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집단소송 70%가 증권관련…韓 남소규제 장치
한국의 증권관련 집단소송 1호가 법원으로부터 사실상 허가를 받으면서 한국 자본시장에도 소액주주들과 기업 간의 '법률전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사실상 허가를 받은 첫진성티이씨(16,320원 ▲820 +5.29%)증권관련 집단소송이 투자자들의 승리로 끝날 경우 한국 자본시장에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자본시장의 경우 전체 집단소송의 60~70%를 증권관련 집단소송이 차지할 정도로 집단소송은 활성화돼 있다.
◇집단소송, 자본시장 '법률전쟁' 예고
증권관련집단소송은 소액주주의 대부로 불리는 장하성 교수와 참여연대가 주축이돼 입법화된 법. 지난 2005년 1월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시행이후 4년 반동안 거의 사문화돼 왔지만, 지난 4월 서울인베스트가 진성티이씨의 분식회계를 문제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면서 처음으로 한국자본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증관관련 집단소송은 피해규모가 발행주식 총수의 1만분의 1 이상이며 피해 주주가 50명 이상이면 제기할 수 있다. 분식회계에 대한 집단소송제는 2007년 1월부터 적용됐다. 집단소송은 일반 소송과 달리 소송 불참사유를 밝히지 않는 한 같은 사유로 피해를 본 주주는 모두 구제받는다.
박철수 법무법인 이수 변호사는 "집단소송은 법원에 의해 대표당사자로 지정된 자가 소송을 수행하되, 판결 효력은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더라도 피해를 입은 주주 전체에게 미치는 차이점이 있다"며 "소액다수의 피해주주에 대한 권리구제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민사소송은 다수 피해자 중 일부를 선정당사자로 선정해 소송을 수행하고 판결 효력도 소송 당사자들에만 미치는 선정당사자제도를 택하고 있다.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대표당사자 선정은 법원이 이번 사건을 일반소송만이 아니라 집단소송으로 취급해도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소송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며 "집단소송은 자본시장에 소액주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하나의 '툴'로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법원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집단소송을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관련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남소 우려는 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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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은 미국과 달리 ‘남소’의 우려를 고려, 법원이 집단소송을 사전허가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민사소송과 달리 법원이 사전에 허가를 해야 본격적인 소송이 시작되기 때문에 재판부의 재량적 판단이 지나치게 크게 작용한다는 비판도 낳고 있다.
장하성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장은 "법원의 사전허가제로 현행법에서는 남소는 어렵다"며 "입법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지만, 미국보다 훨씬 제약적인 집단소송법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또 원고가 모든 혐의를 입증해야하는 의무도 큰 부담이며, 비용부담 등을 감안할 때 진정한 '소액'주주는 하기 어려운 소송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조 한성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과 같이 기관투자자들이 많고 자본시장이 발전한 곳일수록 증권관련 집단소송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규제가 5년간 거의 사문화돼 왔다"며 "불법 부당행위를 통해 손해를 입은 이해당사자들이 권리회복에 나서는 제도적 장치로써 활성화 돼야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최근 시장주의 강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 기업경영에 대한 사전적 규제들이 완화되고 있다며, 집단소송은 기업경영에 대한 사후적 규제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은 투자분석부장도 "한국의 경우 소액주주들의 알 권리가 많이 제한돼온 점을 감안할 때 집단소송은 한국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며 "집단소송이 상장기업의 경영을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상장사로서 누리는 효익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해석해야한다"고 밝혔다.
정 부장은 분식회계 등에 해해 소액주주들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집단소송은 어찌 보면 자연발생적이지만, 불순한 이익을 챙기려는 세력과 법조인이 규합하면 집단소송의 취지가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