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시장 새판] ③코스닥 사전배정 한도 30%로 신설…기관 장기보유 부담에 중소기업 소외 우려

정부가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는 코스닥 기업에 기관투자자를 미리 확보할 기회를 더 많이 주기로 했다. 코스피보다 높은 공모주 사전배정 한도를 적용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도 장기투자 기관을 확보하기 쉽도록 하려는 것이다.
다만 기관투자자들이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기업에만 관심을 보이면 정작 자금조달이 절실한 중소기업에는 새 제도가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닥 사전배정 한도 더 높였지만…실제 공모주 비중은 비슷
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국무회의에서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 등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오는 13일 시행되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기업이 상장하기 전에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약속한 기관투자자에게 공모주 일부를 미리 배정하는 제도다. 기업은 투자수요를 미리 확보하고 기관은 원하는 공모주를 안정적으로 배정받을 수 있다.
정부는 코스닥 기업의 제도 활용을 유도하기 위해 사전배정 한도를 코스피보다 높게 설정했다. 일반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가운데 코스피는 최대 20%, 코스닥은 최대 30%를 코너스톤 투자자에게 미리 배정할 수 있다. 코스닥은 공모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코스닥벤처펀드 등 정책펀드에 별도로 배정해야 하는 물량이 많다는 점을 고려했다.
다만 코스닥의 배정한도가 높다고 전체 공모주에서 코너스톤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몫까지 반드시 더 많은 것은 아니다. 전체 공모주 물량으로 환산하면 코스피는 최대 10%, 코스닥은 4.5~10.5%다. 코스닥은 정책펀드 등에 배정하는 물량이 많아 일반 기관투자자 몫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정부가 코스닥의 배정한도를 더 높인 것도 이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기관은 최장 10개월 매도 제한…우량기업 쏠림 가능성
문제는 배정 기회가 늘어난다고 실제 투자할 기관까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코너스톤 투자자는 배정받은 주식의 50%를 6개월, 30%를 8개월, 나머지 20%를 10개월 동안 팔 수 없다. 그동안 주가가 떨어져도 주식을 팔아 손실을 줄이기 어렵다. 기관은 사전 청약금액의 20배 이상에 해당하는 자기자본이나 위탁재산도 갖춰야 한다.
이런 부담은 코스피와 코스닥에 똑같이 적용되지만 중소형 코스닥 기업에는 더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기관투자자는 장기간 주식을 팔 수 없는 만큼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뿐 아니라 상장 이후 주가 변동 위험까지 따져야 한다. 실적이 안정적이고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쉬운 기업과 달리 사업 전망이 불확실한 중소형 기업은 기관의 장기투자 약속을 받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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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 규모가 작은 기업은 배정한도를 높여도 실제 배정할 수 있는 주식 수가 적다는 한계도 있다. 기관 입장에서는 확보할 수 있는 공모주 물량은 많지 않은데 장기간 매도 제한까지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결국 코스닥의 배정한도를 코스피보다 높였더라도 기관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 제도를 활용하기 어렵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를 먼저 운영한 홍콩에서도 장기보유 부담이 기관 참여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홍콩거래소는 2024년 12월 발표한 공식 협의문서에서 6개월간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완화하면 코너스톤 투자자로 참여하려는 기관이 늘어날 수 있다는 시장 의견을 소개했다. 기관이 공모주를 미리 확보하는 혜택보다 장기간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 위험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홍콩거래소는 배정받은 주식의 절반을 상장 3개월 후부터 팔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매도 제한을 완화하면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반론에 부딪혀 기존 6개월 규정을 유지했다.
국내에서도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의무보유 규정이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이 큰 중소형 코스닥 기업의 기관 유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상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코너스톤투자자 제도의 도입과 과제' 보고서에서 "장기간의 자금 제약으로 코너스톤 투자자의 참여 유인을 낮출 수 있으므로 제도 시행 이후 효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의 실효성은 배정한도보다 실제 투자할 기관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실적과 성장 전망을 갖춘 코스닥 우량기업에는 도움이 되더라도 투자 위험이 큰 중소형 기업에는 혜택이 제한될 수 있다"며 "정부가 코스닥의 배정한도를 더 높였지만 정작 자금조달 지원이 필요한 기업들이 제도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