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프리미엄 로드/ 변모되는 인사동
인사동은 한국적인 정취를 대표하는 전통의 '프리미엄 거리'다. 고미술품과 골동품이 모여 있는 인사동 전통거리의 역사는 100여년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의 거리 모습은 많이 변질됐다. 특히 인사동 초입은 화장품 매장의 주무대가 됐다.
지난해 5월 네이처리퍼블릭이 이곳에 첫 매장을 냈다. 당시만 해도 인사동 거리에 화장품 브랜드숍은 이곳뿐이었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4개월새 아리따움, 더페이스샵, 에뛰드하우스, 토니모리, 이니스프리, 바비펫 등이 줄줄이 인사동에 매장을 오픈했다. 이들의 주 고객층은 외국인 관광객이다. 매장 점원들은 한결 같이 중국인과 일본인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소가 장소 인만큼 홍보방식도 여타 매장과는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게 한글 간판. 인사동 문화거리를 관리하는 종로구청에서 한글간판 사용을 권장함에 따라 이 매장들은 모두 한글간판을 달고 있다. 또 인사동 상권에서는 과도한 호객 행위와 마이크 사용, 행사 부스나 이벤트 현수막을 보행 통로에 설치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에 따라 매장 내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거리를 지켜온 토착 상인들은 "우후죽순 생기는 화장품 가게들이 인사동 이미지를 망친다"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인사동에서 전통공예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54)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매장 직원이 호객행위를 하니 전통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며 "3대째 지켜온 곳이 단 몇 개월 만에 훼손됐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어렵게 지켜온 자리지만 화장품 가맹자가 웃돈을 쥐어주면 내주지 않을 점포가 없다"며 "예전에는 건물주에게 재산세를 감면해줬는데 현재는 그런 혜택이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오랜만에 인사동 거리에 나왔다는 직장인 김민주(28) 씨는 "인사동 거리가 퇴색된 느낌이다"며 "관광객도 좋지만 더 길게 앞을 내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장품 업체들은 조심스런 반응이다. 더 페이스샵을 운영하는 LG생활건강의 성유진 홍보과장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이미 인사동에는 스타벅스나 다른 체인점이 들어서지 않았나? 화장품 거리로 바뀌는 것은 우리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아리따움과 이니스프리 등 2개 매장을 오픈한 아모레퍼시픽의 관계자도 "적합한 절차를 거쳐서 가맹을 내줬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종로구청에 따르면 인사동은 전통문화의 거리로 지정돼 골동품, 표구 필방 및 지업사, 화랑, 공예품 등 6개 품목을 권장시설로 하고 있다. 특히 안국역에서 낙원동에 이르는 690m 길은 구청이 지정한 주가로변으로 타 업종의 진입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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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권장시설이 아닌 화장품 매장은 어떻게 생기게 됐을까? 종로구청 문화공보과의 김유철 주무관은 "아리따움 매장이 자리한 지점부터 낙원동에 이르는 길은 재건축 지역으로 문화지구에서 관리한다"며 "문화지구는 조례상 법령으로 제한할 수 없는 지역"이라고 밝혔다. 그는"화장품 매장들은 이런 사각지대를 틈타 매장을 냈다"며 "좀 더 촘촘하게 관리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