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혁신경제: 스펙파괴 인재확보 나선 기업]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인터뷰

"우리회사는 사장하고 부사장 모두 고졸 출신입니다. 학력이나 간판 등 스펙만으론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조직이죠. 실력과 열정만 갖추면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박철곤(61. 사진)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은 12일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직원들의 평가는 이른바 스펙을 배제한 공정한 잣대로 이뤄진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능력과 성과중심의 보상 인사체계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평가받고, 능력있는 사람이 승진할 수 있도록 인사시스템을 바꿨단 얘기다.
박 사장은 "부정과 편법이 아닌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인사를 위해 성과연봉제와 성과차등제를 도입했다"며 "무엇보다 인사청탁을 없애기 위해 인사 청탁자 공개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공정한 인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게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 본인이 아무런 배경없이 오직 실력으로 공직사회에서 차관(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지낸 덕분이다. 누구보다도 스펙을 배제한 인사의 폐해를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박 사장은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검정고시를 통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진학했다. 등록금이 없어 바로 대학에 제때 가지 못하고, 25세의 늦은 나이로 한국방송통신대를 거쳐 한양대(행정학)에 들어갔다. 그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행정고시(25회)를 통과하고 공직에 발을 디뎠다.
박 사장은 "돌이켜보면 난 행운아란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삶이었고, 가난 속에 살아왔다기보다 가난과 싸워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렇게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고학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까지 마치고 행시에 합격했고, 성공한 공직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돈을 벌기 위해 안해본 일이 없다. 정부에서 스펙위주의 채용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선취업 후진학'의 전형을 보여준 셈이다.
박 사장은 "힘든 시기였지만 남들보다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믿고 도전했다"며 "그런 시기를 내가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공사 사장이 됐을때도 열린고용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신입사원 채용시 무조건 20~30%는 고졸 출신들에게 할당을 주고 있다. 2011년 박 사장 취임 후 공기업 최초로 시행된 열린고용 정책이었다.
박 사장은 올해 초 고졸 공채 출신인 박지현 당시 경영기획처장을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박 부사장은 공사 출신으로, 공사 내부인사가 부사장으로 승진된 경우는 창립 39년만의 일이었다.
그동안 공사 내부 인사가 임원으로 승진한 사례는 사업본부장이나 기술이사와 같은 상임이사 직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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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부사장은 전주공고를 졸업하고 1978년 기술직으로 공사에 입사했다.
박 부사장은 입사 후 일선 사업 현장에서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으며 남다른 역량을 보였다. 기술교육원 부원장을 비롯해 경기지역본부장과 안전정책처장, 경영기획처장 등 주요 요직을 폭넓게 거치며 탁월한 기획력과 추진력을 발휘했다. 전기로 인한 대국민 고충 해소를 위해 마련한 '스피드 콜(Speed Call)' 서비스와 전기안전보안관 제도 도입 등이 대표적인 성과들이다.
박 사장은 "박 부사장은 국내 전력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 개발과 법안 마련에도 크고 작은 기여를 많이 해왔다"며 "이런 사람이 고졸이란 이유로 승진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으면 되겠나. 박 부사장처럼 실력있는 사람이 승승장구해야 진정한 스펙파괴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다음달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공기업 특유의 정체되고 경직된 기업문화를 보다 진취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로 바꿔냈다는 게 공사 안팎의 평이다. 박 사장 스스로도 취임 초기부터 직원 모두에게 "제2의 창사를 한다는 심정으로 하나가 되어 새롭게 거듭날 것"을 주문한 이후 조직이 많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박 사장이 취임하면서 도입한 '내일경영'도 자리를 잡았다. '내 일(my work)을 자부심과 열정을 갖고 하면, 스스로 행복한 내일(tomorrow)이 만들어진다'는 게 골자다. 여기에 인사 청탁을 완전히 근절시켜 연줄이나 배경이 없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직원들에게 줬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직원들에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과 주변 여건을 우리가 빨리빨리 내다보고 변화를 받아들이자고 했다. 이왕 변화할 것이면 먼저 변화해서, 변화를 이끌고 가는 것이 더 낫지 않나"며 "직원들이 지금 맡고 있는 일을 진짜 내 일로 생각하고 해주기를 바란다. 그럴 때 회사가 나의 내일을 보장해주고 회사의 내일도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