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37년만에 공기업 사장...'스펙타파' 원조

고졸 37년만에 공기업 사장...'스펙타파' 원조

정진우 기자
2013.04.26 07:35

[Beyond 혁신경제; 스펙파괴 인재확보 나선 기업]<9-2>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채용현황/자료제공: 무역보험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채용현황/자료제공: 무역보험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는 고졸 인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스펙파괴' 채용 시스템을 도입, 고졸채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대졸 정규직(26명)의 27%에 해당하는 7명을 고졸 정규직으로 뽑았을 정도다.

무보는 고졸채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장 추천방식'과 '고졸 청년인턴제도' 두 가지 전형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청년인턴제도는 일정기간 인턴기간을 거친 후, 근무성적 등을 평가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제도다. 지난해 17명의 고졸 청년인턴을 선발, 이중 4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무보는 특히 고졸 사원들이 조직에서 소외받거나 차별받는 일 없이 대졸 정규직과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졸 사원들은 입사와 동시에 무역보험 예비학교(Pre-School)에 들어가 업무 소양과 문제해결 능력을 쌓는다. 이 과정을 마치면 전원 실무 부서에 배치돼 정규직 직원들과 함께 업무를 수행한다.

무보는 취업 이후에도 대학학위 취득과 전문성 배양을 위해 학비지원, 자격증 및 어학관련 연수비를 지원하는 등 '선 취업, 후 진학' 제도도 마련했다.

무보의 이러한 고졸채용 시스템은 고졸 출신으로 공기업 최고경영자에 오른 조계륭 사장의 신념이 뒷받침돼 더욱 추진력을 얻고 있다.

조사장은 고졸 직원들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알아주고, 스펙을 중시하지 않는 채용에 적극적이다.

조 사장은 가정 형편상 지난 1974년 선린상고(선린인터넷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 국책은행에 입사해 주경야독으로 건국대를 졸업했다.

수출입은행에 다시 들어가 무역보험을 담당했고, 무보가 수은에서 분리된 이후 현재까지 무역보험 전문가로 일해 왔다.

조계륭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이 지난해 11월24일 서울 세텍에서 열린 '2012 공공기관 열린 일자리 콘서트'에 패널로 참석,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한국무역보험공사
조계륭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이 지난해 11월24일 서울 세텍에서 열린 '2012 공공기관 열린 일자리 콘서트'에 패널로 참석,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한국무역보험공사

조 사장은 고졸 출신으로 대졸자들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실력'으로 승부했다. 조 사장은 "상고를 갔다가 대학을 갔기 때문에 당시 다른 친구들보다 좀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기회가 주어진다는 자세로 노력했다"며 "다행히 직장에서 학연과 지연 등 차별이 없어 주요 보직을 맡았고 잘 소화해서 지금 사장 자리까지 올라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들이 직무 분석을 통해 '학력 인플레이션'을 없애고, 고졸 직원들을 더 많이 채용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젊은 청년들이 간판을 버리고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조 사장은 "공사의 고졸 출신 직원들이 자존심 상하지 않고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채용 후 사이버대학이나 야간 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대학을 졸업한 후엔 대졸 직원들과 동일한 처우를 받는 등 모두에게 사장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채용은 만들어진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열정과 잠재력을 가진 인물을 뽑아 인재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에서 고졸 구직자를 위해 개최한 '2012년 공공기관 열린 일자리 콘서트'에 패널로 참석해 채용설명회와 현장 상담을 직접 실시하는 등 공공기관의 고졸 인재 채용 확대를 위해 앞장섰다.

조 사장의 이런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무보는 올해 총 9명의 고졸 청년인턴을 채용할 예정이다. 인턴기간 중 근무성적과 도전과제(업무프로세스 개선, 신규고객 유치 등 과제부여)에 대한 성취도를 중심으로 평가해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밖에 청년인턴 제도가 열린 고용을 넘어 알찬 채용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채용규모를 점차 늘려감으로써 고졸 일자리 창출에 보탬이 되도록 할 방침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우리나라 기업이 외국에 수출한 후 돈을 받지 못했을 때 수출대금을 대신 지급해주는 단기수출보험 등 다양한 무역보험제도를 운영하는 정책보험 기관이다.

해외수입자 신용조사에서부터 대금결제에 이르기까지 무역과 관련된 리스크를 제거, 수출기업이 안심하고 수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수출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잠재성장률 제고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해 무역보험 지원 목표를 사상 최대 규모인 206조원으로 설정하고, 중소중견기업 지원 목표치를 전년대비 21% 높인 35조원으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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