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열의 음악앨범' 속 설렘의 리듬, 루시드폴 '보이나요?' [임희윤의 레코드 살롱]

'유열의 음악앨범' 속 설렘의 리듬, 루시드폴 '보이나요?' [임희윤의 레코드 살롱]

임희윤(대중음악평론가) ize 기자
입력 2026.11.06 16:44 드롭다운 아이콘 수정 2026.11.0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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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1990년대 라디오와 PC통신을 매개로 한 미수와 현우의 엇갈리는 사랑을 그렸다. 영화 중반 두 주인공이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루시드폴의 곡 '보이나요?'가 삽입되어 설렘의 감정을 극대화했다. 임희윤 평론가는 이 곡의 엇박자 리듬과 가사가 영화 속 연애 시작의 순간과 미묘하게 엇갈리며 관객에게 깊은 몰입감을 준다고 분석했다.

[편집자주] 동네 레코드점을 기억하시나요? "새로 나온 앨범 뭐 있어요?" "이 노래 어때요?" 스트리밍과 큐레이션이 모두 포근한 사장님 손끝에서 이뤄지던 곳. 레코드 향기 가득한 작은 공간. 때론 영화가, 때론 레코드가 흐르는 임 씨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사진=AI 생성
/ 사진=AI 생성

'내 맘이 보이나요?'

뭐라고요? 마음이 보일 리가 있나요. 이 사람, 미쳤나 봅니다. 그런데 미치지 않았다면, 사랑에 빠진 게 아니죠. 바보가 안 된다면 이 게임에선 바보입니다. 이 이상한 게임의 이름은 사랑입니다. 별게 다 예뻐 보이고 별게 다 궁금합니다. 사랑에 빠지면 그렇죠.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2019년, 감독 정지우, 각본 이숙연, 음악 연리목)은 1990년대의 풋풋한 계절로 우릴 데려갑니다. DM도, 매칭 앱도 아닌 라디오가 여기선 사랑의 매개죠. PC통신이나요.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는 학창 시절에 서로 호감을 갖지만 안타깝게도 여러 차례 엇갈립니다.

그러다 영화의 중반, 마침내 현우의 자취 집에서 만나 사랑을 확인하게 되죠. 같이 밥을 지어 먹고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밤…. 화면 뒤로 작고 소박한 기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루시드폴의 ‘보이나요?’가 흐르죠.

‘내 맘이 보이나요?/이렇게 숨기고 있는데/내 맘이 보인다면/그대도 숨기고 있나요?’

노래의 주인공은 ‘썸’을 타고 있네요. ‘나는 좋은데, 저 사람도 좋아할까?’ 두근대는 마음,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장을 리듬이 받아냅니다. C장조. 거의 흰 건반 선율로 전개되는, 동요처럼 순정한 곡이지만 ‘내, 맘, 이’ ‘보, 이, 나’가 3-2-3 리듬으로 설렘의 양념을 치네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컷 / 사진=CGV아트하우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컷 / 사진=CGV아트하우스

‘조심스럽지만/심각하게 얘기하면 어떨까?’

이 부분에선 ‘지’ ‘각’ ‘얘’ ‘면’ ‘까’의 음들이 ‘라-솔-파#-파-미’로 서서히 하강하면서 묘한 기분을 주죠? 여기서도 엇박자 리듬이 마음의 쿵쾅댐을 은유합니다.

그런데 영화 속 이 장면에서 사랑은 잠시 완성됩니다. 노래가 묘사하는 ‘썸’이 아니라 화면 속은 ‘연애 시작!’ 모드인 거죠. 음악과 영상의 이런 미묘한 엇갈림. 되레 이 장면의 ‘눈물 킥’일 거예요. 서로의 사랑을 이미 다 보여줬는데, 노래만은 여전히 ‘내 맘이 보이나요?’라 묻습니다. 지난한 엇갈림의 ‘과거’가 노래라는 렌즈를 통해 눈물겹게 행복한 ‘현재’와 겹치면서 팝콘 먹던 관객을 순간적으로 화면 안 깊숙이 빨아들이죠.

시대는 흐르고 시절은 갑니다. 영화의 후반부, 라디오는 ‘보이는 라디오’가 되죠. 스튜디오 안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현우를 향해 라디오 DJ 유열이 말합니다.

“이게 보이는 라디오 카메라인가 봐요? 근데 라디오를 이렇게 굳이 다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여러분께는 제 맘이 보이나요? 제가 지금 무슨 생각 하는지, 누굴 떠올리는지. 안 보인다면? 다행입니다. 때론 안 보여서 좋은 것도 있으니까요. 그럴 땐 귀를 기울여 들어보세요.

‘이제는 보이나요?/이미 다 얘기했는데/그래도 모른다면 나도 잊을까요?’

임희윤(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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