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 텅 빈 택시가 한국말까지…LA 웨이모 직접 타보니[르포]

운전석 텅 빈 택시가 한국말까지…LA 웨이모 직접 타보니[르포]

임찬영 기자
2026.10.07 05:4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에서 탑승한 웨이모의 자율주행 차량 모습. 앱으로 지정한 위치에 자동으로 정차해 승객을 태운다./사진= 임찬영 기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에서 탑승한 웨이모의 자율주행 차량 모습. 앱으로 지정한 위치에 자동으로 정차해 승객을 태운다./사진= 임찬영 기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호출하자 잠시 뒤 지붕과 차체 곳곳에 센서를 단 흰색 차량 한 대가 지정된 장소로 다가왔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가 운영하는 로보택시다. 목적지는 리틀도쿄. 약 15분간 운전자가 없는 차량에 몸을 맡겨봤다.

웨이모를 이용하기 위한 첫 관문은 애플리케이션(앱) 설치였다. LA에서는 전용 앱으로 웨이모를 호출해야 한다. 다만 아이폰은 한국 계정으로 앱을 내려받을 수 없어 미국 계정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어렵지는 않았지만 미국을 방문한 여행객 입장에서는 다소 번거로운 절차였다.

앱 설치 후 목적지를 입력하자 현재 위치 주변의 승차 지점 여러 곳이 표시됐다. 차량이 주정차하기 쉬운 장소를 미리 지정해놓은 것으로 보였다. 원하는 승차 지점을 고른 뒤 차량이 도착하자 앱에서 '문 열기'를 눌러 탑승했다.

무인으로도 자연스레 운전대를 조작하며 주행하는 웨이모 차량의 모습. 화면에 한국어로 도착 시간이 안내되고 있다./사진= 임찬영 기자
무인으로도 자연스레 운전대를 조작하며 주행하는 웨이모 차량의 모습. 화면에 한국어로 도착 시간이 안내되고 있다./사진= 임찬영 기자

웨이모에 타자마자 놀랐던 것은 '한국어' 서비스였다. 차량 화면의 출발과 도착 안내부터 각종 기능까지 모두 한국어로 제공됐다. 한국에서는 서비스하지 않는 웨이모를 LA 한복판에서 영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는 웨이모가 지난 3월 한국어를 비롯해 일본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등 7개 언어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언어 설정에 따라 앱과 차량 내 화면, 음성 안내가 해당 언어로 제공된다. 국제 여행객의 이용 편의를 높이고 향후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놀라움을 뒤로 하고 차량 화면의 '출발' 버튼을 누르자 운전석이 텅 빈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도로에 진입하자 이번에는 주행 능력에 놀랐다. 앞차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가감속했고 차선을 바꿀 때는 방향지시등을 켠 뒤 주변 차량을 살피며 여유 있게 진입했다.

급가속이나 급제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복잡한 LA 도심에서도 일반 택시를 타고 있다는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운전대가 저절로 돌아가는 모습만 아니었다면 자율주행차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였다.

리틀도쿄까지 요금은 14달러 수준이었다. 첫 이용 쿠폰으로 10달러를 할인받아 실제 결제 금액은 4달러에 불과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차량은 스스로 멈췄고 하차할 때는 안전을 위해 내부 손잡이를 두 번 당겨야 문이 열렸다.

앞서 가던 웨이모 차량(차세대 로보택시 Ojai)이 우회전을 시도하다 갑자기 멈추는 모습. 충분한 여유가 있는 상황임에도 왼쪽에서 오는 직진 방향 차들이 모두 지나간 뒤에야 천천히 우회전을 했다./사진= 임찬영 기자
앞서 가던 웨이모 차량(차세대 로보택시 Ojai)이 우회전을 시도하다 갑자기 멈추는 모습. 충분한 여유가 있는 상황임에도 왼쪽에서 오는 직진 방향 차들이 모두 지나간 뒤에야 천천히 우회전을 했다./사진= 임찬영 기자

직접 탑승했을 때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자연스러웠지만 며칠간 LA 도심에서 지켜본 다른 웨이모 차량에서는 한계도 보였다. 퇴근 시간 차량이 몰린 도로에서 우회전이나 비보호 좌회전을 앞두고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면서 뒤따르는 차량의 흐름까지 늦췄다.

일반 차량을 운전하던 중에는 앞서가던 웨이모 때문에 당황하기도 했다. 목적지가 진행 방향 반대편에 있었는지 갑자기 멈춰 서더니 두 줄로 된 중앙선을 넘어 유턴을 시도했다. 맞은편에서 차량이 계속 오자 중앙선 부근에서 기다렸고 뒤따르던 차량들도 줄줄이 멈춰 섰다. 맞은편 차량이 모두 지나간 뒤에야 유턴해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처럼 능숙한 운전자라면 주변 차량의 움직임을 보고 진입할 만한 상황에서도 웨이모는 확실한 여유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안전을 우선한 보수적인 판단이 때로는 주변 교통 흐름을 방해한 셈이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 개막일인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웨이모 제품이 탑재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가 진열돼있다. /사진=뉴스1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 개막일인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웨이모 제품이 탑재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가 진열돼있다. /사진=뉴스1

이날 탑승한 차량은 재규어의 전기 SUV(다목적스포츠차량) I-페이스였지만 앞으로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에서도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348,000원 ▲1,500 +0.43%)가 지난달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한 웨이모용 아이오닉 5를 올해 4분기부터 공급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임찬영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산업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