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현대차 협력부품사 공장을 가다
"직원들에게 곧 현대차 분규가 타결될 거라고 말하고 있는데 마침 결렬 소식이 들리더라고요"
울산 효문공단에서 영세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김사장은 24일 밤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젊은 직원들이 생활하는 기숙사를 찾아 이들을 격려하려던 계획은 그 순간 물거품이 됐다.
"직원들이 제일 애처롭죠. 집에서 놀고 있잖아요."
김사장은 임금 30% 삭감을 결정했다고 털어놓으며 10여명 직원들의 어려운 사정을 전했다.
평소 잔업 근무 3시간을 했을 경우 직원들이 받는 임금은 120~130만원선. 그러나 이번달은 잔업이 없다보니 월급이 고작 60만원선. 혼자 사는 젊은 직원에게도 한 달 생활비로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어느 정도는 줘야 직원들 생활이 가능할 것 아닙니까. 어렵게 내린 결정입니다"
이 업체는 현대차 생산라인과 연동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보니 현대차 파업 첫 주부터 조업에 차질을 빚었다. 지난 주에는 공장 가동을 아예 중단시키기도 했다.
최근 며칠간은 하루 앞의 상황도 예측할 수 없어 매일 매일 다음날 조업계획을 세우는 '하루살이' 공장이 됐다고 김사장은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월급 30% 삭감도 어려운 결단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는 인근 업체 상당수는 직원들에게 무급으로 쉬게 하거나 월차휴가를 쓰게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매출은 어느정도 줄었느냐"고 조심스럽게 묻자 김사장은 손사래를 쳤다. "직원들 월급 주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25일은 현대차 노조 창립기념일로 휴무일. 하청업체들도 이날은 쉰다. 김사장은 그러나 쉴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부분파업으로 조업중단을 밥먹듯이 하는 상황에서 집에서 쉬는 것이 편치 않다고.
그렇다고 뾰족히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공장을 한반퀴 둘러보고 기계에 탈이나 나지 않았는지 점검하는 일이 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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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소처럼 7시 30분쯤 출근해 공장설비를 점검했습니다. 언제 공장을 정상가동할지 모르잖아요." 그의 목소리에서 공장에 대한 애정과 조업중단의 안타까움이 동시에 묻어났다.
자그마한 공장 사무실을 빠져나와 바로 옆에 있는 공장 내부를 둘러보기로 했다. 넓다란 마당에는 젊은 직원 2명이 비누거품이 묻어 있는 트럭에 연방 걸레질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원들 두 명을 오늘 출근시켰습니다. 오전에 잠시 일하고 지금은 직원들이 할 일이 없다보니 알아서 세차를 하는 거예요"
이 곳에서 생산한 부품을 현대차 울산공장으로 나르는 트럭이었다. 3대의 트럭이 1대당 하루 평균 여덟 차례 울산공장과 이곳을 오고 간다고 김사장은 전했다.
그는 "어제 오전에 한차례 공장에 들어갔던 게 끝"이라고 말했다.
공장안. 시계는 오전 11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로 가득차야 할 공장이 적막하기만 했다.

김사장은 발걸음을 천천히 옮겨가며 공장 내부를 설명했다. 그는 재고 부품이 잔뜩 쌓여 있는 공장 안내한 후 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이 말은 꼭 써달라"고 부탁했다.
"매년 이렇게 파업을 하면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여기 직원들은 어떻게 됩니까. 노조가 참고 양보하는 모습도 좀 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