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CEO In & Out / 윤용로 기업은행장
"이제는 룰 메이커(Rule Maker)로 전환할 때다."
기업은행(23,250원 ▲400 +1.75%)이 리딩뱅크(Leading bank)의 새로운 개념 만들기에 도전한다. '덩치 큰 은행'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선도하는 은행'이 진정한 리더(Leader)라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연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무려 0.5%포인트 인하했다. 이어 2월8일에는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1.0%포인트 낮췄다.
최근 새로운 주택담보대출 금리체계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가장 먼저 출시한 곳 역시 기업은행이다.
이러한 고강도 선제 공격으로 요즘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룰 메이커'로 주목받고 있다. 덕분에 조타수(操舵手)라는 별칭까지 얻은 윤 행장의 행보가 은행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개인고객 1000만 시대로'
'진검승부(眞劍勝負)'
'고객졸도(顧客卒倒)'
'기상천외(奇想天外)'
'부창부수(夫唱婦隨)'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신년 초 전국 영업점장들에게 사자성어로 올해의 4대 과제를 제시했다.
퇴직연금시장 유치 총력전은 진검승부로, 고객 서비스는 고객졸도 수준으로, 금융서비스는 기상천외할 만큼 선도적으로, IBK금융그룹 계열사 시너지 창출은 부창부수의 호흡으로 밀고 나가자는 것. 2010년을 기업은행이 명실상부한 1등 은행으로 우뚝 서는 질적 성장의 해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지난해 어둠 속을 거침없이 걸어갔다면 올해는 기회의 강을 건너간다."
최대 당면 과제는 개인금융과 기업금융의 균형 성장이다. 윤 행장은 올 초 시무식에서 "2009년이 기업은행의 개인금융이 태동한 원년이라면 2010년은 본격적으로 발전하는 해로 만들 것"을 주문했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앞날은 밝다. 2007~2008년 평균 40만~50만명에 그쳤던 기업은행의 개인고객 증가 수는 2009년 두배가 넘는 100여만명으로 훌쩍 뛰었다. 2010년에는 개인고객 1000만명 시대를 연다는 각오다.
윤 행장은 "많은 기업들이 범하는 전략적 우(愚)는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기존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중소기업 지원을 잘하기 위해서도 개인금융 강화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개인금융과 기업금융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지 않고서는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이를 위해 올해 신설하는 점포는 개인금융 전문형 점포로 운용한다. 직원 수와 전용 면적을 줄인 IBK World 점포를 확대하고 마트 내 점포 신설 등을 통해 점포망 열세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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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인 중소기업 분야 관리에도 더 공을 들인다. 사전적ㆍ선제적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경영정상화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산도 넘어야 한다. 지난 1월에는 'IBK연금보험'(가칭)의 예비허가를 신청하고,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금융업 전반을 아우르는 IBK금융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구축했다. 금융지주사 설립의 기반을 다진 것이다.
윤 행장은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기업은행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우선 금융그룹의 효율성 제고에 주력하고 충분한 협의를 거쳐 공감대가 형성되는 시기에 지주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
민영화 역시 서두르지 않는다. 지난해 말 '경영자율확대 시범기관'으로 선정돼 경영상의 민영화는 일부 달성된 상태. 윤 행장은 "민영화는 중소기업 정책금융의 안정적 작동 여부와 연계해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당분간은 중소기업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오직 고객' 외치며 관료에서 은행가로 성공 변신
윤 행장은 매사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스마일맨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평소 파나소닉 창립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설파한 '3가지 복(福)'에 대해 깊은 공감을 표해왔다. 몸이 약한 복, 가난하게 태어난 복, 배우지 못한 복이 바로 그것이다. 일반인들은 불행 또는 부족한 점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함으로써 삶을 변화시켰던 것이다.
2007년 말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한 윤 행장의 발자취에서도 이러한 긍정적 사고의 힘을 엿볼 수 있다.
윤 행장은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관료 출신이다. 금융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여느 시중은행장들과는 사뭇 다른 출발이자, 은행장으로서는 다소 약점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윤 행장은 취임 이후 '오직 고객'을 주창하며 현장을 발로 뛰면서 관료에서 은행가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뤄냈다.
윤 행장은 취임 첫날부터 현장을 방문하며 가감 없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지금까지 전국의 중소기업인을 찾아가는 30여 차례의 '타운미팅'을 통해 2000명 가까운 중소기업 CEO를 만났다.
4조원 이상의 수신고를 올리며 최대의 히트상품으로 기록된 '중소기업 희망통장'를 비롯해 '서민섬김통장' '중소기업희망대출' 등은 이러한 타운미팅의 소중한 결실이다.
기존의 관행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는다는 것도 윤 행장의 눈에 띄는 경영 스타일이다.
선제적인 금융서비스 및 청년창업 IBK Challenge 1000프로그램(청년창업기업 육성) 등 나날이 새로운 금융지원 패러다임을 창출해가는 기업은행의 '내일'이 오늘보다 더 기대되는 이유다.

윤용로(尹庸老) 기업은행 은행장은 1955년 충남 예산 출생으로 서울 중앙고와 외국어대를 졸업했으며, 87년 美미네소타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8년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재무부를 시작으로 재정경제원과 금감위를 거쳐, 금융과 경제정책 전반에 정통한 금융전문가로 평가된다.
재무부와 재경원 시절 국세심판소와 국고국, 이재국, 국제금융국, 금융정책국에서 일했으며, 2002년 금감위로 자리를 옮겨 공보관과 감독정책2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금감위 부위원장(차관급)으로 재임 중 2007년 12월 제22대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이후 '오직 고객(Only Customer)'을 주창하며,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원활한 지원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