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의학판 동북공정 두고만 볼 것인가

[기고]한의학판 동북공정 두고만 볼 것인가

장동민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한의사)
2012.03.29 07:23

세계 전통의학시장의 규모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2009년 2500억달러를 넘어섰고 2050년이 되면 5조달러(한화 약 6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블루오션이 따로 없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전통의학에 보이는 관심도는 선풍적이다. 침, 뜸 한약, 허브, 요가 등의 치료법에 대한 연구와 도입은 세계적 현상이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도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은 전통의학을 이용해 치료할 것을 권고할 정도로 전통의학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세계전통의학시장을 두고 우리나라와 중국과 일본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정부는 '중의침구'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신청했다. 침과 뜸을 자기네 것이라는 기득권을 주장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중국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을 연상시킨다.

중국은 자신들 헌법에 '발전 아국 중의학(發展 我國 中醫學)'이라고 명기해 중의학 우대정책을 쓰고 각종 진단기기 등을 중의사에게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중의학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유는 중의학이 국부(國富) 창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전통의학 시장의 가능성을 미리 내다보고 오래전부터 중의학의 세계화에 국가적인 지원을 해왔다. 그 덕분에 현재 전 세계 전통의학 시장의 상당부분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침과 뜸 그리고 한약에 대해 국가적인 체계를 가지고 정규의학으로 활용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 대만 그리고 우리나라 정도다. 블루오션 시장 장악을 위한 가장 성능 좋고 효과 있는 최고급 무기를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9년 7월 동의보감이 의학서적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고 동의보감 400주년이 되는 2013년은 세계 유네스코 기념의 해로 결정될 정도로 한국의 한의학은 세계 속에서 높은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런데 전통의학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큰 몫을 차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미 선두주자로 앞서 나가고 있는 중국 뿐 아니라 한의사제도가 폐지된 일본에게조차도 뒤지고 있다. 이유는 바로 여러 가지 불합리한 규제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의 중의사는 모든 현대 진단기기를 다 활용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현대 진단기기를 활용해 검사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처벌을 받는다.

중의사는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촬영장치) 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다. 혈액검사는 물론이고 간 기능검사, 소변검사 등이 모두 가능하다.

중의사들은 이러한 진단기기를 활용해 각 질병의 치료데이터를 착실하게 구축해나가고 있다. 또 이 같은 데이터를 근거자료로 제시하면서 세계 전통의학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한의사들은 맨주먹으로 경쟁하는 셈이다. 우수한 치료효과와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데이터로 만들어 제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어부가 물고기 떼를 찾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초음파를 한의사는 사용 못한다. 세관에서도 사용하는 엑스레이도 사용하면 안 된다. 혈당도 측정하면 안 된다. 현대 과학기술을 이용한 각종 진단 치료기기들을 오로지 한의사만 사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2012년 개정된 한의약육성법에 한의약은 '과학적으로 응용 및 개발한' 한방의료행위까지 포함한다고 분명히 명시됐다.

정부는 더 이상 특정 이익단체의 눈치만 보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조속히 관계 법률을 정비해주기 바란다. 한의학의 세계화는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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