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제에 위기의 순간이 오면 경제수장들은 어김없이 한 자리에 모였다. 1960년대 녹실회의,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시작된 서별관회의를 거쳐 지금의 'F4회의'(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까지 이름은 달라도 역할은 비슷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취임 직후 경제현안간담회를 신설하고 확대 거시재정금융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2일 시장상황점검회의에는 부총리·한국은행 총재·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에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참석했다. 이 부총리는 금융·외환·부동산시장을 "하나의 그림 안에서" 보고 위험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번지는지 살피겠다고 했다.
수출은 호조이고 내수도 회복세지만 금융시장은 심상치 않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장중 5.3%대까지 뛰었다. 국고채 3년물도 4%를 넘었다. 부동산과 가계부채, 환율과 증시 변동성에 인공지능(AI) 투자 과열 우려도 겹친다.
머리를 맞대도 해법은 하나로 수렴하기 어렵다. 한쪽을 잡으려다 다른 쪽을 흔들 수 있어서다.
2010년 서별관회의에선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놓고 부동산 거래를 걱정한 국토부와 가계부채를 우려한 경제·금융당국이 맞섰다. 2024년엔 F4회의를 매주 열고도 서울 집값과 가계대출의 변곡점을 놓쳤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은 두 달 미뤄졌다.
여러 기관이 함께 결정할수록 책임의 경계도 모호해진다. 2016년 대우조선해양 지원 논란 당시 서별관회의는 주요 정책을 조율하면서도 공식 의사결정기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발언록을 남기지 않아 문제가 됐다. 위험이 얽힐수록 누가 어떤 수단을 쓸지, 최종 판단은 누가 내릴지 분명해야 한다.
이 부총리는 지난달 신현송 한은 총재와의 면담에서 "최적의 정책 조합을 위한 공조"를 언급했다. 신 총재는 "각자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과정에서" 협력하자고 했다. 같은 상황을 보더라도 판단은 다를 수 있다. 서로 다른 책무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것이 경제부총리의 몫이다. 예산편성권까지 떨어져 나간 재경부라면 더욱 그렇다.
한 방에 모이는 전통은 오래됐다. 경제 '원팀'의 성패는 그 뒤에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