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필립 조리옹 미 UC어바인대 교수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는 내재 위험을 정확히 모르는 금융상품을 거래해서는 안 됩니다."

리스크 관리의 대가인 필립 조리옹(사진) 미국 UC 어바인대학 교수가 국내 금융회사 CEO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CEO가 금융상품에 내재된 위험을 정확히 모른 채 판매 또는 투자할 경우 고객과의 분쟁은 물론 금융회사의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회사 성장과 이익을 책임지는 CEO에게 비현실적인 얘기가 아니냐는 반문에 "금융회사가 직면한 리스크를 정확히 이해하는 CRO(리스크 관리임원)를 두면 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국금융리스크전문가협회의 초청으로 5년만에 한국을 방문한 조리옹 교수는 리스크 관리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1985년 출간한 'Value at Risk'(시장위험관리)는 전세계 리스크 매니저들의 필독서다.
26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만난 조리옹 교수는 "리먼브라더스의 전철을 되밟지 않기 위해서는 CRO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CRO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해 졌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시스템에 들어가는 입력변수(성장률 경상수지 금리 환율 주가 등)가 금융위기 이전보다 많아졌다. CEO와 이사회에 분석한 위험을 지속적으로 알려, 대비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하는 것도 강도높게 요구받고 있다. 특히 해결책 마련에는 특히 CEO와 CRO의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조리옹 교수는 "리먼의 경우 CRO가 각종 위험지표를 사전에 인지하고 경영진에 보고했지만 단기성과와 보상금에 집착한 경영진들이 이를 무시하면서 결국 무너졌다"며 "아무리 훌륭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갖춰도 이를 활용하는 경영진이 비이성적 탐욕에 물들면 성공적인 리스크 관리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CRO가 분석한 리스크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는 것이 리먼 파산이후 CEO의 핵심 업무중 하나"라고 말한다.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받아들이는 기업문화가 형성돼야 계량적 모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편 조리옹 교수는 한국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수준에 대해서는 직답을 피했다. 대신 "해마다 늘어나는 금융리스크관리자(FRM)자격시험 응시 인원과 리스크 관리 수강생들의 열정, 지식은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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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한 은행권이 통화옵션상품인 '키코'로 고객인 기업들과 송사를 벌이는 것에 대해 "한국법정에 증인으로 나선 로스 MIT대 교수와 엥글 뉴욕대 교수와 모두 친분이 있어 어느 한쪽을 편들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이 파생상품 판매시 내재된 위험은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