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문제로 사회적 파장 커질 수도"

"비자금 문제로 사회적 파장 커질 수도"

정영화 기자
2009.06.23 10:54

[머니위크 커버스토리]5만원 경제학/ ⑥전성인 홍익대 교수

[편집자주] 6월23일, 우리나라에서 36년 만에 최고 액면 화폐의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 화폐 개혁에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고액권'의 탄생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1년 안에 10만원권 수표의 90% 이상, 1만원권 수요의 40% 가까이를 대체하리라는 예측만큼 벌써부터 만만치 않은 위력도 감지되고 있다. '5만원권' 시대. 최고 액면 화폐의 새 정권 맞이로 분주한 경제ㆍ사회ㆍ문화 각 분야별 동향을 살펴본다.

"5만원권이 발행되면 소액 정액 자기앞수표의 발행을 일시적으로 축소시키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비자금 조성이 그 전보다 훨씬 편해졌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봅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5만원권 발행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면보다는 우려스러운 점들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비자금 조성이 쉬워졌다는 점을 꼽았다. 5만원권이 발행되면 과거의 1/5의 분량으로 동일한 현금을 저장 이동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이 분명히 활발해질 것이고, 이것이 고액권 유통을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논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마이애미에서 고액권의 유통이 가장 활발하다는 통계가 있었는데 그 대부분이 마약거래와 직,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것이 거의 정설이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아직 5만원권 거래의 필요성 보다는 비자금 조성에의 악용 가능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고액권 화폐를 발행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고액권 발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와 관련해서는 이론적으로는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신용카드 등 전자결제가 많아져서 실제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은 현실에서 화폐단위의 일정 배수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어떤 재화의 가격이 5000원이면 5000원, 만원이면 만원 이렇게 형성되지, 1만3258원 이런 식으로 결정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비재의 가격이 화폐단위와 큰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5만원권이 통용되면 이런 측면의 일부 가격 상승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최근 홈쇼핑이나 카드 결제와 같이 현금을 쓰지 않고 전자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부분이 제법 많아졌기 때문에 화폐단위의 일정 배수라는 고정관념이 거의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금을 지불하고 구매해야 하는 소비재의 경우 일부 소비패턴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지만, 홈쇼핑 등의 거래가 대부분 계좌이체나 신용카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쉽게 속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5만원권 발행이 갖는 가장 큰 장점으로는 수표 발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전자결제 수단이 편한 우리나라에서 정액 자기앞수표 발행이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조금만 더 버티면 결국 정액 자기앞수표를 사용하는 수요는 대부분 전자결제로 포함될 것이라고 봤다.

5만원권과 대체관계에 있는 소액정액 자기앞수표는 일부 재래시장 등에서 계속 유통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 부분의 비중 역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게 따진다면 5만원권 발행이 갖는 장점은 많이 상쇄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고액권 화폐 발행은 소액 정액 자기앞수표의 발행을 일시적으로 축소시키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편익에 비해 비자금 조성의 편리성 등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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