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가 다시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2013년 3월 포문을 연 후 어느덧 방송 9년차에 접어든 ‘나 혼자 산다’는 ‘나홀로족(族)’이 증가하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리며 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최근 1∼2년은 각종 논란과 더불어 침체기를 겪으며 "정점이 지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숱한 질타 속에 재차 담금질을 시작한 ‘나 혼자 산다’는 최근 시청률이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시청자와의 공감을 뒤로 하고 ‘나 혼자’ 걷던 이 프로그램은 다시 시청자들과 동행할 수 있을까?
#왜 외면받았나?
여러 출연진과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하던 ‘나 혼자 산다’는 2015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2017년에 정상 궤도에 올랐다. 이 프로그램의 원투 펀치 역할을 하는 전현무와 박나래는 각각 2017년, 2019년 ‘MBC 방송연예대상’을 품에 안았다. 이 프로그램 역시 2017∼2019년 ‘올해의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2020년 이후 ‘나 혼자 산다’는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를 두고 "초심을 잃었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단 주요 출연진 모두 스타덤에 오르면서 예전과 같은 ‘헝그리’가 부족해졌다는 평이다. 전현무, 박나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성기를 열었고, 기안84와 성훈, 한혜진과 이시언, 헨리 등도 몇 단계 도약했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않던 기안84, 성훈, 이시언, 헨리 등은 ‘얼간이 브라더스’라는 수식어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뿜어냈다.
하지만 한번 시작된 파열음은 곳곳에서 불거졌다. 밀려드는 스케줄로 바빠진 ‘나 혼자 산다’의 주축 멤버들은 소위 ‘완전체’로 뭉치지 못하는 사례가 늘었다. 그 빈자리는 주로 유명 스타들이 메웠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더 이상 ‘나 혼자 산다’가 추구하던 ‘보통의 나홀로족’이 아니었다. 이미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는 이들의 입이 떡 벌어지는 삶은 눈요기에는 안성맞춤이었지만, 기존 ‘나 혼자 산다’의 질감과는 괴리됐다.
여기에 빅뱅 출신 승리를 ‘승츠비’(승리+개츠비)로 등장시킨 직후 일명 ‘버닝썬 게이트’가 터졌고,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로부터 ‘나 혼자 산다’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 여기에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공식 커플이 된 전현무-한혜진의 결별 역시 프로그램 이미지에 악재로 작용했다. 일과 사생활은 구별돼야 마땅하지만, 리얼 관찰 예능을 표방하는 ‘나 혼자 산다’가 출연진의 사생활과 완전히 거리를 두기는 어려웠다. 결국 전현무의 하차로 이어졌고, 전현무가 돌아온 후에는 한혜진의 자리가 사라졌다.
단 언론의 표적이 되자 융단 폭격이 시작됐다. 전현무, 박나래, 기안84가 고가의 집을 사거나 건물을 매입했다는 보도에 ‘나 혼자 잘 산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한 노동을 통해 번 돈으로 부동산을 사는 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서민의 곁에서 동질감을 주던 이들이 부를 축적해가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이질감을 느꼈다. 이시언의 경우는 더 억울했다. 그가 알뜰히 저축한 청약통장으로 아파트 분양을 받게 된 사연은 ‘나 혼자 산다’의 호감도를 높인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가 7억 원에 분양받은 아파트의 시세가 17억 원까지 치솟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갑자기 이시언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사실, 이시언은 잘못이 없다. 하지만 한번 돌아선 시청자들의 마음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다. 급기야 프로그램 내용을 바탕으로 기안84 왕따 논란까지 불거져 제작진이 해명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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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 관계자는 "SNS를 통한 쌍방향 소통의 부작용이라 볼 수도 있지만, 그들의 초기 모습부터 바라보던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배신감을 느낀 것이라 볼 수 있다"면서 "9년 전 시작된 방송이 초심을 유지하기란 힘들지만, 시청자들은 출연진의 그런 속내까지는 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나간 시청률이 돌아오고 있다?
한때 15%에 육박하던 ‘나 혼자 산다’의 시청률은 지난해 말 4%대까지 추락했다. 역시 나홀로족을 다룬 후발주자인 SBS ‘미운우리새끼’에 주도권을 뺏긴 지 오래다. 하지만 낙담하긴 이르다. ‘나 혼자 산다’는 최근 8%대까지 시청률을 회복했다. 그 비결 역시 ‘초심 다지기’다.
이미 스타덤에 오른 기존 출연진들을 초기 모습으로 돌려놓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제작진의 선택은 뉴페이스 투입이었다. 최근에는 유독 먹거리에 관심이 없는 래퍼 코드쿤스트를 비롯해 4차원 마인드를 가진 이주승과 ‘낭또’(낭만 또라이)라고 불리는 차서원, 엉덩이로 그릇을 닦는 경악할 만한 1인족의 삶을 보여주는 개그우먼 이은지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예능 출연 빈도나 대표작 내 비중을 따져봤을 때 이들은 아직 ‘스타’라 보긴 어렵다. 그런 그들이 사는 모습은 ‘나 혼자 산다’ 초창기를 장식했던 이들과 유사하다. 넓지는 않아도 아기자기한 집안과 넉넉해 보이지 않아도 온기가 느껴지는 식탁이 다시금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도 이슈 인물을 적절히 활용한다. 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우승자인 댄서 허니제이를 섭외하고, 최근에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주역인 곽윤기와 김아랑을 카메라 앞에 앉혔다. 이제 막 올림픽을 마치고 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당장 4월에 진행되는 차기 국가대표 선발전과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다시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의 모습을 통해 올림픽의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올림픽을 마친 김아랑 선수가 찾아간 아버지가 근무하는 회사에 플래카드가 걸리고, 루틴대로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모습이야말로 ‘올림픽 메달을 딴 후 선수들의 삶은 어떨까?’라는 시청자들의 1차원적인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방송이라 할 만했다.
기안84 역시 맥락없는 게임과 콩트를 보여주기보다는 만화가로서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미술도구를 짊어지고 캔버스에 석양을 담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고즈넉한 민박집에서 주인 할머니가 차려주신 소박한 밥상에 직접 끓인 라면 한 그릇을 올려 놓고 허겁지겁 먹는 장면 역시 시청자들이 익히 알던 기안84의 그것이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시청자는 정직하다. 재미있으면 보고, 재미없으면 채널은 돌아간다. 최근 ‘나 혼자 산다’의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출연자의 인기와 인지도보다는 그들이 가진 가감없는 라이브 스타일과 공감대 형성이야말로 가장 큰 무기"라고 분석했다.
윤준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