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결혼 ⑨] 고급 과일·한우는 기본? 이바지에 '답바지'까지 생겨

# 다음달 결혼을 앞둔 30대 회사원 A씨(30·여)는 "허례허식은 줄이고 간소화하자"는 예비 시부모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들었다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혼수에 가진 돈 대부분을 쏟아부었는데 결혼식을 얼마 남기지 않고 시어머니가 "조상님께 올릴 차례상은 마련해오라"며 '이바지 음식'을 요구한 것이다.
A씨는 "생각치도 못한 '이바지' 요구에 친정 부모님도 나도 혼비백산했다"며 "부랴부랴 전문업체에 가격을 알아보니 400만원까지도 부르더라"라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전문업체에서 제사 음식과 시댁 친척들이 먹을 잔칫상 등을 300만원대로 계약했다.
◇한우·전복·한라봉…수백만원대 이바지 음식
신혼여행 직후에는 신부의 친정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시댁으로 인사를 가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친정이 음식을 장만해 시댁에 보내는 음식을 '이바지'라고 한다.
'며느리가 대접하는 첫 상차림'이라는 뜻의 이바지가 그러나 요즘에는 집안 간의 자존심 싸움의 대상으로 변질됐다.
이바지 가격은 구성품목과 품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간소하게 불고기나 갈비, 떡 한 상자, 과일 한 상자 등만 직접 준비해도 최소한 50만~10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전복, 문어 등 해산물을 넣거나 전, 젓갈 등 밑반찬까지 챙기면 비용 부담은 100만원 이상으로 뛴다.
전문업체에 맡기면 가격이 배로 뛴다. 특히 고급 과일이나 데코레이션 등을 추가하면 200만원을 넘어서고, 몇가지 옵션을 넣으면 최고 400만원까지 간다.
지난해 결혼 당시 200만원 정도를 들여 이바지를 직접 준비했다는 주부 B씨는 "과일은 사과, 배 외에도 한라봉, 용과, 석류 등의 과일을 종류 별로 넣고 고기는 한우 부위 별로 챙겼다"며 "모두 최고급으로 직접 골라 특산물 산지 직송으로 보냈는데, 만약 전문업체를 통했다면 400만원은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바지 답례로 답바지까지?
집값 부담으로 신혼집 비용을 남녀가 나눠서 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바지 문화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바지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바지에 대한 답례로 시댁에서 이른바 '답바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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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최모씨(33·여)는 "친정에서 몇백만원씩 들이거나 부모님이 고생해 요리하는 걸 보면 '왜 똑같은 돈 들여 결혼하는데 우리 부모님은 대접을 못 받나'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며 "이바지가 적은 돈도 아닌데 받았으면 당연히 답바지를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회사원 김모씨(31·여)는 "답바지는 '화이트데이'처럼 어느 날 갑자기 퍼진 말로 알고 있다"며 "허례허식이라고 이바지도 생략하자는 상황에 왜 답바지라는 말까지 만들어져서 골치 아프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바지·답바지를 양쪽 집안이 한 가족이 되는 과정으로 좋게 이해하는 이들도 있다.
결혼 2년차 주부 문모씨(28)는 "시댁이 나이가 많으신 시골 분들이라 형식상 챙길 것은 다 챙겼고, 당연히 이바지 음식도 드렸다"며 "처음에는 친정 부모님도 마뜩잖아 하셨지만 농사짓는 시아버지가 '답례할 건 쌀 밖에 없다'며 십여포대를 주셔서 친척들끼리 나눠먹었다. 두고두고 서로 감사하다고 얘기하는데 챙기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