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스러우면서 연약해보이는 캐릭터 이중성 완벽 소화

치명적인 매력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배우 박민영이 주연으로 나선 tvN 월화극 ‘세이렌’(극본 이영, 연출 김철규)이 그런 여자의 이야기다.
‘세이렌’은 보험 사기 조사관 차우석(위하준)이 제보를 받고 나선 한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되는 한설아(박민영)를 지독하게 파헤치며 시작되는 로맨스 스릴러. 박민영이 연기하는 한설아는 국내 최고 아트 경매회사인 로얄옥션의 수석 경매사로, 얼음같이 차가운 여자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상대의 의중을 꿰뚫는 빠른 판단력과 대처 능력으로 완벽에 가까운 프로페셔널리즘을 보여준다. 그런 한설아의 전 남자친구들이 모두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죽기 직전 모두 생명 보험을 해약했다는 공통된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의문의 화살이 모두 그녀에게로 쏠리게 됐다.

한 마디로 ‘세이렌’은 ‘그녀를 사랑하면 죽는다. 그런데 왜?’라는 궁금증으로 시청자들을 집중하게 한다. 또 그 중심에 서 있는 박민영은 그 질문과 딱 일치하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사랑하면 파멸한다는 신화 속 세이렌처럼, 한설아를 스쳐 간 남자들은 하나같이 죽음을 맞는데, 과연 우연일까. 아니면 의도된 비극일까. 시청자는 답을 찾기도 전에 이미 박민영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된다.
3회에서 백준범(김정현)을 통해 언급된 ‘초선’이라는 이름은 이 드라마의 은유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중국 고전 삼국지 속 초선은 나라의 운명을 뒤흔들 만큼 아름다운 여인, 즉 경국지색으로 꼽히는 캐릭터다. 흥미로운 것은 극중 한설아가 초선을 “가엾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세상을 뒤흔든 미모의 상징을 향한 그 연민에는 묘한 자기 인식이 배어 있다. 아름다움이 축복이 아니라 운명이 되는 순간에 대한, 어쩌면 무의식적인 고백처럼 들린다.
또한, 박민영이라는 배우 역시 경국지색이라는 수식어와 겹친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공기의 밀도가 달라지는 듯한 존재감으로 박민영은 숱하게 안방극장을 뒤흔들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불안 증세로 약을 복용하면서도 완벽주의로 약점을 숨기는 위태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가시처럼 마른 몸, 핼쑥한 볼, 퀭한 눈밑을 화면으로 구현하는 중이어서 예전의 생기를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 있다. 그럼에도 박민영의 특출난 매력은 가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앙상한 얼굴에도 돋보이는 미모가 더 강한 흡인력을 만들어 내는 역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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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박민영은 여러 차례 논란에도 불구하고 매번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다는 점에서 더욱 눈여겨보게 된다. 그는 늘 보란 듯이 작품으로 돌아왔고, 돌아올 때마다 다시 중심에 섰다. “고양이 목숨”이라는 평도 나오지만, 운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대단한 생명력이다. 그만큼 안방극장에서 박민영이 보여주는 존재감은 남다르다고 인정하게 된다. 박민영에게 시청자를 붙잡는 힘이 없다면 제작진이 계속해서 그에게 손을 내밀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한, 이마저도 단지 미모와 존재감으로만 표현한다면 박민영의 섬세한 연기력을 평가절하하는 게 될 수 있다. 박민영은 이번 ‘세이렌’에서 한설아를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이면서 동시에 가장 연약해 보이는 인물로 그리는 데 더없이 훌륭한 캐릭터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전 남자친구들이 모두 죽었다는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섬뜩하지만, 시청자는 이상하게도 한설아를 완전히 악인으로 상상하지 못한다. 이 모순된 감정의 균형을 잡는 것이 바로 박민영의 연기 디테일이다.

상처 입은 영혼처럼 보이면서도, 무엇인가를 끝까지 숨기고 있는 사람. 동시에 옥션 수석 경매사라는 직업답게 냉정한 프로페셔널리즘을 유지해야 하는 인물. 이 복잡한 결을 그는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다.
결국 ‘세이렌’은 미스터리 드라마이지만, 동시에 한 배우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수많은 의문을 던지지만, 시청자가 끝까지 따라가게 만드는 힘은 결국 한 사람에게서 나온다. 모든 의심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여전히 화면의 중심을 장악하는 인물. 지금 ‘세이렌’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어쩌면 한설아가 아니라 그녀를 연기하는 박민영의 매혹인지도 모른다.
그런 한설아에게 차우석이 자신의 궁금한 마음을 고백했다. 4회 엔딩에서 “당신, 한설아 당신이 궁금해, 당장 죽어도 상관 없는 당신을 알고 싶다고”라며 절규하듯 말한 차우석의 대사는 시청자들의 마음이기도 했다. 앞으로의 전개에서는 한설아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될 전망과 함께 차우석과의 로맨스에 좀더 기대를 걸게 된다.
조성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