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지하세상ㆍ지하왕국/ 코엑스 vs 센트럴시티
올해로 꼭 10년째다. 땅 위에 올라서지 않고서도 영화 보고, 밥 먹고, 쇼핑하고 모든 걸 즐길 수 있는 공간. 국내 대표적인 지하 쇼핑몰이라고 할 수 있는 코엑스몰과 센트럴시티 말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햇빛 한번 보지 않고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지하 쇼핑몰은 그야말로 호기심 넘치는 새로운 문화 그 자체.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대형 쇼핑몰이 속속들이 생겨나면서 ‘땅 속’이나 ‘땅 위’나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 국내 대표적인 쇼핑몰인 코엑스몰과 센트럴시티 현장을 다녀왔다.
여가 즐기며 브랜드 매장 쇼핑-코엑스몰

삼성역 6번 출구와 연결된 코엑스몰은 네일숍부터 안경점, 복사점에 커피전문점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종합 쇼핑몰이다. 지하철 출구를 나오면 코엑스몰 입구 쪽에 마당이 펼쳐지고 뮤지컬 공연 등을 관람할 수 있는 아티움극장은 물론 중저가 여성의류 브랜드 자라(ZARA)를 비롯해 다양한 가게들이 입점해 있다.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넓은 통로를 따라 물결 무늬의 주 동선이 흐른다. 푸드코트를 지나 반디앤루니스서점을 기점으로 이벤트홀을 지나 아래로 향하면 메가박스영화관과 아셈타워가 나오고, 반디앤루니스를 끼고 왼쪽 현대백화점 방향에는 링코 등 사무용품전문점과 커피전문점 등이 골고루 자리를 잡고 있다.
코엑스몰을 중심으로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현대백화점, 도심공항터미널과 코엑스 전시관 등이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하루 유동인구만 해도 10만~2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는 것이 코엑스 측의 설명이다. 이 많은 사람들이 지하에서 ‘먹고 즐기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을 정도로 치과부터 미장원, 노래방까지 갖춰져 있다.
주 동선에는 대부분 의류를 비롯해 브랜드 전문점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서브 동선으로 갈수록 소점포의 보세 전문점들이 고루 배치돼 있다. 보세라고는 하지만 이 역시 일반적으로 비교해 봤을 때 가격대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통로가 넓고 공간 구성이 널찍널찍하게 돼 있어 지하 특유의 답답함이 없는 것도 코엑스몰의 특징 중 하나. 강주일 코엑스몰팀 차장은 “지하는 환기가 잘 안 되고 답답하다는 인상을 벗기 위해 처음 설계 당시부터 일부러 복도를 보다 넓게 계획했다”며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도였는데 다행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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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차장은 “10년 전만하더라도 여가생활과 쇼핑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호기심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며 “사실 지금까지는 ‘손 안 대고 코 푼’ 식으로 덕을 많이 봤다”고 말한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 강 차장의 이야기.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비롯해 비슷한 개념의 콤플렉스몰이 속속 등장하면서 고객들이 많이 분산됐다. 코엑스몰 입장에서는 강력한 경쟁자들에 대항할 새로운 무기를 마련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코엑스몰 내의 상인들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나타냈다. 식당을 운영하는 허원 사장은 “코엑스몰을 찾는 손님들의 70%는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다”며 “10년 동안 영화관 시설이 낙후되고 주변에 대형극장들이 많이 생기면서 손님들이 예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쥬얼리샵을 운영하는 홍한식 사장은 “빈 점포가 생기면 코엑스몰에서 공개 입찰을 실시하는데 그 가격대가 기본적으로 평당 몇억원씩 갈 정도로 높다. 쇼핑몰의 특성상 다른 지역에 비해 손님이 꾸준히 안정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은 맞지만 투자비용이 높기 때문에 실제 수익은 적어 힘들어 하는 상인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강 차장은 “10주년을 맞아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쇼핑몰 내의 리뉴얼을 계획하고 있다”며 “횡적인 구조로 돼 있는 공간을 보다 다양하게 변화시켜 지하라는 느낌을 최대한 없애는 등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싼값에 의류 쇼핑 즐기려면-센트럴시티&강남 지하상가

3호선과 7호선, 그리고 9호선이 만나는 그야말로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고속버스터미널역. 이곳에서 내린 뒤 강남 지하상가를 지나 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 방향으로 자리를 잡으면, 센트럴시티의 분수광장을 먼저 만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마주보는 곳에 영풍문고를 중심으로 신나라레코드, 바디샵 등의 다양한 가게가 입점해 있는 이곳이 센트럴시티의 중심가. 이곳을 중심으로 영풍문고 쪽으로 난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액세서리숍과 함께 극장 시너스, 푸드코드 등으로 연결된다. 분수광장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층 더 올라가면 다양한 음식점들이 배고픈 행인들을 유혹한다.
영풍문고 앞쪽에서 쥬얼리샵을 운영하는 홍준성 씨는 “센트럴시티의 관리를 받는다는 면에서 가게 운영은 백화점 매장이나 별로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백화점과 강남 지하상가의 중간에 위치한 때문인지 손님층 역시 딱 그 중간층으로 나이가 조금 더 어려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30년 역사를 지닌 강남 지하상가로 나가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조금은 어수선하고 시끄럽다. 1.3km 길이의 2개 복도를 따라 양쪽으로 650여개의 점포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가게마다 의류를 중심으로 구두, 가방 등 다양한 종류의 최신 유행 옷을 판매하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40% 정도 싼 가격표가 손님들을 유혹하며 어지럽게 붙어있다. 물론 싸기로 유명한 이곳에서도 알뜰 쇼핑 노하우는 있다. 일자로 이어진 길목에서도 백화점이나 센트럴시티의 입구와 연결된 중심부로 갈수록 가격이 조금 더 높아진다.
26년째 이곳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권동대 씨는 “30년 전에는 논노와 같은 고급 의류 제품들을 이곳에 오면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었다. 밀리오레 등이 처음 생길 때에도 다음날이면 이곳에 더 싼값에 똑같은 옷이 걸리곤 했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이미지가 아직까지 남아있어 실제로 평일 낮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들마다 손님은 쉴 새 없이 북적거렸다. 권씨는 “전체적으로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여기도 예전에 비해 장사가 안 되긴 마찬가지”라면서도 “그래도 워낙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다른 곳보다는 손님이 많은 편”이라고 말한다. “오죽하면 다른 곳 알아보겠다며 가게를 내놓은 사람들 중에서 다른 곳 다녀보니 그래도 여기가 낫다고 눌러앉은 사람이 여럿”이라고 권씨는 귀띔한다.
그러나 문제점도 적지 않다. 강남 지하상가는 서울시관리공단 소속인데 대부분의 가게들이 법률적으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경우가 많다. 계약이 한번 물릴 때마다 가게 임대료가 2배, 3배로 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권씨는 “최근에는 서울시와 재개발 문제를 두고 거의 2년 가까이 마찰을 빚기도 했다”며 “어려 가지 문제들이 많이 얽혀 있지만 생존의 터전인 만큼 쉽게 포기하고 떠날 수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