 국채 수요의 '구조적 감소'로 규정했다. 남은 투자자층이 금리 수준에 더 민감해졌다는 뜻이다.
중앙은행이 떠났다는 것은 단순히 큰 매수자가 하나 줄었다는 뜻이 아니다. 국채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중앙은행은 정책 목표를 위해 샀지만, 민간 투자자는 수익률을 보고 산다. 재정적자, 물가 경로, 환율, 환헤지 비용, 회사채 수익률, 주식과의 상관관계를 모두 따진다. 충분한 보상이 없으면 장기국채를 사지 않는다.
투자금은 여유가 있지만 장기채를 피한다…'구매자 파업'
기간프리미엄을 밀어 올린 핵심 요인으로 수급이 꼽힌다. 수요가 예전 같지 않은데 공급은 늘고 있다.

OECD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2026년 전 세계 정부·기업의 채권시장 차입이 29조달러로, 사상 최대였던 2025년(27조달러)보다 2조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OECD 회원국 정부 몫 약 18조달러 가운데 약 78%가 만기가 돌아온 빚을 갚기 위한 차환이다. 프랑스는 내년 사상 최대인 3400억유로의 중장기 국채를 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고, 일본의 2027회계연도 예산 요구액은 143조엔으로 4년 연속 사상 최대다.
정부가 발행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고령화, 국방비, 산업정책, 에너지 전환 비용이 구조적으로 지출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과거 낮은 금리로 발행한 국채의 만기가 돌아오면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해야 한다. 금리 상승은 이자비용을 늘리고, 이자비용 증가는 다시 재정 부담과 국채 발행 압력으로 이어진다.
공급은 정부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나선 하이퍼스케일러, 즉 초대형 클라우드 기업들도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캐피털그룹 집계로 5대 하이퍼스케일러(아마존·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의 채권 발행액은 8월 말까지 약 2407억달러다. 집계 기관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집계한 지난해 연간 발행액(1210억달러)의 두 배 수준이고, 2020~2024년 연평균(280억달러)의 8배가 넘는다. 골드만삭스는 이들의 발행액이 내년 4000억달러로 더 불어날 것으로 본다. 가장 '큰손'인 아마존은 올해 달러·유로·스위스프랑·캐나다달러·파운드화로 9월 초까지 920억달러 넘는 채권을 찍어 하이퍼스케일러 가운데 최대 발행사가 됐다.

국채시장 전체에 비하면 작지만 문제는 만기다. 영국 채권운용사 트웬티포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하이퍼스케일러 발행분의 41%가 만기 15년 이상으로,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지수 전체(16%)의 2.5배에 이른다. 아마존·알파벳이 한 번에 내놓는 30년물 50억~60억달러는 미 재무부 월간 30년물 입찰 물량(220억달러)의 4분의 1 안팎으로, 연기금·보험사의 장기 자금을 놓고 국채와 정면으로 경쟁한다.
같은 30년 만기라면 신용도가 높은 빅테크 회사채가 국채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 장기물 수요의 일부가 회사채로 이동하면, 국채는 남은 수요를 붙잡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형 펀드로 자금은 계속 들어오고 있다. 투자자들이 피하는 것은 채권 전체가 아니라 낮은 금리의 긴 듀레이션이다. 30년물은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가격이 두 자릿수 하락할 수 있다. 저물가와 중앙은행 매수의 시대에는 이 위험이 사실상 공짜로 거래됐다. 그 '공짜 듀레이션'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
장기 투자자의 태도도 바뀌었다. 운용자산 2조3000억달러의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9월 채권 벤치마크의 국채 비중을 70%에서 50%로 낮추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로이터 계산으로 미 국채 비중이 34.1%에서 21.9%로 줄어, 약 800억달러가 빠지는 규모다. 마이클 클로허티 CIBC 미국 금리전략 헤드는 지난달 29일 블룸버그에 "장기물은 역사적 기준으로 싸 보이지만 한 달 넘게 기다려도 대형 가치투자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이를 '가벼운 구매자 파업'이라고 불렀다. 투자자들은 "안 산다"가 아니라 "이 금리로는 안 산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 피해자이자 전염 경로
글로벌 장기금리 재평가는 미국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일본은 이번 글로벌 국채 매도세의 피해자이자 전염 경로다.
먼저 피해자다. 일본은행(BOJ)이 9월 18일 기준금리를 31년 만의 최고인 1.25%로 올린 데다 다카이치 정부의 확장재정 우려가 겹치면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6일 장중 3.115%로 1996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닿았다. 8일 실시된 30년물 입찰의 평균낙찰금리는 4.109%였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넘는 나라에서 금리 상승은 곧바로 재정의 이자 부담이 된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일본 엔화 가치가 약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2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환전소에 달러와 엔화 등 외화 거래가가 표시돼 있다. 지난 25일 오후 3시40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163.94엔을 기록했다. 1986년 12월 이후 39년 7개월 만에 최고치로, 엔화 가치로는 최저 수준이다. 2026.07.26.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1611034719000_6.jpg)
동시에 일본 금리 상승은 미국과 유럽 장기국채 수요를 약화시키는 전염 경로가 될 수 있다. 일본 국내 금리가 낮을 때 일본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미국과 유럽 장기채를 샀다. 하지만 일본 국채금리가 오르면 사정이 달라진다. 환위험과 환헤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 장기국채를 살 유인이 줄어든다. 블랙록에 따르면 9월 초 일본 투자자가 환헤지를 하고 미 10년물을 사면 손에 쥐는 금리는 2% 안팎으로, 일본 10년물(약 3%)보다 1%포인트 낮았다. 석 달마다 갱신하는 환헤지 비용이 미·일 금리차를 대부분 잠식한 탓이다.
돈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는 9월 해외채권을 9690억엔 순매도해 두 달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고, 연초 이후 순매도액은 약 5조800억엔으로 2022년 이후 최대다. 일본은행 통계로는 1~8월 미국 채권 순매도만 4조7400억엔이었다. 미 재무부 집계에 따르면 일본의 미 국채 보유액은 2월 1조2393억달러에서 7월 1조1039억달러로 다섯 달 새 약 1350억달러 줄었다. 이 감소분에는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액 하락도 섞여 있다.
기예르모 펠리세스 PGIM 글로벌 채권전략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투자자에게 (자국 채권이) 훨씬 매력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탈출'로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여전히 미 국채 약 1조1000억달러를 들고 있다. 블랙록은 그중 5%만 움직여도 약 550억달러로, 이번 분기 미 재무부 순차입 예상치의 약 7%에 해당하는 '한계적으로 의미 있는' 규모라고 봤다. TS롬바드도 일본의 해외 장기채 순매수(12개월 누적)가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아직 쏟아지는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일본발 충격은 한꺼번에 터지는 폭탄이 아니라, 장기 국채 수요를 꾸준히 깎아 먹는 누수에 가깝다는 의견이다.
처방은 짧았고, 매수자 복귀는 시험 중이다
정책 대응은 구조를 바꾸지 못했다. 미 재무부가 8월 장기물 바이백(국채 조기 매입) 확대를 발표하자 30년물은 5.34%에서 5.196%로 내렸지만 효과는 단 이틀만 유지됐다는 평가다. 9월 10일 최대 60억달러 매입도 시장 기대(80억~100억달러)에 못 미쳤다.
역설적으로 중앙은행들은 장기금리 상승을 반드시 나쁘게만 보지는 않는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1일 연설에서 "기간프리미엄 상승은 경기를 둔화시켜 통화긴축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로건 총재는 같은 연설에서 기준금리를 50bp 이상 더 올려야 한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장기금리 상승이 추가 인상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폭을 줄여 주는 정도라는 얘기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13일 블룸버그에 높아진 국채금리가 이미 경기를 억제하고 있어 이달 추가 인상의 시급성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중앙은행 대신 긴축을 해 주는 셈이다. 월러는 같은 날 인도에서 열린 블룸버그 행사에서 금리 상승이 인플레이션 프리미엄보다 성장 요인에 가깝고 기대인플레이션은 잘 고정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 국채의 안전자산 프리미엄이 약해진 것이 금리를 50~70bp 끌어올렸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건 총재는 같은 연설에서 기준금리를 50bp 이상 더 올려야 한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장기금리 상승이 추가 인상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폭을 줄여 주는 정도라는 얘기다.
다만 이 구도가 길어지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자비용이 재정을, 재정 부담이 다시 국채 공급을 압박하는 고리가 굳어지면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이 재정 사정에 끌려간다는 '재정우위' 논쟁이 불거진다. 아직은 중앙은행이 물가 목표를 포기한 단계라기보다, 재정 부담이 장기금리의 하방을 막는 국면에 가깝다.
장기국채 '구매자 파업'이 영구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지난 8일 시행된 미 30년물 입찰(220억달러)은 낙찰금리 5.618%에 응찰률 2.54배로 직전 6회 평균(2.41배)을 웃돌았다. 해외 중앙은행 등이 포함된 간접입찰자 비중은 72.3%로 평균(69.1%)보다 높았고, 딜러 비중은 6.8%로 평균(10.3%)보다 낮았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국내 기관 몫인 직접입찰자 비중도 20.9%로 평균(20.6%)을 웃돌았다. 영국 국채관리청(DMO)이 9월 8일 실시한 2056년 만기 길트 신디케이트 발행(42억5000만파운드)에는 872억파운드의 주문이 몰렸다. 금리가 충분히 높으면 실수요자가 돌아올 수 있다는 첫 신호다. 다만 입찰 한 번으로 추세 전환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시장 해석은 엇갈린다. 바클레이스는 프랑스 문제를 "금융시스템이 건전한 국가의 재정 문제"로 규정하며 2010년대 초 유로존 위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오랜 채권 약세론자였던 짐 비앙코 비앙코리서치 대표는 미 10년물이 24년 만의 최고를 찍은 7일 "6년 만에 이제 채권시장으로 돌아갈 때"라며 강세론으로 돌아섰다. 5%대 금리는 3% 물가와 2% 실질성장에 걸맞은 정상 금리라는 이유다. 반면 얼 데이비스 BMO글로벌자산운용 채권 책임자는 이달 초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미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미 30년물 금리가 6%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국채시장이 망가졌다기보다, 시장이 더 높은 장기 균형금리를 시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상황…장기금리 부담은 가계로, 외국인은 주식을 팔았다
한국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지난 8월 18일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장중 연 4.751%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국채 바이백 실망과 유가 100달러 돌파가 겹친 9월 10일에는 외국인이 3년·10년 국채선물을 각각 1만계약 넘게 순매도하며 장기물 약세를 이끌었다.

충격은 가계로 번졌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인 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9월 15일 4.656%로 2023년 11월 이후 최고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예금은행 주담대 금리도 4.66%로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연준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차는 미 상단 기준 다시 1.00%포인트로 벌어졌다.
10월 들어 흐름은 엇갈렸다. 12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4.306%로 8.9bp 내렸고, 13일에는 4.229%로 이틀 새 16.6bp 하락했다. 외국인은 이날 3년 국채선물을 3만4789계약 순매수해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13일 코스피는 5.46% 내린 6035.35에 마감해 5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외국인 순매도는 4조5000억원을 넘었다. 삼성전자(-7.39%)와 SK하이닉스(-10.09%)가 동반 급락했다. 15일에는 충격이 더 커졌다. 코스피는 7.57% 폭락한 5554.22에 마감했고,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함께 발동됐다. 외국인은 이날 3조6000억원 넘게 팔아 8거래일 연속 순매도했고, 이달 누적 순매도는 17조8000억원을 넘었다. 삼성전자(-9.70%)와 SK하이닉스(-11.28%)가 다시 급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 추격과 AI 투자 수익성 우려를 하락 배경으로 꼽았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등 조건으로 외국인 수급 변화와 미국 장기금리·국내 할인율 흐름을 확인해야 한다고 짚었다. 원·달러 환율은 12일 1335.1원으로 2024년 10월 이후 약 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가 환율 하락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국고채 강세를 탈동조화로 읽기는 이르다. 미국 CPI 발표를 앞둔 14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4.261%로 하루 만에 3.2bp 반등했다. 증시가 폭락한 15일에는 안전자산 수요에 10년물이 4.193%로 6.8bp, 30년물이 4.289%로 4.9bp 내려 다시 강세를 보였다. 주식에서 빠진 돈이 채권으로 피신한 단기 효과일 수 있고, 미국 기간프리미엄이 다시 오르면 국고채 장기물도 끌려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다중노출 촬영) 2026.10.12.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1611034719000_8.jpg)
결국 장기금리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는 연준의 한두 차례 회의가 아니라 장기 실수요자의 복귀다. 연기금·보험사·해외 중앙은행이 5%대 금리를 충분한 보상으로 받아들이고 꾸준히 사들이느냐가 관건이다. 장기물 입찰의 응찰률이 높고 딜러 비중이 낮으면 실수요자가 돌아오는 신호이고, 금리가 높은데도 입찰이 부진하면 구매자 파업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21일 미 20년물 입찰이 다음 시험대다.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같은 날 영국 예산안, 11월 4일 미 재무부 분기 국채발행계획(리펀딩), 11월 17일 프랑스 예산안 표결도 이들의 계산을 바꿀 변수다.
단기금리는 연준을 따라 오르내린다. 그러나 장기금리는 누가 30년짜리 돈을 빌려줄 것인가를 반영한다. 수익률곡선의 앞과 뒤가 다르게 움직이는 이유다. 지금의 금리 상승을 비앙코는 위기의 가격이 아니라 정상화의 가격으로 본다. 반면 데이비스는 30년물 6%를 경고한다. 어느 쪽이든 그 재평가가 하필 빚이 가장 많은 시점에 찾아왔다는 것이 장기금리가 쉽게 내려오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