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 시속이 40km/h인 자동차가 있다. 시속 100km/h에서 충돌하면 위험할 것 같아서 40km/h에 도달하면 그 즉시 제동장치가 작동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실제 테스트를 해보니 정말로 40km/h에 도달하는 순간 장치가 작동했고 자동차는 멈췄다. 근데 혹시 몰라서 80km/h에서도 이 제동장치가 잘 작동하는지도 테스트 해봤다. 제동이 너무 잘됐다. 차가 바로 멈춰버린 것이다. 그런데 너무 바로 멈춰서 초당 얼마큼씩 속도가 떨어졌는지를 측정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제동장치는 쓸 수가 없단다. 게다가 급정거해도 탑승자 안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도 이미 확인이 끝났는데 말이다.
'원래 목적대로 자동차를 잘 세우는 게 확인됐는데 제동장치로 쓸 수 없다?' 코미디 같은 이야기다. 이게 바로 잊을만하면 나오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수소제거장치, 즉 PAR 얘기다. 원자력 발전소 격납건물 내부 공기 중 수소 농도가 10% 이상이면 수소가스가 폭발할 수 있으니 4%만 도달해도 수소를 제거할 수 있도록 원전에 PAR를 설치했다.
테스트를 해보니 4%에 이 장치가 잘 작동했다. 근데 혹시 몰라서 비교적 고농도인 8%에서도 충분히 빨리 수소를 제거하는지 봤더니 순간적으로 수소가 다 제거됐다. 몇 초 만에 수소를 제거했는지 속도 측정이 어려웠다. 그래서 이 PAR는 사용할 수 없다고 했고, 이러한 장치가 설치된 신한울1호기는 재검증 실험 실시를 조건으로 운영허가가 났다. 4%에서 수소가 잘 제거되니 8%까지 가는 상황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보수적으로 테스트했고, 8%에서도 성능은 만족했는데도 말이다.
수소를 제거하는 순간에는 열이 발생하는데 이 열과 압력이 너무 강력해서 격납건물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도 있었다. 그래서 더 극한 조건의 테스트를 해봤다. PAR가 없다고 가정하고 발전소에 중대사고가 나서 발생 된 수소가 한꺼번에 순간적으로 모두 다 제거될 경우 격납건물이 그래도 안전성을 유지하는지 테스트했더니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 과정에서 불티가 발생한 것을 두고 PAR가 폭발을 더 키운다는 논란도 있었다.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원자로 건물에는 수소가 발생하면 촉매로 수소를 제거하는 장치인 PAR도 있지만 백열등 전구와 유사한 원리로 불꽃을 만들어 순간적으로 수소를 태워버리는 장치, 즉 수소점화기도 있다. 외국에는 PAR를 아예 설치하지 않는 곳도 있다. 중대사고가 발생하면 점화원이 될 수 있는 것들이 널려 있어 굳이 PAR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선 만에 하나까지 대비해 설치한 게 PA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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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운영의 안전성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당연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원전은 전력을 생산해야 하고, 안전은 그 과정엣 필요한 것이다. 본질을 호도하는 무의미한 기우, 아니면 말고 식의 흠집 내기는 사라져야 한다.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사안에 에너지와 시간을 허비하면 정작 중요한 문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 이제 PAR 논쟁은 끝내는 것이 안전에 유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