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KB증권이 홈런친 비결

'루키' KB증권이 홈런친 비결

박준식 기자
2009.09.01 11:00

두산주류 M&A 자문 성공..개성 다른 구성원의 '팀워크'

이 기사는 08월28일(16:50)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올 초 KB투자증권 IB본부는 홈런을 쳤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롯데그룹의 두산주류 사업부(현 롯데주류) 인수 자문에 성공한 것이다.

거래 규모가 약 5000억원이 넘는 메가딜이었다. 그것도 금융위기로 살얼음판을 걷던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M&A 였다. 비유하자면 2군에서 갓 올라온 루키가 페넌트 레이스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거포를 쏘아 올린 셈이다.

실제 KB금융지주가 KB투자증권의 전신인 한누리증권 인수를 승인받은 건 지난해 2월. 증권사 내에 새로운 IB팀이 꾸려진 뒤 1년도 안돼 '거포'로 자리매김한 것은 남다른 인적 구성을 배경으로 한다.

우선 본부장의 카리스마가 남다르다. IB본부를 이끌고 있는 이민섭 전무는 이전까지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 서울지점의 기업금융 총괄책을 맡던 전문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와 시카고대에서 MBA를 거친 이 전무는 AT커니와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실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노련한 리더를 보완하는 두 팀장은 '좌청룡 우백호'라는 수사가 제격이다. 국민은행에서 외환은행 인수계약을 주도했던 박천수 이사가 1팀장, HSBC와 노무라, 리먼 브라더스, JP모건 등 쟁쟁한 IB를 모두 거친 서종혁 이사가 2팀장을 맡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금융조달 능력 한계를 은행 출신의 박 이사가, 고객 기업과의 실무 소통을 국제적 감각이 뛰어난 서 이사가 각각 보완해 외국계 IB 못지 않은 업무 처리 능력을 보였다는 평이다. 여기에 언스트앤영과 미래에셋증권 출신의 최명록 3팀장(부장)의 실무 능력을 더했으니 그야말로 '드림팀'이 아닐 수 없다.

인터뷰를 한 박천수 이사는 겸손한 리더십을 가졌다. 상반기의 성공이 가능했던 이유로 "조직이 비교적 유연했던 초기라 영업과 실무 조직을 융합해 최대 효과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반 상승세를 실력이라고 과대포장하기 보단 당시에 가진 장점을 최대한 발휘한 것이라고 담담히 평가한 것이다.

본부 팀원들의 출신 성분과 개성이 각자 다른 건 모래알 조직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이사는 "오히려 그런 차이를 양보와 협업으로 극복해 동기부여로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창기 거래를 개진할 때 자금조달 시장이 얼어붙어 있어 누구도 신뢰할 수 없었지만 팀원들은 "어차피 누구도 못할 거래라면 우리가 할 수도 있지 않냐"며 추진력을 발휘한 것이다.

실제로 자산양수도 성격의 법적 문제까지 있던 이 딜을 KB증권 IB본부는 단 석 달 만에 끝내야 했다. 박 이사는 "인허가 이슈는 물론이고 자금조달 부문에서 3000억원 가량의 대출과 2000억원의 회사채 발행 등을 동시에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긴밀한 팀워크가 아니면 (거래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은행에서 전략기획을 주도하던 소위 잘 나가던 뱅커가 영업이 필요한 IB로 변신한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박 이사의 대답은 "평소 일하며 꿈꾸던 비즈니스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2004년 은행에서 근무하던 박 이사는 내부에 증권사와 연계된 사업을 제안했지만 대규모 인프라펀드에 순위가 밀리는 걸 보면서 한계를 느꼈고, 곧바로 기회가 생기자 증권사를 택했다.

그런 그가 가진 꿈은 소박했다. "금융그룹 내의 은행과 증권사 사이에서 둘의 차이를 아는 이로서, 소통의 창구로 기능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상반기에 KB증권이 무시하지 못할 성적을 거두자 '금융지주사 계열 증권사의 반짝 실적'이라는 질시가 쏟아졌다. 하지만 다른 은행계 증권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KB증권만이 실적을 낸 이유는 자신을 주춧돌로 낮추는 딜메이커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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