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데오거리의 반격… 패션 특화 거리로 변신 중

로데오거리의 반격… 패션 특화 거리로 변신 중

이정흔 기자
2010.12.10 10:13

[머니위크 커버]프리미엄 로드/ 로데오 거리

12월1일 해가 어스름한 오후 5시. 압구정 일대에 환한 빛이 켜졌다.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을 시작으로 압구정 로데오 거리까지 가로수마다 걸쳐진 눈꽃송이 모양의 LED전구. 빛바랜 압구정 로데오거리를 다시금 밝혀줄 ‘빛의 거리’ 축제다.

가로수마다 휘황찬란한 LED전구만큼이나 최근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도 신수가 훤해졌다. 강남구청에서 진행한 압구정 로데오거리 리모델링 사업 덕분이다. 투자금만 30억원에 달한다.

왕년의 화려함을 되찾겠다는 야심찬 다짐, 시간의 흐름에 묻혀 어느새 ‘신사동 가로수길’이며 ‘청담동 명품거리’에 멀찌감치 뒤로 밀려나버린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반격이 시작됐다.

◆로데오거리의 ‘화려한’ 변신은 지금부터

갤러리아 맞은편 입구부터 선릉로 방향 출구까지 L자형으로 꺾어진 길, 약 440m 구간. 이 짧은 골목길이 바로 1990년대 무렵만 하더라도 ‘화려함’의 대명사였다. 당시 내로라하는 힙합가수들이 통 넓은 바지로 일대를 누비고, 김건모를 비롯한 유명 가수들은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았다.

이곳에서 연예인만큼이나 자주 볼 수 있었던 이들이 유학 갔다 방학 때 한국에 돌아온 부잣집 자제들, 일명 ‘오렌지족’이었다. 외국의 새로운 문화를 흠뻑 머금고 돌아온 이들이 한바탕 놀고 지나간 바로 이곳에서부터, 당시 20대가 누렸던 모든 고급 사치문화가 시작되곤 했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요즘, 이미 어른이 돼버린 오렌지족들이 로데오거리를 떠나면서 이곳의 독특한 거리문화 역시 사라져버렸다. 지난 2008년 지식경제부로부터 ‘패션 특구’로 지정 받긴 했지만 왕년의 화려했던 명성을 되찾기엔 역부족이었다. 구매력 있는 20대 젊은 유학생 대신 10~20대 학생들의 주무대가 된 이곳은 ‘20대 고급 사치문화’라는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떠돌았다.

제 색깔을 잃은 로데오거리를 살리겠다며 강남구청을 중심으로 재정비사업에 나선 게 지난해 9월 무렵. 20년 만의 재정비사업이다.

변화는 갤러리아 백화점 맞은 편 로데오거리 초입부터 눈에 띈다. 가장 먼저 ‘로데오거리’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던 아치형 대문이 사라졌다. 답답하게 가로 막혀 있던 아치문이 사라진 자리만큼 시야가 확 트이자 보이는 것은 새단장을 마친 로데오거리.

어수선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던 도로가 압구정에서 선릉로 방향으로 일방통행 방식으로 정리됐다. 쇼핑을 다니며 거리를 누비기 좋게 보폭도 넓어졌다. 폭 1m에서 4m로 여유가 생긴 공간에는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훤해진 거리를 걷다 보면 달라진 간판 또한 눈에 들어온다. 400여개가 넘는 점포의 간판은 폰트와 크기를 모두 통일해 한결 정리된 느낌이다. ‘코데즈 컴바인’ ‘유니클로’ ‘푸마’ 등 복잡한 거리에 묻혀있던 대형 브랜드숍들도 훨씬 눈에 잘 들어온다.

강남구 도시디자인실 유동수 주무관은 “앞으로 대형 영캐주얼 브랜드매장을 중심으로 10~20대 젊은층을 위한 패션 특화거리로 부각시킬 방침이다”고 밝혔다.

◆지역 축제 등으로 젊은 거리 문화 띄우기

도로와 간판 등 인프라 정비사업에 뒤이어 ‘압구정거리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상인들의 자구 노력도 활발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2010 압구정 패션/뷰티마켓’.

로데오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선릉로 방향으로 꺾어지기 바로 전 이번 리모델링에서 새롭게 설치된 대형 차양막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12월4일 2010 압구정 패션/뷰티마켓, 차량 전면 통제'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는 이곳은 말하자면 앞으로 로데오거리에서 펼쳐질 다양한 지역축제의 중심지 역할을 할 곳이다.

강남구청에서 후원하고 압구정 상인연합회에서 주관하는 이 행사는 특히 거리축제의 첫시작으로 주변 상인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12월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거리에 가판을 내놓고 주변 패션상가마다 의류상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임성진 압구정 상인연합회장은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미술제와 예술행사들을 개최하며 로데오거리의 예술적 문화적 색채를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데오만의 문화적 색채가 약해지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면 다시금 젊은층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고 다양한 지역 축제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남구청과 갤러리아 명품관을 비롯한 압구정 일대의 명품 브랜드들이 공동 기획한 ‘빛의 거리’도 로데오거리의 활기를 되찾아 줄 지역축제의 일환이다. 갤러리아백화점 앞을 시작으로 로데오거리와 청담동 명품거리 등 1.2km 거리를 화려하게 수놓을 예정이다. 오는 2월28일까지 3개월간 계속되는데 연말연시를 맞아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내년 1월쯤에는 상인들을 중심으로 한 압구정로데오사단법인도 정식 발족할 예정이다.

김범용 압구정로데오사단법인 이사는 “30~40대 중심의 청담동 명품길, 20~30대 중심의 신사동 가로수길과 비교해 로데오거리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10~20대를 중심으로 한 ‘젊고 생기 있는 이미지’가 필요하다”며 “젊은이들에게 로데오거리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장소가 아니라 일부러 이곳을 찾아와 특별한 무엇을 향유할 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가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상권 커질 것" 기대 속 회의적 시각도

'로데오 르네상스'는 가능할까?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미 문화적 색채를 잃어버린 로데오거리에서 인위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한다 하더라도 다시금 새로운 문화적 이미지를 쌓아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축제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고객을 불러 모을 수는 있지만 고객들이 달라진 문화를 먼저 받아들이지 않는 한 진정한 분위기 전환은 어렵다는 논리다. 이미 '로데오거리=할인매장'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진 것 또한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러나 호재도 있다. 무엇보다 2011년 12월 분당선 연장선 지하철역이 갤러리아백화점 근처에 개통되면 로데오거리 역시 ‘신역세권’으로서 새롭게 주목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범용 이사는 “로데오거리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기우는 시장이라고 말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로데오거리를 중심으로 압구정역과 청담동 명품거리 사이까지 점차 확장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상권이 활기를 띨수록 골목까지 새로운 매장들이 자리를 잡으면 앞으로 1~2년 뒤에는 지금보다 2~3배 정도 더 큰 상권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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