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겨울, 한국의 음악팬들은 기록적으로 재미없던 연말 음악시상식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해외, 특히 북미 지역의 K-Pop 팬들은 그 겨울을 특별하게 기억할 것이다. 자신들의 오랜 선호와 지지가 대중적 인지로 이어지는, 일종의 ‘티핑 포인트’를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뉴스를 예로 들어보자. 소녀시대는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유튜브 뮤직 시상식에서 ‘올해의 비디오’를 수상했다. 함께 오른 후보에는 저스틴 비버, 레이디 가가, 마일리 사이러스가 있었다. 지난 12월 < 롤링스톤 >은 2013년 섹스심벌 20인 중 한 명으로 빅뱅의 탑을 선정했다. 남성은 4명이었고, 동양인으로는 유일했다. 빌보드는 연말 결산에서 월드(World) 부문 9위, 10위에 G-드래곤(이하 GD)과 샤이니를 올렸는데, 한국 아티스트의 이름이 오른 것은 1995년에 이 차트가 만들어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긍정적으로 보면 K-Pop이 잘나가는 건 상식이고, 부정적으로는 ‘월드 스타’ 마케팅이 하루 이틀인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유튜브와 빌보드는 조회수나 판매량 같은 객관적인 시장의 성과를 기반으로 나타난 결과다. < 롤링스톤 >은 음악을 중심으로 대중매체 전반에 있어서 영향력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매체이고, ‘섹시하고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사람’ 리스트는 미국 대중문화에서 나름의 역사를 가진 전통 중 하나다. ‘미국에서 성공할 것 같은 K-Pop 밴드 10선’과 같이 특정한 독자 집단을 대상으로 쓰인 기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요컨대 K-Pop은 미국의 대중문화라는 거대한 퍼즐의 한 조각이 되어가고 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지난 3~4년간의 변화는 가파르다. 북미 시장에서 K-Pop이란 일종의 틈새시장이었다. 동양계는 물론 히스패닉, 흑인 등의 인종적으로 구분되는 시장을 기점으로 하면서, 마니아 대상의 시장으로 자라났다. ‘SM Town’이나 ‘KCON’, 더 나아가 개별 아티스트의 공연 시장을 만들어냈고, 이것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뉴스와 특집 프로그램으로 접한 ‘한류’에 가깝다. 국내 커뮤니티에서 ‘내 외국인 친구들은 K-Pop 하나도 모릅니다’ 같은 비아냥 섞인 현실 인식이 등장한 것도 비슷한 시기다.

그러나 그 시기에 K-Pop은 힙스터(Hipster, 10대 후반에서 20대의 대안적이고 독립적인 문화 취향을 가진 집단)들에게 발견 또는 전파의 대상이 되었다. 이것은 미국의 미디어가 K-Pop을 다루는 방식과도 통한다. 30년 전통의 음악잡지 < 스핀 >은 2011년 ‘올해의 노래’ 9위로 현아의 ‘버블팝’을 뽑았었다. 비슷한 시기, 절대적인 영향력의 인디음악 웹진 < 피치포크 >가 ‘한류의 부상’이라는 칼럼과 2NE1의 인터뷰 영상을 올렸을 때, 많은 사람들은 충격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이런 식의 접근은 극히 소수의 저널리스트나 아티스트에 의해서 이루어졌지만, 이들은 타인의 취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창작자들이다. 70~80년대 일본문화의 확산이 현대 대중문화의 밑바닥에 얼마나 두텁게 자리 잡고 있는지 이해한다면, 사소한 일은 아니었다.
싸이는 이런 현상이 확장되는 기폭제가 됐다. ‘강남스타일’의 전 지구적 인기가 개인의 성과를 넘어 K-Pop의 전파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는 논란의 대상일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넥스트 싸이’를 찾아 헤맨 것이 창조경제의 한국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2013년 초, ‘I Got a Boy’의 대규모 미국 프로모션이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한국 측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미국의 남성 잡지 < 콤플렉스 >의 웹 버전은 지난 9월에 ‘GD 주간’을 설정하고 앨범 < 쿠데타 >의 제작과정, 좋아하는 앨범, 의류 브랜드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 중 < 쿠데타 >의 제작과정은 GD 본인을 포함하여 국내외 프로듀서 및 피처링 아티스트들의 인터뷰를 트랙별로 진행했다. 싸이의 인기와 함께 미국의 K-Pop에 대한 관심은 힙스터들의 범위를 넘어 메인스트림 매체들이 K-Pop의 새로운 아이콘을 찾아 나서는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이것은 저절로 일어난 일은 아니다. 국내 어떤 언론도 YG에게서 이런 기회를 얻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 K-Pop은 아티스트와 미디어 양쪽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사람들에게 소개돼야 하는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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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이 미국 대중문화에서 퍼즐의 한 조각이라는 표현은 정직한 인식의 결과다. K-Pop이 세계를 제패했다고 하는 과장도, 교포 장사라는 폄하도 틀리다. 지금은 무엇인가 벌어지고 있는 시점이다. ‘강남스타일’과 떼어놓을 수 없지만, 일시의 유행과 관계없이 성장한 역사가 있다. 한류를 의도한 바 없이 한국 대중음악은 수십 년에 걸쳐 독자적인 방식으로 발전했고, 유튜브와 SNS의 시대를 맞아 이제 발견된 것에 가깝다. 10년 후에 현재를 회고하며 일본 대중문화, 90년대 말 라틴음악, 그리고 ‘마카레나’ 중 무엇을 적절한 비유로 떠올릴지도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K-Pop에 있어 지금 미국에서는 감독상이나 여우주연상을 받고, 4강에 오르고, 금메달을 따는 것과 같은 성적표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생겨나고 있다.
-동방신기 ‘Something’, The Show Beg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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