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불합치 판결, 민영 미디어랩 시대 열려

헌재 불합치 판결, 민영 미디어랩 시대 열려

김유림 기자
2008.11.27 19:03

방송 공공성 저해될 우려, 지역방송·종교방송 극렬 반대

헌법재판소가 27일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지상파방송 광고 판매대행 독점이 헌법에 불합치된다고 판결함에 따라 방송광고 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정부도 3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코바코의 방송 광고 판매대행 독점을 문제 삼고 민영 미디어랩 도입을 공공연하게 추진해왔기 때문에 첨예한 쟁점이었던 민영 미디어랩은 사실상 본 궤도에 오른 것과 마찬가지다.

미디어랩은 방송사를 대신해 광고주에게 광고를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송광고 판매대행사다. 민영 미디어랩이 도입되면 방송사들은 각자 개별 대행사를 통해 광고를 수주할 수 있게 돼 방송 광고는 자율 경쟁 체제와 대기업 중심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이 미디어랩 대신 1981년 한국방송공사를 설립해 모든 지상파 방송사(현재 37개 채널)의 광고 판매를 대행해왔다. 코바코는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 광고와 나머지 방송사 광고를 연계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체 광고물량의 10~15%를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등에 나눠줬다.

이 때문에 민영 미디어랩 도입으로 가장 걱정되는 것은 방송의 공공성 저하와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이 겪을 경영난 등이다.

CBS와 19개 지역MBC 노동조합, 8개 지역민영방송과 한국방송광고공사 노동조합은 지난 9월 ‘민영미디어렙 도입을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연대 성명을 발표했다. CBS와 평화방송, 불교방송, 원음방송 등 4개 종교방송 사장도 정부의 방침이 종교 탄압이나 마찬가지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종교 방송의 반발에 대해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지난 9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 "종교방송이 지금은 너무 편하게 경영을 하고 있다. 앞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력해야 한다"고 발언해 파문을 빚기도 했다.

광고 전문가들도 코바코는 광고주와 방송사의 직거래를 막아 프로그램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순기능을 한다고 보고 있다.

CBS 노동조합측은 "종교방송이 정부와 광고주의 눈치만 보게 돼 언론의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고 방송의 공정성과 다양성이 사라지면 시사나 다큐 등의 유익한 프로그램은 죽고 오락성과 선정성이 짙은 프로그램만 살아남게 된다"고 반박했다.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코바코의 광고요금 조절 기능은 지상파방송 3사의 독과점적 지위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윤을 다른 방송매체에 전이해 해당 매체의 생존을 보장하는 공공적 조절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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