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사업자들은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이 보다 저렴하게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끔 다양한 결합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상품을 잘 이용하면 가구당 수십만원을 절약할 수도 있다. 그런데 통신요금을 할인해 주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아예 무료로 제공할 수는 없을까? 그것도 충성도와 상관없이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요즘 같이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을 때는 더 귀가 솔깃해지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롱테일 경제학으로 유명한 크리스 앤더슨은 최근 출간한 'Free'라는 책에서 기업이 어떻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도 아니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앤더슨이 말하는 '프리코노믹스(Freeconomics :Free + Economics)는 면도기는 거져 주고 면도날을 팔아 돈을 버는 것과는 개념이 다르다. 면도기와 면도날의 경우 면도기를 제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면도날의 판매가에 포함 시키는 것이지만 프리코노믹스에서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생산원가가 급속한 속도로 떨어져 실제로 0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무료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앤더슨은 구글의 인터넷 검색 서비스 사업을 프리코노믹스의 대표적인 예로 든다. 세상의 모든 웹페이지를 검색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 하다. 하지만 일단 인프라가 구축되고 나면 거기에 새로운 웹페이지가 더 추가 되고 사용자가 한 명 더 늘어난다 해도 비용은 거의 늘어 나지 않는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구글은 유용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많은 이용자를 끌어 들일 수 있고 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팔아 엄청난 이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헌데, 대규모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통신사업자들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 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몇 개월 전부터 KT가 보여주고 있다. KT는 지난 1월부터 전국의 스타벅스에서 네스팟 무선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인터넷 접속시 구글 페이지를 한번 보는 대신 시간당 3000원의 사용료를 더 이상 지불할 필요가 없다. 물론 KT는 구글로부터 돈을 받는다.
이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서비스 개시 후 접속자 수가 50배 이상 증가했고 7개월이 지났는데도 접속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고객과 광고주, 통신사업자 모두가 Win하는 성공적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스타벅스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올 하반기 중 국내 4대 공항에서도 에미레이트 항공의 스폰서 기반으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결국 KT는 통신 상품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이들에게 광고를 하고 싶은 기업을 연계하여 통신업계에서의 프리코노믹스를 실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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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스폰서 기반 무료 무선 인터넷의 성공사례에서 보듯, 광고를 보고 들으면 무료 전화가 되고, 광고를 보면서 인터넷을 할 경우 일정 요금을 되돌려 주는 등 다방면의 통신상품으로 프리코노믹스의 개념이 확대 적용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통신상품을 이용하면서도 가계 통신비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통신사업자는 이렇게 늘어난 이용자를 기반으로 광고 또는 연관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여 지금까지 생각해오던 것과는 전혀 다른 통신산업의 패러다임 혁신이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프리코노믹스가 침체된 모든 사업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요술 방망이는 아니다. 프리코노믹스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경쟁자들 때문에 세계의 신문업계가 위기에 처해 있다.
신문사 스스로가 무료 온라인 서비스로 전환을 해서 프리코노믹스 사업을 하려니 광고 수입이 기존의 콘텐츠 제작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것을 뉴욕타임즈 등의 굴지의 신문사들이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엄청난 투자를 필요로 하는 통신 서비스 모두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인프라 구축과 운영을 보다 효율적으로 해서 한계비용을 최대한 낮추고 광고의 효율성을 개선해 수익성을 높인다면 보다 많은 고객을 무료 서비스로 행복하게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