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오로라월드,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

뽀로로·오로라월드,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

이정흔 기자
2011.08.09 09:46

[머니위크 커버]코리아 파워/세계가 눈독 들이는 한국기업의 성공비결

지난 7월 초 온국민의 관심이 ‘뽀로로’에 쏠렸다. 디즈니에서 아이코닉스 <뽀롱뽀롱 뽀로로>의 판권 인수를 제안했다는 설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설에 그치긴 했지만, 디즈니에서 넘 볼만큼 한국의 뽀로로가 잠재력이 큰 캐릭터임을 새삼 상기시켜 준 해프닝이었던 셈이다.

각 분야에서 세계 최정상의 그룹들이 먼저 손 내밀 만큼 최근 국내 기업들의 ‘코리안 파워’가 대단하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기업 위주의 성장에서 탈피, 중소규모의 업체들이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미 세계적인 기업들과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있는 ‘코리안파워’의 대표주자들을 만났다. 이들의 성장동력과 한국기업의 힘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 세계인의 '뽀통령' 머지 않았다 – 아이코닉스

‘곰돌이 푸’처럼 100년이 넘게 사랑 받는 캐릭터가 국내에서 탄생할 수 있을까. 최근 그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주인공이 바로 ‘뽀로로’다. 아이들에게 ‘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뽀롱뽀롱 뽀로로>는 최근 전세계 110개국에 방영되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북유럽과 동남아 지역에서 그 인기가 대단하다. 지난해 뽀로로가 올린 매출만 해도 270억. 올해는 400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뽀로로를 기획하고 탄생시킨 곳이 다름아닌 애니메이션 엔터테인먼트 컨텐츠업체인 아이코닉스다. 아이코닉스 측에서 직접 밝힌 뽀로로의 성공 비결은 ‘철저한 기획력’.

회사가 설립 된 이후 뽀로로 론칭까지 준비기간만 하더라도 2년이 걸렸다.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목표로 기획한 뽀로로는 그 동안 해외 바이어들을 만나며 철저하게 시장의 반응을 먼저 들여다봤다. 디자인을 상품화 했을 때 반응이 어떨지, 애니메이션의 내용은 어떻게 다듬어야 하는지, 조금씩 수정, 보완을 거쳐 지금의 뽀로로가 탄생했다.

이 같은 섬세한 기획력은 애니메이션의 배경에서도 잘 드러난다. <뽀롱뽀롱 뽀로로> 배경에 등장하는 글씨는 모두 영어다. 해외 시장에 방영됐을 때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한 전략이었다.

아이코닉스 관계자는 “예전만 하더라도 한국적인 것,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애니메이션 작품을 해외에 들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우리는 전혀 반대의 전략을 썼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어느 곳의 아이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문화적 색채를 지웠다. 굳이 시청자들이 뽀로로의 고향이 한국이라는 걸 모르더라도 어느 순간 ‘아, 내가 좋아하는 뽀로로가 한국에서 만들어졌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것이 한국에 대한 호감과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한국 애니메이션은 3D 기술력에서 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그런 기술과 색채가 뒷받침 된 것이 뽀로로가 탄생하는 밑바탕이 됐다”며 “철저한 기획력이 바탕이 되면 한국이 캐릭터강국으로 발돋움할 날도 머지 않았다”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 코리아 ‘히든챔피언’ , 세계 2위 완구업체 – 오로라월드

오로라월드? 사실 국내에서는 꽤 생소한 이름이다. 그러나 세계 완구시장에서 오로라월드는 이미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숨은 강소기업을 뜻하는 히든챔피언이란 단어를 처음 말했던 독일의 경제학자 헤르만 지몬이 직접 그 예로 ‘오로라월드’를 언급한 바 있기도 하다.

오로라월드의 시작은 80년대 수출주도형 산업의 하나로 키워졌던 봉제인형 사업이었다. 당시만 해도 700여개의 업체가 세계 각국의 봉제인형을 만들어냈지만, 이미 봉제인형 생산은 중국으로 넘어간 지 오래. 그 과정에서 700여개 업체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곳이 오로라월드였다. 당시 국내 시장에서 한계를 느낀 오로라월드는 해외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브랜드를 키우는 데 주력한 결과, 본격적인 해외진출 20년 만인 올해 세계 2위 업체로 우뚝 섰다.

사진/ 류승희 기자

오로라월드가 꼽은 코리안파워 비결은 ‘브랜드’와 ‘디자인’. 오로라월드 관계자는 “80년대는 봉제인형이었지만 지금은 캐릭터 인형”이라며 “그만큼 수많은 상품 속에서 선택 받기 위해, 디자인이나 브랜드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오로라월드는 현재 전세계 각국의 고급 백화점에 입점하며 고급 완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미 90년대부터 이에 대한 가치를 알아보고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며, 이 같은 역량을 키워왔기에 가능한 성과라는 얘기다.

그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인형 전시회 등에 가장 활발하게 참석하는 곳이 오로라월드다”며 “직원들도 수시로 유명 전시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회사가 모든 자금을 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좋은 디자인을 위해 좋은 인재를 길러내야 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는 없지만 꾸준히 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전략이다.

철저한 현지화도 중요하다. 지금도 미국이나 유럽마다 선호하는 인형의 스타일이 다르다. 오로라월드 역시 같은 캐릭터라고 하더라도 지역별로 디자인이나 색상을 조금 다르게 내보내고 있다. 이를 위해 오로라월드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1년에 4번 있는 ‘월드 PD(product development) 미팅’. 전 세계 각국의 현지 전문가들로부터, 현장의 디자인 트렌드라든지 시장 호응도를 즉각적으로 받아들이고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 가능해진 셈이다.

오로라월드 관계자는 “한국 사람은 눈썰미가 좋은 것이 최고 강점이다”며 “때문에 소비재뿐 아니라 어떤 상품이라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많다. 다만 세계 시장에 가장 잘 맞는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는 감각을 키워야 실제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글로벌 업체도 탐내는 경쟁력 – 티켓몬스터

8월이 시작하자마자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켓몬스터(이하 티몬)가 세계 2위 소셜커머스 업체 리빙소셜에 인수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리빙소셜은 티몬을 아시아시장 확장의 첨병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티몬 관계자는 “인수 형태를 띠고 있지만, 리빙소셜과는 파트너 관계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며 “앞으로도 티몬은 독자적으로 지금껏 준비해 온 아시아시장 확장을 진행할 것이다”고 밝혔다.

시중에 알려진 티몬의 매각가만 하더라도 4000억원. 일반적으로 글로벌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 시장의 1위 기업을 인수대상으로 고려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기업의 탄탄한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굳이 1위 업체를 인수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례적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인수는, 리빙 소셜에서 티몬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리빙소셜은 왜 한국의 티몬에 주목했을까. 티몬 측은 가장 먼저 ‘우수한 인재’를 핵심 역량으로 꼽았다. 실제로 한국의 젊은 IT인력은 세계에서도 인정 받을 만큼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영능력까지 더해진다면 그 잠재력은 어마어마하다.

티몬만 하더라도 새롭게 태동한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불과 1년여만에 100배가 넘는 성장을 보인 바 있다. 티몬 관계자는 “리빙소셜에서도 티몬의 이 같은 경영능력을 크게 평가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물론 한국 시장의 독특한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티몬이 이토록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IT트렌드에 적응력이 높은 한국 소비자들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었음은 당연한 얘기. 그만큼 변화에 민감하고 까다로운 것 또한 한국 소비자들의 특징이다.

티몬 관계자는 “그래서인지 한국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아무리 자본이 많아도 들어오기 쉽지 않은 시장이다”며 “글로벌 기업들도 까다로운 한국을 잡아야 아시아 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면에서 한국 시장과 기업들을 주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 고객들의 까다로운 소비 성향을 대표하는 것이 빨리빨리 문화다. 예를 들어 지난 7월 출시한 티몬 나우(모바일 소셜커머스 서비스)만 하더라도 첫날 출시 반응은 싸늘했다. 분위기를 감지한 티몬 측은 즉각 회의를 소집, 문제점을 분석하고 보완 작업에 돌입했다. 덕분인지 티몬 나우는 현재 꾸준히 가입자를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티몬 관계자는 “국내 IT비즈니스 업체들은 어떤 서비스에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에 대응하는 데까지 진행이 굉장히 빠른 편이다”며 “기본적으로 트렌디한 고객들을 상대하다 보니 국내 IT기업들은 시장 이해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세계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그는 “국내 IT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좋은 인력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기존 IT벤처 업체들의 성공과 실패사례 등 수많은 경험이 바탕이 된 만큼, 이제는 세계 무대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 바로 그 점이 세계 시장에서 국내 IT업체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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