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50배, 외국돈에 승부건다

레버리지 50배, 외국돈에 승부건다

배현정 기자
2009.01.20 04:02

[머니위크]개미들의 FX마진거래

한국판 '와타나베 부인'인 '김여사'의 시대가 왔다.

와타나베 부인은 저금리 엔화로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일본 주부를 칭하는 말. 근래 들어 국내에서도 전 세계 주요 통화에 투자하는 김여사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월8일 목요일 오후 6시30분. 여의도 외환선물 세미나실에서는 40~50대 중년 학생들의 만학(晩學)이 한창이었다. 주부에서 30대 젊은 직장인들의 모습까지 눈에 띈다.

그리고 이내 시작된 강의, 기본 유의점부터 환기시키는 강사의 말을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수강생들의 눈빛이 날카롭다.

"주식, 부동산 투자 등에 거듭 실패했다"는 수강생들은 주요 통화나 국가의 경제상황의 흐름을 주시하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신종 투자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강의는 요즘 무서운 속도로 인기몰이 중인 FX(외환)마진거래에 관해서다.

FX마진거래는 일정액의 증거금을 예치해두고 통화의 움직임을 예상해 특정 통화를 사고파는 외환선물거래의 일종이다.

50대의 주부 진모씨는 "금융위기 전에는 먹고 사는 것에 관심이 없었는데 요즘은 긴장이 돼서 FX마진거래를 알아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아파트도 단 한채 밖에 없고, 한번도 부동산을 튀긴다든지 그런 투기를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1년 전에는 유럽에서 유로화를 갖고 오면 1200원 정도로 바꿨는데 요새는 1800원 이렇게 하니 생각이 달라졌어요. 환율로 인해 입은 손해를 복구하고 싶어요. 나이가 있어 잘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환차손을 줄이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또 다른 주부 황모씨도 "세상이 단지 (남편) 월급으로 사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면서 20년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FX마진거래를 뒤늦게 뛰어들게 된 동기를 털어놨다.

FX마진거래는 지난 2005년 1월 선물거래법 시행령 개정 후 선물회사를 통해 가능해졌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최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강의에 참석한 IT업계에 종사하는 50대의 권모씨는 "FX마진거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좋은 머리를 이용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좋은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며 "2005년 개방됐는데 홍보가 미흡했던 게 아쉽다. 꼭 물건을 수출하는 것만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의욕을 보였다.

선물협회에 따르면 FX마진거래의 일평균 거래량은 2005년 115계약, 2006년 212계약에 불과했지만 2008년에는 1만3174계약으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월별 거래대금도 2006년 9억1000만달러에서 2008년에는 632억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기봉간 FX파트장은 "집에서 혼자 FX마진거래를 하는 투자자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삼삼오오 모여서 투자 전략을 짜고 공동 출자를 하는 그룹도 등장했다"고 달라진 FX마진거래 현장의 열기를 전했다.

이에 외환선물은 지난해 10월부터 주 1회이던 FX마진거래 투자세미나를 매주 월~목(4회), 토(2회) 등 총 6회로 늘렸다. 그럼에도 이날 정원이 30명인 기초강좌에만 40명이 넘는 수강생이 몰려드는 등 강의실은 북새통을 이뤘다.

◆레버리지 50배 '고수익 유혹', 개인 투자자 급증

투자자가 이처럼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FX마진거래의 높은 레버리지(차입) 효과 때문이다.

"선물의 레버리지는 보통 6~7배인데, FX마진거래는 50배에 달해요. 높은 레버리지는 기회인 동시에 위험이 됩니다."

유상미는 강사는 " FX마진거래는 무려 50배에 달하는 레버리지로 위험도 높지만 기대수익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즉 1억원 가치의 거래를 하려고 하면 계좌에 1억원의 2%인 200만원 정도의 개시 증거금 정도만 있으면 거래가 가능하다. 200만원으로 1억원을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한 고수익의 가능성이 투자자를 불러 모으는 달콤한 유혹이다. 강영주 국제영업부 사원은 "FX마진거래를 하는 투자자 중 80~90% 이상은 손실을 입는 반면 10% 안팎의 투자자들은 다른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잃은 손실을 전부 상쇄할 정도의 큰 수익을 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고수익을 올릴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도 FX마진거래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주식시장의 침체도 FX마진거래로 투자자들이 눈길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기봉간 FX파트장은 "주식시장이 침체할 때 외환시장은 반대로 떠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주식시장과 달리 FX마진거래는 상승장에서뿐 아니라 하락장에서도 이익 창출이 가능한 양방향 수익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높은 변동성을 이용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 및 선물옵션과 달리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작전' 등의 개입이 어려운 시장이라는 점도 직장인들의 환심을 사며 속속 'FX 직장인 투잡족'을 만들고 있다.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도 이점. 부동산컨설팅 사업을 하는 김모(37)씨는 "오후 3시면 폐장되는 주식시장과 달리 FX마진거래는 24시간 개장돼 있어 낮에 하는 업무에 지장 없이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현재 FX마진거래는 외환선물, 한맥선물, KR선물 등에서 중개하는데 이들 홈페이지에서 HTS를 다운로드하면 모의투자를 연습할 수 있다. 2월 이후에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증권사의 선물업 겸영이 가능해져 증권사에서도 FX마진거래가 가능해질 예정이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 필수, 모의투자 경험 쌓아야

FX마진거래는 환율의 변동을 이용, 시세차익을 얻는 거래 방식이다. 별도의 자격증이 필요 없고 컴퓨터만 있으면 홈트레이딩 시스템(HTS) 시스템을 통해 24시간 간편하게 외환을 거래할 수 있다.

거래되는 주요 통화로는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유로화, 스위스프랑, 캐나다달러, 호주달러, 영국 파운드화 등이 있다. 이들 통화는 유로/달러, 달러/엔, 파운드/달러 등 반드시 '한 쌍'이 한 종목이 된다.

유상미 강사는 "이들 종목을 삼성전자, 포스코처럼 한 종목으로 이해하면 쉽다"면서 "이들 종목이 오를 것 같으면 미리 사고, 내릴 것 같으면 미리 팔아서 이익을 발생시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외환선물에 따르면 코스피 주식거래 종목은 1600개 이상이나 되지만, FX마진거래의 종목은 불과 30여 개에 그친다. 유 강사는 "특히 국내에서 주로 거래는 종목은 4~5개에 불과하다"면서 "이들 통화가 거래되는 주요 국가의 경제 지표 등을 주의 깊게 살피면 거래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투자 원리는 단순하다. 하지만 환율은 글로벌 경제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결정되기 때문에 주식보다도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기봉간 FX파트장은 "전 세계적으로는 유로/달러, 달러/엔 등이 주로 거래되지만 국내에서는 보다 변동폭이 큰 유로/엔, 파운드/엔 등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투자 성향이 화끈해 '모 아니면 도'식의 변동성이 큰 투자를 즐기기 때문에 자칫 큰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기봉간 파트장은 이에 "FX마진거래도 포트폴리오를 짜라"면서 "달러와 유로의 경우 대체로 달러가 오르면 유로가 내리는 등 반비례 움직임을 보이는 특성이 있어 이러한 통화간 특성을 바탕으로 전략을 짜라"고 조언했다.

유상미 강사는 "처음 FX마진거래를 한다면 이해가 갈 때까지 초ㆍ중급 강좌를 반복해서 듣고 모의투자도 최소한 3~6개월 해본 뒤에 실전에 나서는 게 좋다"면서 "레버리지가 큰 만큼 완전히 이해한 뒤 투자에 나서야 큰 손실을 입는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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